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가 지난주 방송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나름 빠른 대처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가수 제작진의 해명은 변명으로도 부족한 횡설수설에 불과할 뿐이라는 인상을 갖게 했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오만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옥주현을 제2의 타블로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말 또한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발언이며 협박일 뿐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그럴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네티즌만이 아니라 나가수 제작진이 그런 우를 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4대 의혹이라고 하지만 핵심적인 의혹은 편집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 문제가 된 세 장면 중 두 장면에 대해서는 같은 것이라 인정했다. 나가수 제작진은 "이는 전적으로 제작진이 편집 과정상 있었던 단순 실수다.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하듯 감정조작의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자막의 맞춤법이 틀리 듯 편집상 일어난 단순 실수"라고 했다. 신정수 PD 자신은 이 해명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연하게 일어난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나가수 제작진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만일 한번이라면 우연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연이 겹쳐지면 그것은 의도라고 읽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편집 실수가 다른 다섯 명의 가수에는 일어나지 않고 옥주현 때만 두 번이나 생긴 것은 의도적인 것이 분명한데도 설득력이 없는 우연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런 변명과 거짓이 오히려 옥주현과 나가수를 해치는 행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김영희 PD는 단지 룰을 어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파리 목숨처럼 경질됐다. 그러나 지금 신정수 PD는 시청자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해명에서 밝힌 대로 청중평가단은 청중들의 리액션을 보거나 하지 않고 각 가수들의 무대만으로 마음을 결정했다. 다시 말해서 편집조작 따위가 없었더라도 옥주현은 스스로의 힘으로 1위를 했는데, 괜한 무리수로 옥주현에 관련한 논란만 부추긴 과잉배려였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것은 속담이 주는 교훈을 나가수 제작진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옥주현에게 던져진 비난이 지나쳐서 편집의 기술로 옹호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은 숨겨야만 할 일이 아니다. 분명히 일부 네티즌의 옥주현 죽이기는 도가 지나친 면이 있기에 방송 제작자로서 출연자 보호를 위한 기술과 장치를 동원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가수의 노래에 대한 리액션을 엉뚱하게 사용한 것이 마치 맞춤법을 틀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실수라고 했는데, 이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시청자는 한 번 보고도 같은 장면의 의심을 품었는데 수십 번을 보는 편집자와 최종 완성본을 보는 방송 전문가들이 같은 장면을 놓쳤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다. 만일 제작진의 해명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나가수가 보여주는 리액션은 가수와 상관없는 의미 없는 짜깁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시청자도 알고, 제작진도 알고 있다.

미디어의 조작은 업계의 비밀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기술에 불과하다. 나가수뿐만 아니라 다른 토크쇼에서도 방청객 리액션이 만들어지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방송을 만드는 것이 그들만의 은밀한 것이라고 이런 식으로 우겨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순번에 대해서도 바뀐 룰이라고 강조했지만, 방송을 보면 가수들조차 몰랐던 사실에서 신뢰가 가질 않는다. 순번만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어쨌든 출연자들은 그 순번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니 6,7번을 새 가수에게 배려하는 것 자체가 순번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주 방송에서 순번을 정하기 위해 공 바구니를 들고 대기실에 들어서자 왜 공이 다섯 개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서 제작진은 6.7번은 새 가수가 갖게 된다고 대답했다. 카메라가 돌고 있어 가수들은 크게 반발하지 못했지만 그런 중요한 룰 변경을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졌을 것은 분명하다.

물론 새롭게 바뀐 방식이 새 가수의 불리함을 줄여주는 합리적인 배려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가수들이 심리적으로 대단히 중요시하는 순번 배정 방식에 변경이 필요하다면 일방 통보가 아니라 사전 양해 정도의 예의는 갖췄어야 하고, 평소의 나가수라면 충분히 그런 자세였을 것이다. 그러나 리허설 때까지도 말이 없다가 순번을 정할 때, 그것도 매니저인 이병진이 물어보자 건성으로 대답하는 모습에서 석연찮은 구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의도가 좋다고는 하나 중요한 룰을 변경하는 데 있어 기존 출연가수들의 동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도 특혜 논란을 떠나 가수들을 대한 제작진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가수들을 대하는 태도가 흔들린다는 것은 나가수의 근본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신정수 PD는 그 문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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