#1. 아내는 옥수수를 좋아해 옥수수가 시장에 나올 즈음이면 ‘옥수수 먹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기 시작한다. 내키면 한 번에 대여섯 개씩도 먹기도 하니 아내에게는 옥수수야말로 여름이 시작되면서 향유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간식거리다.

그런 옥수수도 시기가 지난다던가, 너무 익어버리면 쪄서 먹기는 적당하지 않게 된다. 딱딱하게 돼서 옥수수차를 끓여먹어야 하는 시기가 온다는 말이다.

어머니는 비록 남의 땅이긴 하지만 봄부터 정성들여 가꿔서 수확한 옥수수며, 고추, 채소 등을 한 개라도 더 자식들에게 나눠주려고 안달을 하신다.

지금 우리 집에 널려 있는 제법 많은 양의 옥수수도 다 그런 거다.

시기가 좀 지나 딱딱한 옥수수는 일일이 옥수수 낱알을 떼어내 말리는 과정을 거친 후 볶아서 물 대신 끓여마시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옥수수가 적지 않은 양이어서 낱알을 떼어내는 데에도 며칠이 걸렸다. 손가락이 아프다는 핑계로 숟가락으로 해보기도 떼어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손가락으로 하는 게 더 편했다.

그런 옥수수가 한 달 넘게 우리 집 방바닥에 널려 있다.

처음 말릴 때에는 넓게 펴 널지 않았다가 싹까지 났었다. 올해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 까닭이다.

▲ '불안해 집에 갈 수가 있나' 9일 오후 5시께 동이면 금암리에서 한 농민이 비 내리는 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논 일부가 유실돼 임시조치를 취해 놓은 논둑이 눈에 듼다. ⓒ옥천신문

#2. 얼마 전 한 주민이 자신이 써온 2010년 벼농사 계산서를 신문에 투고했다. 이 계산서가 기가 막히다. 1년 동안 벼농사를 지어온 이 주민의 얘기를 직접 예를 들어보자.

‘작년도 필자의 벼농사 내역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았다. 이는 벼농사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고 벼농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 농민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특히 옥천군은 농업이 주된 산업이고 농사 중 벼농사가 으뜸 아닌가?’

그런데 이 분이 계산한 영농비가 만만치않다.

옥천읍 수북리에 있는 논 면적은 3천964㎡(1,199평). 흔히 농촌에서 말하는대로 평으로 계산하면 약 1천200평이다. 여기서 나온 수확량을 갖고 수입을 따져보니 총 207만3천945원이다. 이중에는 미곡처리장으로 수매한 98만여원과 자체 소비물량 19만원, 고정직불금 90여만원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고정직불금을 제외하면 자체 소비물량까지 포함한 실제 판매액은 120만원도 안된다. 1천200평의 면적에서 120만원, 직불금까지 포함해야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는 것은 평당 1천728원꼴로 소득을 본 셈이다.

문제는 지출이다. 지출 항목을 뽑아보니, 총 15개 항목이다.

이중 트랙터와 못자리이앙기, 수확에 쓴 콤바인 비용 등 기계값에 쓰인 돈이 94만원, 지대(땅값) 22만8천원, 수해복구비 10만원, 농약, 비료값, 퇴비 등 재료에 쓰인 돈이 16만4천200원, 각종 인건비 33만3천920원 등 모두 176만 6천120원이 쓰였다.

수입에서 지출을 뺀 나머지 순수익은 30만7천825원이다.

좋다. 여기에서 농사짓는 인건비를 뺀다고 해도 순수익이 60여만원 정도이다. 1년 동안 먹고 살아야 하고, 생활해야 한다면 벼농사만 지어서는 한 달 10만원 벌이도 못한다는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1년 동안 온 정성을 다해 1천200평의 면적에서 경작한 벼농사 소득이 이 정도이다. 대도시의 도심에 있는 1천200평이라면 1년에 순수익이 30만원 밖에 안되는 상황이 이해되겠는가?

물론 벼농사 말고 다른 작물을 경작할 수도 있고, 소득작물을 재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소득작물을 선택해 농사를 짓는다 해도 수익 대비 지출이 크게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

▲ 만화가 김윤 만평 ⓒ옥천신문

#3. 해가 반짝한 날이 별로 없는 올해이니 그러려니 해도 이 정도 되면 날씨가 미쳤다.

한 달 이상 말리고 있는 옥수수야 그렇다 치고 1년 동안 죽겠다고 농사를 지어도 제대로 농산물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농촌에서 올해 농사 잘 지어서 돈 벌기는 틀렸다. 농사가 안 되니 농산물 가격은 크게 오를 것이고, 소비자들의 부담 역시 걱정이다.

벌써부터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하고야 일정 거리가 있다손 치더라도 어떤 백화점에서는 배가 14만원이나 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나, 김장에 필요한 고추값 역시 좋은 것은 한 근에 2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하니 이런 생활물가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또 서민들이 어떻게 감당을 해야 할 지 대책이 서질 않는다.

8월의 장마가 끝나면 푹푹 찌는 햇살 속에 익어가야 할 벼는 익지도 못한 채 9월을 맞아야 할 상황이고,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할 농민들은 하루에 한 번씩 내리는 비 때문에 땅이 질어 밭갈이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 현장은 현장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한 달에 몇 천만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부담해야 할 실정이고, 상인은 상인대로 장사가 안 돼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농사란 것이 하늘이 도와줘야 잘 지을 수 있는 것인데, 올해 농사는 이미 버스 지나간 상황이 돼버렸다. 농민들 걱정이 태산이다.

농민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암울한 하반기를 그려보며 저마다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황이다.

반값등록금 논란 속에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각 학부모들이 다 받아들었다.

등록금 인하는커녕 빚쟁이만 양산하는 대학이 될까 무섭고, 부모님들의 부담을 어떻게든 덜어보려고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은 무차별 연행이라는 정부의 폭압 앞에 제대로 의사 전달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상황에서도 정부에서는 대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되는 감세기조를 유지하네 어쩌네 하는 얘기만 한다.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감세 규모가 90조원이니, 60조원이니 한다. 거의 완공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음에도 4대강 사업에는 이미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다.

서민들은 이 돈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한다. 가늠할 수도 없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복지 때문이 아니라 무리한 감세 등 세수의 절대 감소로 빚어진 것이란 게 확인되는 데도 대통령은 ‘복지 포퓰리즘’이니 뭐니 하는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

옛날에는 천재지변이 있거나 하다못해 일식, 월식 현상이 일어나도 왕은 민심을 달래느라 제례를 지냈다. 과학 지식이 없어 행한 미신적 행위라고 폄훼할지언정 자연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은 잃지 않았던 것이다.

덧붙이자면 서민 경제가 무너지는 속도에 비례해 시한폭탄 시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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