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투자의 지름길, 경제특화군 옥천, 기업하기 좋은 고장입니다.’

민선4기 군정구호였던 ‘기업하기 좋은 고장, 경제특화군’이라는 구호는 아직도 옥천군 전화 안내말로 쓰이고 있다.

옥천군 각 부서에 전화를 하려면 연결될 때까지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소리다.

이전 자치정부에서 하던 일이라고 해서 이명박 정부처럼 모든 것을 깡그리 없애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기업하기 좋은 고장을 모토로 해서 추진했던 각종 정책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민선4기를 끝낸 상황에서도 전화를 걸면 먼저 들어야 하는 안내말에 적지 않게 걱정이 된다.

각급 자치단체가 기업유치를 내걸고 생사를 걸다시피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를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도나도 기업유치와 경제활성화를 내걸다 보니 대한민국 자치단체라면 어느 한 곳,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도식에서 벗어난 곳이 없어 보인다.

어떤 자치단체에서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모든 자치단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다.

기업유치를 성사시키려면 편리한 교통여건, 물류 중심이라거나 유무형의 장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 옥천읍 가풍리 일원에 조성된 옥천의료기기농공단지 전경, 분양은 일부 됐으나 아직 착공한 업체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클러스터 센터 건물. ⓒ옥천신문
옥천군이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꾀하면서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만 해도 3개에 달한다.

이미 농공단지로 조성해서 분양에 들어간 지 1년6개월이 된 옥천읍 가풍리 옥천 의료기기·전자농공단지. 조성사업예산 149억원 중 순수 군예산으로 투입된 예산은 지방채 70억원을 포함한 116억4천600만원으로, 빚을 내면서까지 이미 1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분양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16개 블록 중 6개만 분양된 3월 현재, 분양계약을 맺은 5개 업체 가운데에서도 착공에 들어간 업체는 없다. 더구나 분양계약을 맺은 업체 역시 종업원 수나 규모 면에서 실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질 지는 걱정이 먼저 앞서는 상황이다. 미분양 면적은 7만㎡에 달한다.

이와 아울러 옥천군 청산면에 조성 중인 청산산업단지 25만㎡, 신발전지역사업으로 추진하는 옥천(군서) 첨단산업단지 70만㎡ 등 102만㎡가 분양 중이거나 조성사업을 통해 분양될 예정이다.

옥천군내에 조성하고 있는 각급 산업단지는 최근 옥천군이 정부가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발전지역사업지구로 선정되면서 그 필요성이 증대됐다. 신발전지역사업은 낙후지역에 대해 국도비 등으로 터를 조성하고 민간투자를 유치해 발전을 꾀하고 그 지역의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사업이다.

▲ 사진은 지난해 3월 청산면 인정리 일대에서 열린 청산산업단지 조성공사 기공식 모습 ⓒ옥천신문
문제는 옥천군 뿐만 아니라 충청북도내에서도 이웃한 보은, 영동, 괴산, 단양군 등이 함께 신발전사업지역으로 선정됐다는 데 있고, 이들 지역이 똑같이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낙후지역을 벗어나겠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는 데 있다.

보은군과 영동군 역시 비슷한 면적의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갖고 있다.

2014년 완공계획인 영동군 용산면 영동산업단지는 계획면적이 99만8천107㎡다. 보은군은 2014년까지 1단계지구 66만1천㎡를 포함해 148만4천㎡의 면적을 보은첨단산업단지 사업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런 산업단지는 그 완공시기가 비슷해 한꺼번에 많은 산업단지가 시장에 나올 상황이 되고, 그때가 되면 서로 자신들이 조성한 산업단지를 팔기 위해 밑지고 파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단양군은 산업단지 분양가를 3.3㎡(1평) 기준 35만원에서 26만원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원가이하로 밑지고 팔겠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은 지금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자치단체에는 울며겨자먹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옥천군도 이미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청산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옥천군에서는 11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고, 20억원을 추가발행할 예정으로, 조성원가인 236억원보다 최고 30억원에서 최저 15억원을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단지를 싸게 해서라도 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 만약 산업단지를 조성하고도 미분양 사태를 맞을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양가 인하를 부추기는 상황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자치단체가 조성하는 산업단지마다 들어올 기업들이 줄을 이어서 들어온다면 좋겠지만 어차피 들어올 기업이 한정된 마당에, 기업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고전처럼 믿는 산업화정책에 따라 잘못하면 수많은 자치단체가 빚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된들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는 아름다운 국토를 파헤쳐 기반조성을 해야 하는 사업이다. 기업활동을 통해 생산하고 노동자를 고용해서 소비를 창출할 수 있을 때 전체적인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기업유치만 외쳐서야 이뤄질 것이 없다.

중앙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전 국토를 파헤치고 자치단체들은 기업유치를 목표로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파헤치고, 어디를 가도 성할 데 없는 국토가 신음하는 데다 결국은 자치단체가 떠안은 빚을 주민들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이보다 더 갑갑한 상황은 없다.

이쯤에서 직접 주민들이 피부에 느낄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인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 또 기업유치가 아니더라도 떠나지 않는 농촌을 만드는데 관심을 더 기울이고 실질적인 활성화정책을 고안해내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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