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그룹 시크릿의 메인 보컬 송지은이 불후의 명곡2에서 연속으로 꼴찌의 수모를 겪었다. 다음 주 본격 경연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1위는 2AM 창민이 올랐다. 반면 새로 합류한 2PM 준수는 2위를 FT 아일랜드 이홍기는 4위, 엠블랙 지오는 5위를 차지해 나름 선전했다. 지난 경합 때에 새로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무대에 서는 불리함을 안았던 송지은은 결국 그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6위에 머물렀는데, 공교롭게 이번에도 사다리타기로 정한 순번에서 1번이 나왔으니 불운도 겹쳤다.

순번의 불운만이 송지은이 연속해서 꼴찌의 굴욕을 겪게 된 것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외관상 영악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송지은의 무대는 매번 무난했다는 인상이 컸다. 라이브 경합 무대에서의 생존 전략이 다소 느슨해 보인 것이다. 이것은 소속사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부분도 클 것이며, 애초에 시스타 효린 같은 파워풀한 보컬리스트는 아닌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나가수와 마찬가지로 탈락은 없다고 하더라도 순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임팩트 있는 요소 없이는 아무래도 선택받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송지은이 연거푸 불운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꼭 자신에게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나가수의 남녀비율은 여성이 높은데 반해 불후의 명곡2는 남자 다섯에 여자 두 명으로 남초 현상을 보였고, 200명의 청중 평가단은 또 반대로 절대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아 보였다. 나가수와 달리 불후의 명곡2는 청중평가단의 구성비를 공개하지 않는데, 일단 화면상으로 비쳐지는 것으로는 당연히 여성 가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여성 평가단이 많은 환경에서 매력적인 남자 아이돌이 즐비하고 그 중 여자 아이돌 둘이 경쟁하는 구도인데, 효린의 파워풀한 넷 용어로 하자면 폭풍 고음을 이길 만한 지은의 대항 무기가 확연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꼴찌를 면키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그나마 효린이 여초 평가단 속에서도 3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경연이라는 환경에 가장 적절한 무기인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고음역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역시나 나가수의 문제점이 불후의 명곡2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그런데 송지은의 경우는 나가수라면 탈락이다. 어차피 순위와 상관없이 스스로 떠나는 상황이니 탈락이 무의미하지만, 이쯤 되면 오히려 탈락하지 않는 것이 더 잔인해질 수도 있다. 다음 주는 어차피 1대1 서바이벌 형식이라 순위는 없지만 그 다음 주에 송지은이 자진하차하지 않고 다시 경합에 나서서 다시 꼴찌를 하게 된다면 그 불명예는 탈락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나가수에 탈락한 가수들은 적어도 불명예는 없었다. 정엽. 김연우 그리고 최근의 이소라까지 대중은 그들의 탈락을 가수가 아닌 다른 외부적 요인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들의 탈락은 매우 아쉬워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미지수지만 나가수의 서바이벌이 그다지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내용이 형식을 이겨내고 있음은 다행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서바이벌이 아닌 불후의 명곡2는 그 반대가 될 수 있음을 송지은의 연속 꼴찌가 경고하고 있다.

결국 송지은은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와신상담의 다음 도전을 다짐했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녀의 불운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탈락이라도 됐으면 이런저런 이유라도 달고 안타까움을 여운으로 남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에 서야 하는 송지은의 심정은 본인 아니고는 모를 두려움과 슬픔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송지은 개인에게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후의 명곡2는 첫 회에 출연한 아이유를 빼고는 모두 아이돌 그룹의 메인 보컬들이다. 또한 불후의 명곡2가 내걸고 있는 의도는 아이돌에 대한 선인견을 해소한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특정한 그룹의 메인보컬이 계속해서 꼴찌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예능 프로와 네티즌에게는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과거의 작은 것이라도 집요하게 찾아내서 굴욕을 안긴다는 것이다. 송지은이 두 번 꼴찌를 했음에도 다시 무대에 서게 되지만 다음 경연에서 1위로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지 않는 한 지금보다 오히려 나중이 더 걱정되는 이유다.

불후의 명곡2가 5초 가수 논란으로 야기된 아이돌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겠다는 의욕과 달리 결과가 혹 떼려다 오히려 혹 하나 더 붙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카라에 대를 이어 생계형 아이돌로 성공한 시크릿을 위해서라도 송지은이 다음 도전에는 좀 더 확실한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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