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사장의 첫 임원인사에 대해 MBC 노조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는 5일 발행한 '문화방송노보'에서 "본사 임원의 경우 비교적 무난했으나 계열사 사장 인사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노보에서 실명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청주MBC 김재철 사장과 마산MBC 박노흥 사장 기용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김재철 사장 기용, 새 정부와의 관계 고려했나"
김재철 전 울산MBC 사장은 이번에 MBC 본사 사장직에 도전할 뜻을 내비춰왔으나 MBC 노조는 "정치권에 줄댄 인사는 MBC 사장이 될 수 없다"며 "본사는 물론이고 계열사 임원이 돼서도 안된다"고 반대해왔다.
MBC본부는 마산MBC 사장에 선임된 박노흥 전 대구MBC 사장과 관련해서도 "지역사 재임기간 내내 신중치 못한 언행과 무원칙하고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물의를 빚어온 P모씨도 지역사를 옮겨 사장으로 재선임됐다"며 "재무제표 상의 실적만 좋으면 경영자로서의 자질이나 구성원들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연임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이들이 만약 공영방송의 리더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다시 저버린다거나 민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다면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두 사람을 재기용한 엄기영 사장과 본사 경영진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BC노조, 엄기영 사장엔 획기적 공영성 강화 주문
MBC본부는 엄기영 신임 사장을 향해서는 "획기적인 공영성 강화만이 살 길"이라고 주문했다.
MBC본부는 "공영방송 MBC를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때로는 뚝심있게, 때로는 빠른 판단으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시민사회가 MBC 민영화 저지를 위한 싸움에 적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도덕적 명분을 주어야 한다. 획기적인 공영성 강화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그들이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가시적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민영화 저지를 위한 싸움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MBC본부는 "전임 사장의 가장 큰 실패요인이 경쟁력과 외연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MBC 존립의 근간인 공영성 강화에 실패한 것임을 새 사장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