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무한도전이 하면 사소한 것도 달라보이게 된다. 시청률과 무관하게 무한도전이 가진 힘은 강력한 이슈 생산 능력에 있다. 무한도전만이 시청률에 자유로운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티비 바깥에서 보여주는 무한도전 관련 이벤트에 몰리는 뜨거운 현상들이 증명한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 달력이라든가 사진전 등은 단순히 티비의 힘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이상의 현상들을 이끌고 있다.
이번 서해안 가요제 또한 박명수와 제시카가 2009년 여름을 강타한 냉면만한 기발한 히트곡이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국민할매 김태원에 이어 예상치 못했던 정재형이라는 정통 뮤지션 출신 예능인의 출연을 기대케 하고 있다. 강력한 예능형 가수 싸이를 제쳐두고 정재형의 서해안 가요제의 톱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의 출현으로 인해 가뜩이나 분량 싸움이 치열해진 속에서 제작진의 배려가 아니라면 하차했나 싶을 정도로 보이지 않을 멤버가 있었을 것이다.
개구기를 착용한 첫 번째 문제부터가 웃길 수밖에 없었다. 정재형이 개구기를 끼고 낸 첫 문제가 이봉원이었다. 이후 지 드래곤과 스윗 소로우의 단체 개구기까지 등장하고 다음 차례인 유재석, 이적 순서에서는 양쪽 모두 개구기를 착용했다. 자막으로는 유재석이 자신만만한 태도라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영리한 유재석이 논란의 소지를 막아보자는 재치로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워낙 유재석 찬양자가 많아서 그 대열에 끼고 싶지는 않지만 그가 배려 전문 MC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예능은 출신성분이 다양하다. 개그맨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 다음으로는 가수가 많다. 그렇지만 고정으로 출연한다면 그를 예능인의 범주에서 봐야겠지만 단순한 게스트라면 그들을 전문 예능인과는 다른 처우를 하는 것이 옳다. 물론 뮤지션들이 개구기를 착용한 모습이 불쾌한 수준이었던 것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서 웃겨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예능인들만의 게임이었다면 몰라도 뮤지션들에게 굳이 개구기를 끼우게 해서 웃음을 강제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들은 서해안 가요제가 끝나면 다시 음악을 하러 자신들의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이 언젠가 무한도전이나 다른 예능에 고정으로 출연할 일이 절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단지 뮤지션일 뿐이다. 예능 출연이 많은 가수들에게 인기를 가져다주기에 지금 누구도 예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개구기가 아니라 더한 것도 자청해서 하길 원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라도 예능인과 게스트의 차이는 구별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