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논란 생산기가 되어버린 나가수가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옥주현의 섭외와 그녀의 출연이 아닙니다. 단순히 한 개인 때문에 이 모든 소란이 벌어졌다면 차라리 속이 편한 일이겠죠.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반응의 광풍은 훨씬 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그래서 해결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복잡하게 꼬인 결과물입니다. 나는 가수다는 지금 대중들의 요구에 너무나도 정확하게 부합하는 컨셉에서 출발했고, 출연한 가수들은 완성도 높은 무대로 화답했고, 그 형식을 서바이벌을 차용하며 긴장을 부가했습니다. 모두가 겉으로는 긍정적인 요소들인 것만 같지만 이 모든 것들은 조금만 뒤집으면 재앙이 되어 버릴, 몹시도 위험한 장점들이었어요.

선남선녀의 아이돌도 좋고, 익숙한 멜로디의 전자음 가득한 후크송도 좋다지만 이젠 좀 노래를 들어보자는 열망이야말로 나는 가수다에 쏟아진 열광의 출발점입니다.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에 목말라있던 대중들에게, 재야에 숨겨진 고수들의 음성을 들려주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엄청난 관심이 쏟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아이돌 천하의 가요계에 지쳐있었다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반응은 기묘하게 방향을 바꾸며 일부 사람들에 의해 ‘너도 가수냐’는 주홍글씨를 모든 가수들에게 써놓는 잘못된 비교와 등급 매기기를 만들며 추한 생채기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빼어난 7인의 가수들이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해온 무대는 매주 감동적이었고 그 수준은 훌륭했습니다. 매번 회가 끝날 때마다 변신과 도전을 거듭하는 이들에게는 찬사가 쏟아졌고, 그들의 기량에 전율하며 노래의 힘을 다시금 재발견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무대의 완성도는 이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고작 10여회를 지나고 있는 어린 아이라는 것을, 그나마 제작진의 교체 이후 겨우 4회를 방송한 출발점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듭니다.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그러하듯이 엄청난 시행착오와 조율, 그리고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이 프로그램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일부 시청자들의 다소 과도하고 일방적이며 무리한 요구들은 이런 훌륭한 무대와 아직은 어설픈 연출의 괴리가 주는 착시현상과 불만 탓이 커요.

이런 아슬아슬한 불균형 사이로 서바이벌이라는 잔혹함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누구를 이기겠다는 것보다는 그야말로 꼴찌는 할 수 없다는 자존심의 싸움에서 전심전력을 다해야 하는 가수들의 긴장감과 피로도는 그야말로 살인적입니다. 그 위에 4주 2회 녹화에서 공연을 더 자주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3주 2회 녹화하는 무리한 일정을 감내하며 가수들의 건강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 이번 주 방송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잔인함에 있습니다. 리얼리티 방식의 프로그램, 혹은 오디션이나 경쟁을 부추기는 서바이벌 경쟁이란, 단순히 그 분야에의 성취도와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노래만 잘한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이 아니란 거죠. 출연자는 사랑받을 만해야 하고, 마땅히 보는 시청자인 자신의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이가 나타날 때에는 감내하기 힘든 정도의 공격을 받기 일쑤이죠. 멀리 생각할 것도 없이, 많은 것들이 잘 모르는 상태로 대중들의 앞에 섰던 일반인들이 출연한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의 일부 출연자들이 받았던 가혹한 비난과 공격들을 생각해보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들이 공개된 상태의 가수들이 받게 될 공격의 강도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BMK의 말처럼 대중들은 가수들의 노래뿐만이 아니라 그 가수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그 가수 자체를 싫어하고 증오하기도 하니까요.

방송되기 이전의 루머들에서부터 시작해서, 급이 다르다는 폄하, 친숙한 곡 선정, 방송 분량과 편집의 편중과 오류, 순서 선정 등의 룰 개정, 무대 위에서의 눈물, 심지어 매니저였던 송은이의 반응 등등 이유도 많고 나름의 논리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제기의 뜻은 ‘나는 옥주현이 싫고 보기 싫다’는 반발입니다. 주어만 바꾼다면 그 모든 것들이 무대를 잘 이해한 현명한 선곡이고, 첫 출연자를 위한 제작진의 배려이며,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을 만나게 해주는 선택이고, 자신의 가수를 위한 애정의 표현일 수 있으니까요. 이미지와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연예인으로서, 이런 일부 사람들의 반발은 분명 옥주현 그녀가 상당부분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격렬한 비난이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우린 겨우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전에 이소라를 상종 못할 성격파탄자이며 나가수를 말아먹는 주범이라고 돌팔매를 했었고, 김건모를 노력도 없이 선배인 것만 내세우는 권위주의자라 욕했습니다. 정엽은 천하의 불쌍한 피해자였고, 김제동은 동료 생각에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 상식 없는 참견쟁이였고, 무도 레슬링 특집 때만해도 몸을 사린다며 욕을 먹던 박명수는 그때만큼은 원리원칙을 아는 영웅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과연 어떤가요? 이소라에게 나가수를 지탱해주고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가수라는 반응들을 보고 있으면 씁쓸한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처럼 고작 2주 만에 영웅과 역적이 뒤바뀌고, 잔인한 돌팔매들 던진 대상에게 이 모든 게 오해였다는 사과 한마디로 다른 사냥감을 찾는 삐뚤어진 여론몰이 앞에서 나는 가수다는 너무나도 취약하고 연약합니다.

쉽사리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기다림과 넒은 아량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미 말한 것처럼 나가수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그렇기에 결점도 부족함도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도 일부의 주장을 따라 줏대 없이 규칙을 바꾸기도 할 것이고, 여러 고민 끝에 내놓은 방안들이 실망을 안겨주기도 할 것입니다. 이미 많은 선배 프로그램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무수히 많은 빈틈에도 불구하고 나가수는 그들만의 장점이 살아있는, 그래서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미덕을 가진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이 프로그램의 존속을 원한다면, 그래서 기형적으로 변한 가요계를 움직일 출발점이 되어주길 바란다면 지나치게 격렬한 악담과 반응보다는 개선을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고, 조금 더 느긋한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나가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너무나도 조급한, 그리고 어쩌면 잔인한 일부 시청자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프로그램은 좀 더 기다려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