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단이 21일 오후 회동을 갖고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 21일 김재윤 문방위 민주당 간사에게 전종철 KBS 국회 출입기자(오른쪽)가 '민주당 수신료 인상 선결요건에 대한 KBS의 입장' 문건을 전달한 뒤 귓속말을 하고 있는 모습.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있다. KBS가 21일 오전, 수신료 인상안의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가 바로 그것이다. KBS 홍보실이 KBS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내용이다. KBS 홍보실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각은 바야흐로 21일 오전 11시 44분. KBS의 '기쁨'이 듬뿍 묻어나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다.

"KBS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TV 수신료 인상안 통과와 관련해 이는 30년 만에 1,000원을 인상하기 위한 국회 승인 과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 1981년에 월 2,500원으로 TV 수신료가 책정된 뒤로 단 한 차례 오르지 않다가 디지털 전환과 소외계층 대상의 공적 책무 수행 등을 위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하기 위한 중요한 고비를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KBS는 공영방송의 주요 공적인 책무로 아날로그 방송종료에 따른 서민층의 디지털 혜택 확대와 난시청 해소, 재난재해 주관방송, 교육방송 전국 송신 및 수신료 지원, 그리고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꼽았다."

"KBS는 일부 언론보도에서 지적한 '40% 인상 비율'은 '30년 만에 처음'이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외면한 음해성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문방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TV 수신료 인상안은 문방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평소 수신료 인상에 목을 매왔던 KBS의 태도를 감안한다면 이런 보도자료의 내용이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론사가 의회 정치의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날치기'에 대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정말 별일이 아닌 것일까? 그것도 날마다 '국민의 방송'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공영방송사가 말이다.

'언론사에서 날치기를 환영한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환영한 것은 아니다. 의미있는 일이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한 국장은 '날치기'라는 지적에 대해 "당시 회의장에 야당 의원들도 있었다. 날치기라고 볼 수 없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처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활동을 감시해야 할 취재기자가 도리어 의원들에게 '수신료 인상에 잘 협조해 달라'며 로비하고, 법안 날치기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사는 날치기를 환영하고. '수신료 인상'이라는 거대한 당근 앞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만 2011년 6월 공영방송 KBS의 수준이다. 여름에 맞춰 출시되는 공포영화를 보는 듯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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