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쇼의 계절인데 문제는 웃고 즐길 수 없다는 데 있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별관에서 2012년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불출마는 어디까지나 그가 밀어붙이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흥행을 위한 카드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그만의 절박한 이유를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처럼 그의 절박함이라는 불안은 영혼의 잠식과 유사한 쇼로 나아갔다.

그는 미래의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현실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얻으려 했다. 무상급식 투표 결과에 따라 서울시장직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그가 밝힌 것은 대선불출마였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대선불출마가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래도 그는 대선불출마를 던졌다. 서울시장직이라는 배수진이면 몰라도 대선불출마는 배수진도 못되는 어디까지나 쇼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면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대선불출마에는 오세훈이라는 연관성밖에는 없다. 그가 추진하는 주민투표와 그가 불출마하겠다는 대선에는 오세훈이라는 이름 석자가 오롯이 각인된다. 자신을 중심에 놓는 사고방식에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심했다 싶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스스로를 한나라당 대선후보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사실 그의 대선불출마 선언을 사건으로 치기에는 함량미달이다. 복잡한 한나라당 속사정을 반영하고 여기에 정치공학을 적용하면 호기심 가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라는 민주주의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는 현직 서울시장이다. 그에게 재선이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대선은 내년이며 그의 임기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남아있다. 던질 이유도 없는 당연한 선언이 부풀려진 것은 민주주의라는 원칙에는 관심 없고 정치공학에만 정진하는 언론 탓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언론과 오세훈 시장은 한 쌍으로 움직였다. 언론 덕분에 오세훈 시장은 밑천 하나 안 들어가는 남는 장사를 진행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본 쇼다. 이를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면 꼼수다. 하지만 다른 구석이 있다.

얼마 전 김재철 MBC 사장의 사표 제출 ‘쇼’가 대표적 사례다. 정작 사퇴할 생각은 없으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쇼가 먹혔는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진주 창원 MBC 통폐합을 의결했다. 하지만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항의를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는 비난 여론은 잠재울 길은 없다. 구멍가게 사장도 이 정도는 아니라는 핀잔이 여전히 유효할 뿐이다.

이에 비하면 오세훈 시장은 밑천 하나도 안 들어가는 남는 장사를 진행 중이다. 던진 것은 대선불출마 선언이며 서울시장직은 가타부타 이야기가 없다. 이게 다른 구석이며 김재철 사장과 오세훈 시장의 공력 차이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내걸지 않은 이유는 시장직을 걸었을 경우,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세훈 시장 불신임 위한 투표 거부를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의 사표 쇼, 대선불출마 선언 쇼는 현 정부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의 말이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할 것이란 선언이 서울시민들에게 준 충격과 좌절은 MBC에서 김재철이 사표를 거두겠다고 했을 때 MBC 직원들이 받았던 충격과 좌절만큼이나 크겠지”

이들의 쇼가 위험한 건, 웃고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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