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목사라는 사람이 수많은 사람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유도하고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결국 본인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니,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전광훈 목사의 ‘기행’은 종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로 볼 수 있다. 확진자 발생이 정치적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방역을 거부하는 이유인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부터 전광훈 목사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공식에 충실한 행보를 해왔다.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유튜브 등을 통해 극우정치의 논리를 접하고 집회 준비를 함께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미래통합당으로 시선이 쏠린다. 미래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지도부는 이미 광화문 집회 불참을 결정한 상태였다. ‘아스팔트 우파’들과 선을 긋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추진하고 있는 ‘중도화’의 일환으로 보인다. 긍정적이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의 움직임은 지도부의 태도와는 또 다른 것 같다. 가령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차기 주자가 전광훈 목사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점을 거론하며 “특정 교회와 특정 종교인에 대한 공격은 확산 저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천지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례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다른 사례와 동렬에 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전광훈 목사 등의 사례와는 달리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은 방역을 방해할 목적으로 클럽에 방문해 발생한 사례가 아니다. 신천지의 경우 좀 더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최초 발생 사례에 ‘의도’가 실린 건 아니었다. 즉, 전광훈 목사 등의 사례는 악질적이란 면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보다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비난보다는 설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 자체는 의미가 있으니 일단은 넘어가기로 하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진석 의원과는 또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신천지 초기 상황보다 전광훈 목사 등 사례가 더 악질적이라며 당장 구속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는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하태경 의원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시 부시장에 대한 ‘일벌백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회 금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분향소 설치를 허가해 전광훈 목사 등이 당국의 방침을 무시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논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 절차나 분향소 설치에 대해선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전광훈 목사 등 사례와 인과관계로 놓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1절만 해도 될 것을 굳이 2절까지 말하는 건 결국 전광훈 목사 등에 대한 지적이 ‘같은 편’에 대한 ‘총질’이 될 수 있다는 비난을 의식한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실제 미래통합당 소속 인사들 일부는 지도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이 중에는 현역 의원도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했을 걸로 생각된다. 이런 맥락을 같이 고려하면 앞서 정진석 의원의 주장도 ‘같은 편’을 감싸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제 위주’가 아닌 미국의 사례를 언급한 점에서 더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이러는 걸까? 머리는 변화를 이뤄내려 하지만 정작 몸은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 모습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호남지역 수해복구 참여나 기본소득을 첫 머리에 놓은 정강정책개정안 등을 통해 자신들이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오지 않은 영역까지 포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온 바 있다. 물론 ‘디테일’에 들어가면 논쟁할 부분이 많지만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뭔가 변화하려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이 전광훈 목사 등 극우개신교계 및 ‘아스팔트 우파’들과 선을 긋지 못하는 것은 이렇게 만든 호의적 환경을 무위로 되돌리는 것이다.

최근 미래통합당 일부 인사들이 주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나 장마와 홍수를 계기로 뜬금없이 불거져 나온 4대강 사업 재평가론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과거와 단절해 중도를 공략하자는 정치공학적 판단을 넘어 수권을 준비하는 세력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때다. 청와대의 회담 제안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위기에 비상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대승적 수용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정파적 유불리를 기준으로 ‘자기 편’만 대변하느라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에 질려버렸다. 이건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경쟁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보여주는 기동성이나 추진력도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국가 운영 전반을 책임지려는 태도 역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정파적인 것 외에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여당 내에서도 검찰과 과거사는 이제 잊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보수정치가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식을 거부하는 ‘자기 편’부터 과감하게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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