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연일 악성 루머와 스포일러에 시달리고 있다. 감동이 몰아쳤던 방송 직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악재가 나가수를 괴롭히고 있다. 스포일러야 서바이벌이라는 속성 때문에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보다 현재 나가수는 악성 루머에 가혹하게 린치당하고 있다. 난동이니 선배에게 무례하니 하는 루머들은 지난 김영희 PD 때의 김건모 재도전 후폭풍과 맞먹는 파괴력으로 나가수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에도 일주일을 참지 못한 우를 반성해야 했듯이, 나가수에게 받은 감동을 값싸게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루머의 파급이 심각해지자 나가수 제작진도 악성 루머와 스포일러에 대해서 수사의뢰 가능성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솔한 대처였다. 가뜩이나 신정수 PD의 아이돌 위주 개편 발언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판단착오였다. 신PD 발언이 오해였다는 해명이 있지만 어쨌거나 오해 살 일을 자초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강경대응보다는 좀 더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했다. 나중에 가서는 실제로 수사의뢰를 하게 되더라도 처음부터 윽박지르는 태도를 보인 것은 기술적으로 미숙한 것이다. 대중들도 루머와 스포일러에 현혹되지 않고 일주일을 참아야 하지만 제작진 역시도 고통을 참고 일주일 후 방송으로 보여주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작진의 미숙한 대처와 성급한 아이돌 캐스팅

루머는 악성일수록 인터넷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우선 주현을 발탁한 것이 제작진의 미스였다. 앞서 신PD의 아이돌 발언이 오해를 살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가 바로 옥주현이었다. 옥주현의 나가수 출연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차치하고, 적어도 나가수가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옥주현의 캐스팅과 아이돌 위주 개편 발언 둘 중 하나는 숨겼어야 옳았다. 나쁜 것은 꼭 겹쳐서 온다는 머피의 법칙을 탓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나가수의 성공에 지나치게 고무되어 제작진 역시도 인간인지라 흥분상태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죽을힘을 다해 냉정을 유지했어야 했다. 또한 아이돌 발언과 옥주현 캐스팅에 대한 반발여론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도 안 될 것이다. 나가수에 아이돌 출신이라고 해서 출연을 금지한다는 것은 분명 타당치 못하다. 그러나 현재 나가수에 꽂혀 있는 대중의 들뜬 감정은 논리를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면 나가수와 옥주현 모두에게 지금 같은 시련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가수에 대한 우려 중 공통적인 것이 예술을 어떻게 점수매기냐는 불만이었다. 심지어 예술을 모독한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나가수가 노래를 망치거나 모독한 점은 아직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예능 프로사상 전례가 없을 빠를 속도로 성공 가도를 질주하고 있으며, 대중들은 앞 다퉈 진정한 노래와 가수가 바로 이것이라는 심정으로 나가수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일종의 자기 최면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감정의 격랑에 맞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시도일 뿐이다.

게시판 취재에 중독된 연예기사의 부화뇌동

지금 나가수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는 악성루머와 스포일러는 대중이 가진 부정적인 면이 가장 극명하게 표출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어차피 인터넷 상의 루머에 팩트는 아무 의미 없다. 중요한 사실은 스포일러로 시작된 나가수 유비통신이 이제는 루머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나가수 현장에 근거했던 것이 이제는 팩트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지어낸 스포일러가 유포되고, 또 그것이 화제가 된다. 이것은 게시판 취재에 중독된 연예기사들의 적극적 공범행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예기사라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작금의 연예기사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경박하다. 스포일러나 루머 말고도 나가수에 대한 글감은 차고 넘친다. 다소 딱딱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대중의 열기라면 그것도 마다할 상황이 아니다. 수백 쪽의 논문이라도 식성 좋게 독파해버릴 기세인데 굳이 스포일러와 루머같이 가볍고 천박한 소스를 찾아 헤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렇지만 루머가 됐건, 찬사가 됐건 나가수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기에 이런 논란이 당장 나가수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악재도 나가수에 대한 관심을 접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지나치게 빨리 웃자란 나가수가 악재에 시달려 건강을 잃는 것이 걱정이다.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김영희 PD를 잃었던 것처럼 지금의 악재가 나가수의 근간을 흔들 비극으로 발전되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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