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과 윤은혜가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던 <내게 거짓말을 해봐(이하 내거해)>는 왜 처참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로코에서 두각을 나타낸 윤은혜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강지환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드라마가 외면받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지환ㆍ윤은혜 카드로도 메울 수 없는 어설픈 각본
'내거해'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전개 과정에서 드러난 식상함은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게 합니다. 우연한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내뱉은 거짓말 하나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까지 전개되는 과정이 '내거해'가 내세울 수 있는 재미의 핵심입니다.
5급 공무원 공아정과 월드 그룹 대표이사 현기준의 엉뚱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 '내거해'는 매력적인 로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의 폭이 한정된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처음부터 예고하고 시작한 이야기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입니다.
그렇게 자존심 싸움이 결혼한 여자가 되고 우연은 소문을 만들어, 이 시대 가장 매력적인 남자 현기준은 아정의 남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뭔가 특별한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나는 결혼하고 싶은 게 아니야. 결혼한 여자가 되고 싶은 거야, 지금 당장"
4회 거짓말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나서 아정이 했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주인공인 아정을 상징하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이 함축된 이 대사가 '내거해'의 주제이자 핵심임에도 그녀가 주도하고 주변에서 함께 하는 결혼한 여자가 되고자 하는 꿈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입니다.
대단한 주인공이 아니라 적당히 속물적이고 현실적 욕망에 당당한 아정은 그런 모습과는 달리,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내던져진 채 그들의 모든 행동들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친구에게 자존심 상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은 현기준에게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짓말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인 구도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번 재현되는 과정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형이 사랑한 여자를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다는 이유로 파혼하게 만들고 어느 날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온 동생은 이번에도 형과 관련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알고 봤더니 형과 또 다시 삼각관계라는 말도 안 되는 우연은 당연히 이야기의 재미나 신선도를 떨어트릴 뿐입니다. 월드 그룹의 중국 진출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인사가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무기력한 비서실 직원과 기준의 동생 상희가 아정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중국 인사와 시간을 가지는 과정들도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로 인해 현기준이 아정에게 결혼을 제안하고 그런 그들의 관계는 다시 돌아온 두 남자의 여자 오윤주의 등장으로 복잡한 거짓말 놀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결혼한 남자'가 되기로 결정한 기준 앞에 나타난 전 약혼녀 윤주. 다시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 새롭게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틀입니다.
<동안미녀>가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건드리는 나름의 전략으로 고정 시청자층을 끌어 들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실적인 동질감을 줄 수 없는 5급 공무원과 재벌남자의 엉뚱한 사랑이야기는 흥미롭지 않습니다. 5급 공무원이 내뱉는 아픔이란 가진 자의 넋두리에 그치고, 그런 허무한 관계는 시청자들을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가 꼭 현실을 반영하고 어둡고 힘겨운 이야기를 양념처럼 첨가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만의 세계를 그린 '꽃남'처럼 만화 같은 이야기가 환영 받는 사례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지요.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일 겁니다.
윤은혜가 최근 출연했던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드라마판 같은 청춘의 고민을 담고 있지만 그들만의 고급스러운 넋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이 이렇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작가의 역량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나마 강지환과 윤은혜의 팬들이 지키고 있기에 이 정도이지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작진들은 왜 많은 이들이 <최고의 사랑>에 열광하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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