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과 윤은혜가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던 <내게 거짓말을 해봐(이하 내거해)>는 왜 처참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로코에서 두각을 나타낸 윤은혜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강지환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드라마가 외면받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지환ㆍ윤은혜 카드로도 메울 수 없는 어설픈 각본

'내거해'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전개 과정에서 드러난 식상함은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게 합니다. 우연한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내뱉은 거짓말 하나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까지 전개되는 과정이 '내거해'가 내세울 수 있는 재미의 핵심입니다.

5급 공무원 공아정과 월드 그룹 대표이사 현기준의 엉뚱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 '내거해'는 매력적인 로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의 폭이 한정된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처음부터 예고하고 시작한 이야기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입니다.

행시를 통과한 5급 공무원 공아정은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형법학자의 딸이기도 합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타고난 능력으로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시작한 공부는 그를 문체부 사무관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사랑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갖춘 듯한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가 남의 남자가 되어버린 상황을 견디기 힘듭니다.

그렇게 자존심 싸움이 결혼한 여자가 되고 우연은 소문을 만들어, 이 시대 가장 매력적인 남자 현기준은 아정의 남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뭔가 특별한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나는 결혼하고 싶은 게 아니야. 결혼한 여자가 되고 싶은 거야, 지금 당장"

4회 거짓말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나서 아정이 했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주인공인 아정을 상징하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이 함축된 이 대사가 '내거해'의 주제이자 핵심임에도 그녀가 주도하고 주변에서 함께 하는 결혼한 여자가 되고자 하는 꿈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입니다.

대단한 주인공이 아니라 적당히 속물적이고 현실적 욕망에 당당한 아정은 그런 모습과는 달리,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내던져진 채 그들의 모든 행동들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친구에게 자존심 상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은 현기준에게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짓말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인 구도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번 재현되는 과정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형이 사랑한 여자를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다는 이유로 파혼하게 만들고 어느 날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온 동생은 이번에도 형과 관련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알고 봤더니 형과 또 다시 삼각관계라는 말도 안 되는 우연은 당연히 이야기의 재미나 신선도를 떨어트릴 뿐입니다. 월드 그룹의 중국 진출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인사가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무기력한 비서실 직원과 기준의 동생 상희가 아정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중국 인사와 시간을 가지는 과정들도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로 인해 현기준이 아정에게 결혼을 제안하고 그런 그들의 관계는 다시 돌아온 두 남자의 여자 오윤주의 등장으로 복잡한 거짓말 놀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결혼한 남자'가 되기로 결정한 기준 앞에 나타난 전 약혼녀 윤주. 다시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 새롭게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틀입니다.

강지환과 윤은혜라는 막강한 카드를 가지고도 월화극 1위를 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더욱 <동안미녀>에도 밀리며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짝패>가 끝난 후 <리플리>가 시작되면 그나마 뒷심도 보여주지 못하고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동안미녀>가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건드리는 나름의 전략으로 고정 시청자층을 끌어 들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실적인 동질감을 줄 수 없는 5급 공무원과 재벌남자의 엉뚱한 사랑이야기는 흥미롭지 않습니다. 5급 공무원이 내뱉는 아픔이란 가진 자의 넋두리에 그치고, 그런 허무한 관계는 시청자들을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가 꼭 현실을 반영하고 어둡고 힘겨운 이야기를 양념처럼 첨가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만의 세계를 그린 '꽃남'처럼 만화 같은 이야기가 환영 받는 사례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지요.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일 겁니다.

윤은혜가 최근 출연했던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드라마판 같은 청춘의 고민을 담고 있지만 그들만의 고급스러운 넋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이 이렇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작가의 역량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나마 강지환과 윤은혜의 팬들이 지키고 있기에 이 정도이지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작진들은 왜 많은 이들이 <최고의 사랑>에 열광하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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