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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폭탄 테러와 한국 사회[기자수첩]한국이야말로 매일 '십자군 전쟁'을 치르는 광기의 사회가 아닌가?
김완 기자 | 승인 2011.07.25 11:00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정부청사 폭탄테러와 집권 노동당 청소년 여름캠프 총기사고에 대한 국내 언론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한다. 무차별적인 '인간 사냥'에 대한 분노와 함께 유럽에 일고 있는 극우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전쟁 게임광으로 묘사되는 젊은 세대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매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다. 조선일보와 국민일보의 경우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 노르웨이 테러 사건에 대한 25일자 조선일보 1면
어찌되었건,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저지른 이번 사건은 북유럽 사회를 규정하던 '얀트의 법칙'(공동체주의와 평등주의)의 파괴이자 다문화에 대한 관용으로 대변되던 사회문화적 질서의 붕괴로 인식되고 있다.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에서 극우정당들이 집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속속 제도권으로 진입되면서 흡사, 1940년대와 같은 민족주의, 국수주의 경향을 만들어내고 있단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국내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1500쪽에 달한다는 브레이비크의 선언문에는 한국이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가부장제 회복이 대안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델이 해결책'이라며, 한국과 일본을 보수주의와 민족주의에 있어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꼽았다. 그가 꿈꾸던 유럽은 궁극적으로 유럽의 모든 국가들에 극우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중동과 이슬람 국가들을 제압하는 기독교 왕국을 유럽에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찬양이 섬뜩한 것은 브레이비크의 주장이 한국에선 전혀 낯설지 않단 점이다. 조선일보는 브레이크비를 '광기 테러, 인간 괴물'이라고 규정했지만 브레이크비의 주장은 조선일보가 세상을 인식하는 기조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의 지적처럼, 한국은 여전히 가부장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있고, 기독교 근본주의 입장을 지닌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우 공격적이고 선동적인 광고를 주요 보수 일간지에 게재한다. 그 뿐만 아니다. 가장 규모가 큰 교회의 목사들이 '선교'라며 해대는 정치적 발언들은 브레이비크의 선언과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내용들이다.

생각해보면,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브레이비크가 선망해마지 않던 극우에 가까운 보수적 입장을 지녔으며,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민족주의에 있어 한국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어제(24일), 있었던 박태환 선수의 우승만 살펴봐도 그렇다. 정파성을 갖는 매체는 물론 공영방송까지 민족주의의 극단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연스레 보도의 언어로 삼는 것이 바로 한국이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보수 일간지들은 유럽의 시각에서 보자면 극단적 극우파이고, 기독교 근본주의와 별로 구별되지 않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 노르웨이 테러 사건에 대한 25일자 중앙일보 1면
노르웨이의 테러를 통해 우리가 짚어내야 할 점은 그 테러의 세계관과 우리 사회의 주류가 추종하고 있는 세계관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일련의 공동체주의들을 '좌빨'로 몰고, 조중동은 평등주의는 곧 '포퓰리즘'이라며 맹비난을 해댄다. 너무나 오랫동안 민족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우리에게 다문화주의에 대한 감수성은 '시혜'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국판 브레이크비라고 해도 좋은 일부 극우단체들은 백주 대낮에 한진중공업 농성장을 습격하기도 하고, 종종 집회에 가스통을 들고 나오는 이들에 대해 공권력은 물론 보수언론은  별다른 경각심을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그들이 정부청사를 공격하고, 노동 문제를 주요시하는 정당의 캠프에 난입하지 말란 법은 없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은 '21세기 광기의 십자군 전쟁'이라고 표현했는데, 어쩌면 한국 사회야말로 매일 그 십자군 전쟁을 치르는 광기의 사회일지도 모른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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