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마저 나는 가수다를 떠났다. 아직도 좋은 가수들이 여럿 나가수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가뜩이나 임재범과의 짧은 만남에 대한 섭섭함이 채 가시기 전에 이소라마저 떠나게 되니 군대 말년에 애인의 결별선언을 듣는 것 마냥 겁이 덜컥 난다. 어차피 은둔형 가수였던 임재범의 출연은 이벤트성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MC까지 맡으며 의욕을 가졌던 이소라의 탈락은 섭섭함을 넘어 화까지 날 지경이다.

이소라 스스로 떠날 자리를 선택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노래하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온통 고음과 열창으로 핏대를 세우는 속에 그녀 홀로 무관심한 듯 고요히 노래하는 것이 마치 “이제 떠납니다”라고 메모지에 덤덤한 사연을 쓰는 모습 같았다. 그래서 노래에 채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결국 2차 경연에서 6위를 차지하고 1,2차 합산 결과 7위로 나가수를 떠나게 됐다. 가수로서 이소라는 나가수를 떠났다.

이소라는 7위 발표한 후, 2차에 불렀던 행복을 주는 사람도 7위를 할 줄 알았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떠남을 예감 아니 작정했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미 청중평가단의 성향을 모를 리 없는 이소라에게 1차의 부진을 극복할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곡이 워낙 조용한 곡이라 할지라도 편곡을 통해서 그녀가 가진 다이내믹한 표현법을 동원한다면 1위까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상위에 랭크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소라는 포기한 듯 원곡보다 더 조용하고, 잔잔하게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그나마 2차 경연에서 7위가 아닌 6위를 한 것이 억지 위안이라도 될까 모를 일이다.

마지막 개별 인터뷰에서 이소라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 두 가지를 했다. 하나는 “어떤 것을 잘하고 싶을 때 너무 집중하고 힘을 쓰면 오히려 더 잘 안될 때가 있다. 노래도, 일도 내려놓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소라 개인의 소회라기보다는 나가수 특히 가수들에게 진심을 담아 전하고 싶은 말로 들린다. 서바이벌의 규정이 강요하는 것이 크긴 하지만 나가수는 아직도 가창력 강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소라 스스로 예감하고 또 작정한 탈락을 처음 감지했던 것은 1차 경연 때 말했던 “귀가 지쳐간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쳐가는 것은 이소라와 가수들만은 아닐 것이다. 나가수가 변화 없이 목청 콘테스트로 전락하고 만다면 시청자 역시도 지치고 말 것이다. 나가수가 가는 방향은 하룻밤에 다 때려먹고 다음날부터 굶자는 투다. 이소라는 나가수 탈락의 순간에 가장 떠오르는 사람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김영희 CP 이름을 댔다. 믿고 따를 수 있어 나가수에 적극 합류했던 이유를 마지막에 밝힌 것이다.

김영희 CP가 있었다면, 하는 소심한 가정을 다시 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그랬다면 나가수는 지금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된다. 나가수는 분명 노래의 잊혀진 감동들을 새롭게 전해주고 있다. 대형 아이돌 기획사와 방송의 야합 속에서 소외됐던 좋은 노래와 가수들을 재조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 감동만큼이나 논란도 크다. 논란의 정도는 이미 지치고 남을 만큼 충분하고, 노래의 감동 또한 조만간 사람을 지치게 하지 할 우려가 없지 않다. 김영희 CP는 이것까지 생각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쌀집아저씨는 나가수에 없다. 일밤이 일밤 같지 않다. 그리고 이소라의 부재는 나가수의 치열한 노래 격전 속에서 숨 고를 소중한 시간을 잃은 것이다. 물론 다시 누군가 그 자리를 채우겠지만 누가 온다 하더라도 처음 주었던 그 느낌을 온전하게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가수에서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 제목처럼 이소라는 행복을 주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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