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의 신정수PD가 폭탄 발언을 했다. 옥주현을 시작으로 시즌 2에서는 아이돌 중심으로 한 나가수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대중문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는 신PD의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의 나가수가 마니아틱하다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윤도현이 1위를 하고 임재범이 1위를 할 수 있었겠는가. 또한 시청률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화제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가수의 최대 적은 시청자도 아니고 경쟁 프로그램도 아닌 바로 제작진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1박 2일의 은지원은 나가수가 잘 되어야 1박 2일도 잘 된다고 윈-윈을 강조하며 나가수를 응원하고 있는 마당에 나가수는 제 무덤 파고 있는 꼴이니 말이다.

이미 아이돌은 불후의 명곡2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미 시청자들은 위대한 탄생, 슈스케는 일반인들의 경쟁,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의 경쟁, 나는 가수다는 레전드들의 경쟁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이 세 가지 구분들이 함께 모여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신정수PD의 생각은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섞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 가지 모두 섞어야 한다. 즉, 나가수에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 설득력 있고 논리적이다. 허각과 존박, 백청강과 이태권 모두 나는 가수다에 나와야 신정수 PD의 발언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컨셉이 흐지부지해지게 되고, 심한 격차로 인해 경쟁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돌과 레전드들의 경쟁도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컨셉이 흐지부지해지고 만다.

명분 추구 김영희 PD

신정수 PD가 총알받이로 내세운 것은 바로 김영희 PD이다. 초반 논란에 모든 책임을 지고 하차한 김영희 PD를 앞세운 것은 너무도 잔인하고 정치적인 모습이다. 아이돌 섭외에 대해 이미 김영희 PD 때부터 섭외가 시작되었다고 한 것이다. 마치 현재 드러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과거 정권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듯한 변명처럼 보인다.

김영희 PD는 그래도 명분을 추구했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모두 실리를 추구할 때 진짜 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주고자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수많은 가요 프로그램들이 돈에 얽매여 아이돌만 양성해내니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선 것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고, 아이러니하게 예능 프로그램이 진정한 가요 프로그램이 되는 통쾌함을 보여주었다.

김영희PD의 명분 추구는 성공적이었으나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못해서 원성을 사게 되었다. 순간의 실수로 재도전이란 룰을 만들어내면서 모든 것이 헝클어지기 시작해 결국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실리 추구 신정수 PD

신정수 PD는 김영희 PD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텐데 오히려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나가수를 나락을 빠뜨리려하고 있다. 99%의 프로그램들이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을 추구하여 1%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나는 가수다를 다시 99%의 실리 추구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대중성 확보를 위해 아이돌을 투입한다는 것은 결국 시청률과 광고 수입을 노린 것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대중적이라면 일반인도 홍대 인디 밴드도 해외 가수들도 모두 참여해야 대중적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돌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살아남는 이유는 막장 드라마와 같다. 욕하면서 보고 욕하면서 연기하는 막장 드라마는 제작진의 실리만을 추구한 자극과 선정의 결정체인 것이다. 즉, 나가수에 아이돌을 투입한다는 것은 대중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수입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가수다, 침몰의 길을 걷는가

나는 가수다는 김영희 PD로 인해 침몰할 뻔하다 다시 부활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나가수는 보란 듯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신영희 PD는 땅이 채 굳어지기도 전에 다시 침몰시켜려 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 아이돌이 나오면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 아이돌의 섭외 거절

섭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아이유는 벌써 거절한 상태이다. 나가수에 나와봤자 임재범이나 김범수같은 효과를 거둘 리도 만무하다. 오히려 레벨 차이로 인해 욕만 먹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가창력이 있다 해도 가창력을 뛰어넘는 인생의 경험이나 깊이가 있을 수 없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아이돌에게 나는 가수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만 안게 될 것이기에 섭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 시청자들의 등돌림

아이돌이 나온다면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던, 그리고 신정수 PD가 마니아라고 칭하고 있는 지금의 시청자들은 모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10대를 제외하고 20대부터 50대까지의 표를 얻어낼 수 있을까. 결국 아이돌 시즌2를 보는 바엔 음악중심이나 보겠다.

- 기존 가수들의 반발

기존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직접적으로 반발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더럽히는 일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녀시대의 런데빌런도 가사 때문에 윤도현의 불만이 많았다. 선배 가수들도 아닌 아이돌 그룹이 나와서 같이 경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가수다, 명분을 찾길

실리는 명분을 추구하면 저절로 따라온다. 특히나 나는 가수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다 죽어가던 일밤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 그건 광고 수입이 떨어질까봐 어떤 프로그램도 시도하지 못했던 명분 추구였고, 그 명분 추구는 일밤을 살렸다.

그런데 다시 바로 실리 추구로 돌아선다니 신정수 PD의 단견이 아쉽기만 하다. 김영희 PD,의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명분 추구와 원칙 고수를 하여 레전드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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