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짝퉁. 혹은 나가수 아이돌 버전.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리 불리긴 하지만 어떻게든 나가수와의 연관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불후의 명곡2다. 나가수의 성공에 솔깃해 곧바로 따라 하기에 나선 KBS를 MBC가 속 시원히 욕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아이러니다. 위대한 탄생이 지은 업보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주 똑같이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봐야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를 것도 없는데다가 시시한 아류로 보이기 십상이다.
작은 차이를 두는 것이 자존심일지 양심일지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불후의 명곡2가 선택한 일대일 방식의 서바이벌은 긴장감의 반복으로 쉽게 식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나가수 방식이 나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팬덤의 반응이 뜨거울 것이 분명한 순위를 없애기 위한 고육책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더 많은 시청자의 잔인한 입맛을 잘 맞출지는 의문인 탓이다.
그렇다고 아직 어린 아이유에게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같은 깊은 내공의 음악성을 기대할 수는 없고 보면 점차 편곡의 방향은 천편일률적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다만 불후의 명곡2가 탈락이 없기 때문에 PD가 조율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번 지기만 한다면 이 역시 자존심 문제이기에 기획사가 그런 조율에 순순히 응할지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그러나 효린의 1위에는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창법에 있어서는 나가수의 성공비결을 답습했지만 아이돌답게 댄스를 겸했다는 점이다. 제작진이 만든 틀은 나가수와 판박이였고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아이돌의 정체성을 숨기고자 했지만 효린은 당차게 아이돌의 자존심인 댄스를 접목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아이돌은 역시 댄스에 강점이 있다.
아무리 노래에 중점을 둔다고는 해도 효린 외에는 오히려 나가수 가수들보다 더 정적인 모습이었지만 효린 혼자 당당하게 춤실력을 뽐낸 것이 현장의 청중평가단에게는 색깔 좋은 고명처럼 전달됐을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그 춤이 아니었다면 내용면에서도 나가수와 조금의 차별성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의도로 안무를 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로써 효린은 불후의 명곡2와 아이돌의 자존심 둘 모두를 조금은 지켜낸 것 같다.
불후의 명곡은 잔혹한 탈락 대신에 훈훈한 헌정을 선택했다. 그로 인해 불후의 명곡2는 결코 나가수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할 것이다. 물론 불후의 명곡2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논란이 될 정도로 뜨겁지 않다. 그래도 아이돌로만 꾸민 예능치고는 꽤 쓸 만은 하지만 독한 것을 요구하는 요즘 시류에 몸을 담그지 못한 것이어서 여전히 토요 예능의 부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불후의 명곡2가 전설을 노래하겠지만 전설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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