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는 재도전으로 최초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책임 프로듀서가 단칼에 잘려나갔고, 국민가수 김건모에게 스스로 무대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가수들인 임재범과 김연우 등은 시작과 함께 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나가수를 훨씬 더 멀리 뛰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고, 나가수에 대한 논란은 일거에 사라지고 은거 가수 임재범에 의한 감동과 환호가 연예계 이슈를 장악했다.

그러나 나가수는 다시 김건모 재도전 논란에 버금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나가수에 대한 스포일러와 루머는 일요일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시작된다. 이번 주 스포일러는 이소라에 대한 것으로 시작됐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이번 스포일러에 분노하고 저주했다. 그렇지만 일곱 명 중에서 가장 조용한 그러니까 폭발적 열창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해바라기의 노래라 스포일러를 부인하면서도 내심 불안을 느끼게는 했다.

그와 함께 장혜진의 섭외에 대한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에 대해서도 기다 아니다 말은 무성하여 사람들은 서서히 이소라 탈락 스포일러가 사실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아닌 게 아니라 이소라가 없다면 나가수의 음악적 무게중심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첫 무대의 바람이 분다로 시작해서 지난 주 주먹이 운다까지, 다양하고도 짐짓 경연에 무심한 듯한 태도의 이소라는 나가수가 한쪽으로만 기우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이소라가 탈락하게 되면 나가수로서는 대단히 큰 타격이자 손실이겠지만 당장은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불똥이 옥주현에게 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확정케 해주는 스포일러가 뒤이어 나왔다. 이소라가 탈락한 녹화에서 옥주현과 JK김동욱이 재녹화를 했다는 것이다. 옥주현은 공연 도중 악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음향사고로, JK김동욱은 가사를 까먹어 재녹화를 했다는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김건모의 재도전이 불러온 논란에 CP가 경질되는 사단을 일으키게 된 나가수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진은 이들의 재녹화가 재도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떻게 말을 하더라도 설득이 쉽지 않다. 일례로 BMK는 1차 경연에 편지를 부를 때 음정이 대단히 많이 틀린 부분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소위 나가수 가수가 음정이 흔들리는 굴욕적인 모습도 그대로 내보냈는데, 가사가 틀렸다고 재녹화한 것은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재녹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사실이라면 이는 먼저 청중평가단으로부터 불만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미 1차 경연에 순번의 혜택을 받은 두 사람이 이번 재녹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악기 연주가 들리지 않는 음향 사고로 인한 재녹화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가사를 까먹어 재녹화를 한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한술 더 떠서 이를 김건모의 재도전과 동일시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도전과 동급의 문제로 여길 수는 없다지만 가사를 까먹었다는 이유로 재녹화를 했다면 이는 나가수를 지탱해온 암묵적 원칙을 위배한 것일 수 있다.

생방송은 아니더라도 나가수의 무대는 단 한 번 진검 승부가 핵심이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나가수의 무대에 치명적인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혜성처럼 등장했다 퇴장한 임재범에 대한 빈자리가 큰 나가수에 이소라마저 빠지고 그 배경에 재녹화라는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면 나가수에 또 한 번의 대규모 변화를 가져올 대형사고가 될 수 있다. 편집 조작에 이은 재녹화 상황이 온 것은 분명 인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가수는 계속해서 논란을 자초했다. 그런데 논란이 오히려 약이 됐다. 고통이 따랐지만 논란이 나가수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상렬이 놀러와에 출연해서 김건모가 희생플라이를 날렸다고 말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비록 국민가수 김건모에게 대단히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경영진에게 미운털 박혔던 쌀집아저씨를 잃었지만 그로 인해 나가수는 더 큰 이익을 얻었다.

그렇지만 이번 재녹화로 인한 논란과 비난이 생긴다면 이제는 더 이상 김건모나 김영희 CP 같은 희생양이 없다. 명분상 경영진도 신정수 PD를 경질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럴 의사도 없을 것이다. 이번 재녹화 논란이 거세진다 해도 희생시킬 대상이 없다는 것은 나가수 스스로가 이 타격을 흡수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 타격이 모처럼 찾아온 일밤의 중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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