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함, 혹은 설익음. 야심차고 시끌벅적하게 시작해서 다음 주까지 3주간 진행이 될 1박2일의 여배우 특집이 보여주고 있는 느낌은 바로 이런 삐꺽거림입니다.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주인들의 얼개가 아직 엉성하기에 버거워 보이고, 그나마도 버겁게 부각시키면서 그 특성이 흔들리는. 쟁쟁한 이들을 초대한 만큼의 효과를 받기엔 지금의 1박2일이 아직 허약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특집이었다는 것이죠. 이왕 초대를 할 것이었으면 지금이 아닌 2~3달 정도 뒤에 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느껴졌거든요. 훨씬 더 유용하게, 멋지게 활용할 수 있었던 포맷을 너무 서두르다가 날려버린 대참사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1박2일이 해야 하는 가장 절실한 과제는 화려한 손님들, 그리고 그들의 특성을 보여주며 야생의 재미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줄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죠. 6명 형제들의 팀워크가 맞아 돌아간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설프기 짝이 없는 김종민과 엄태웅의 헐거움 때문이에요. 우선은 서로간의 특성을 서로 나누고, 그에 따라서 각자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하는 기초 공사가 필요한 형편에 도리어 챙겨주어야 할 손님들을 불러 모았으니 번잡스럽고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전히 강호동은 진행을 주도하고, 이승기는 그 빈틈을 채워줍니다. 이수근의 넉살 넘치는 재치와 은지원의 효과적인 포인트 잡아주기는 여전히 효율적입니다. 여배우들이 개성을 펼칠 수 있는 돗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은 바로 이들의 몫이죠. 전면에서 내용을 주도하지 않고 살짝 뒤로 물러나면서도 그 존재감을 보여줄 만큼 이들 기존의 4명은 이미 1박2일에 충분히 녹아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김종민과 엄태웅에게도 이런 능숙함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입니다. 그냥 맥없이 웃고만 있거나, 남들이 하는 것만을 따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 없이 그냥 휘둘리는 것뿐이에요.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여배우’라는 명칭과 특성에 집착하는 1박2일의 지나친 낮아짐, 혹은 공손함과 우대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야생과 격이 없음의 규칙마저 무너뜨려 버립니다. 뭐 하나만 해도 여배우‘님’들이 이런 것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라는 과도한 추임새가 이어지고, 마치 대단한 것들을 수행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버리니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점인 공감대 형성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여행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느낌을 공유할 타이밍을 미리 빼앗겨 버려요. 누가 과연 레이스에서 성공할 것인지, 입수하면 얼마나 차가울까, 복불복 승부엔 누가 이길까 하는 긴장감, 흥분됨이 전혀 느껴지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우대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기엔 애초에 나영석PD가 그렇게 시끌벅적하고 망가짐을 반복하던 KBS 여걸 프로그램의 연출자입니다. 우리는 훨씬 더 처절하게 망가지며 웃음을 주려 노력했던 여배우 패떴의 박예진을 알고 있고, 그렇게 옛일을 들추지 않고 채널만 바꾸어도 사방팔방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여배우 송지효를 보고 있습니다. 여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해서 그리 특별하게 대우받아야 할 이유나 당위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죠. 여배우 특집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지 이들이 참가했다는 것 이상의 그 무언가. 너무나 익숙해진, 그들만 호들갑을 떠는 입수 경쟁이 아니라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징과 개성이 기존 멤버들의 탄탄함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나왔어야 했어요.

그러니 이번 여배우 특집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포인트는 이전 박찬호나 양준혁의 명사 특집이나 시청자 투어에서 보여주었던 1박2일의 탄탄한 세계로의 자신감 넘치는 초대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포근함과 넉넉함과도 또 다르죠. 어떤 멤버와 팀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아애 달라지던 다양함도 아니고, 거친 야생을 함께 체험하면서 그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 그저 여배우‘님’께서 우리와 함께 이런 것도 함께 해주시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를 연발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수미를 위시한 초대 손님들의 개인기가 가끔 웃음을 주긴 하지만 딱 그 정도의 개인플레이 멈출 뿐이에요.

다음 주까지 방송될 여배우 특집에 이어, 또 한 번 개성파 연기자들과 함께 하는 특집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이런 아쉬움은 더더욱 큽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존 멤버들을 성숙시킬 시간을 가질 수만 있었어도 초대받은 여배우들은 같은 배우인 엄태웅과의 연계를 통해 또 다른 접점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혼자두기엔 여전히 불안한 김종민과 엄태웅이 적응을 끝냈다면, 두 팀으로 나누어 무려 6명의 대 인원을 이동시킬 것도 없이 좀 더 세분화된 팀 구성도 가능했겠죠. 뭐가 그리 불안해서 성급하게 초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여배우 특집은 그야말로 소문난, 하지만 그리 먹을 것은 없는 잔치집입니다. 논란의 나가수를 잠재우고 일요일 예능의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이런 식의 헐거운 깜짝 임시방편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리를 좀 더 확고하게 다지는 꾸준함이 아닐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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