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前 게임중독자다. 초등학교 때 복잡하고 빈곤했던 집안 사정 때문인지 게임 중독은 아주 자연스레 다가왔다. 당시 바람의 나라의 한 서버가 신규로 만들어졌었는데, 유료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게임을 이용했던 이용자들과 이미 고수라 불리는 다른 서버의 유저들이 신항로를 개척하기위해 그 서버에 몇 십만이라 추정되는 인구가 푸줏간에서 "도토리 200개 판다"와 주막에서 "동동주 줘"를 외쳤던 적이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4~5학년 즈음이었던 나는 그 몇 십만의 인구 중 단 며칠이었지만 '도적' 직업 부분에서 전국 1등을 했었다. 학교에 대부분 결석하고 모니터 앞에서 숙식을 하며 전력투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계기로 이후 삶이 정상적으로 풀려, 당시 최연소로 게임 중독 극복 수기 공모전에서도 입상해 책으로 나오고 뉴스에 나오고 인터뷰도 하고 논문에도 쓰였을 만큼, 어찌 보면 실제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종이 쪼가리에만 의거해 게임 중독 어쩌구 떠들어대는 아가리 파이터들보다는 내가 한수 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기사를 보았고 국회법제사법위원에서 만장일치로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순간 든 생각. 셧다운제, 과연 먹히겠냐?


먼저, 셧다운제란 무엇?

셧다운제는 간단히 말해서,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신장하기 위해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게임을 못 하게 하는 법이다. 여기서 청소년이란 기준은 만 16세 미만을 의미하며 현재는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시킬 예정이란다. 추세를 보고 2년 후 모바일 게임 등으로 확대 예정이라고 하며, 올해 11월부터 적용 예정이고 19세 미만까지 상향 규정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일부 학부모들과 이 법을 찬성하는 이들의 표현을 따르자면) "아쉽게도" 시행되지 못했다. 참고로 생일이 지나지 않은 대학교 2학년이 만 19세이다.


실효성이 없다

예전에 '큐플레이'라는 게임을 했을 때 한 컴퓨터에서 여러 창을 켤 수 있는 멀티프로그램이 있었다. 게임 내에서는 불법이었지만 요새 중고등학생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보다 더 많이 통용되고 있던 필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나는 효과적인 장사와 캐릭터 키우기를 위해 4가지 아이디를 쓰고 있었는데, 나를 포함해 엄마, 아빠, 누나의 주민등록번호로 등록한 아이디였다.

한마디로 부모님 걸로 하면 된다. 정말 쉽다. 정보화 시대, 姓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끓어오를 나이에 부모님 주민등록번호 한둘쯤은 필수가 아닐까. 사이렌 등으로 항시 주민번호를 관리하고 철저하게 컴퓨터를 제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식들이 아니라면, 컴퓨터에 익숙지 못한 세대의 부모님 주민번호 정도는 정말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전혀 실리적이지 못한 법안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침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 15세의 A군은 잠자기 전 1시간씩 게임을 하는 것이 그날의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도 게임을 막아야 옳은가? 굳이 이 1시간씩 게임을 하고 싶어 결제 내역과 사용 시간 등을 공개하고 부모님과 공유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만들어야 하는 건가?

근본적으로 그거 막는다고 게임하는 청소년 절대 안 줄어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생각이다.


시대착오적 발상, 게임은 유해물이 아니다

게임이 유해물인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청소년들에게 유해물 활용을 제시하는 유해 직업이며, 게임 TV는 유해 방송인가. 왜 도대체 이러한 제도가 나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게임은 포르노가 아니고, 도박이 아니다.

게임 셧다운제를 지지하는 한나라당의 이모 의원은 이 정책을 "그동안 청소년 게임 중독에 소홀했던 정부의 상징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확신할 수 있다.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려는 강제성이 문제

게임 중독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일어날 수 있는 피해가 한둘이 아닌 만큼 겪어봤으니 알고 있고, 봐왔으니 알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려는 정책이 더 문제다.

이외수 작가는 셧다운제에 대해 트위터에 "차라리 공부를 제한하라", "셧다운제는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보도용이라는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배가시키거나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며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현실적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며 좀더 숙고할 문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 실명제나 성교육이나 셧다운제나 어렸을 때부터 배울 수 있는 근본적인 교육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고작 표면적으로 잠자는 시간만 만들어주는 허례허식, 시간 때우기 교육과 대충 찍고 넘기게 하는 종이 한 장으로 노력이라는 단어는 설명되지 않는다. 근본을 뚫지 못하고 임시적 방편으로 허리를 치는 방법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불안과 역효과만을 내놓는다. 사실 이 정책은 임시적 방편조차 되지 못하는 최악의 법안이다.

"아울러 게임을 하지 못하면 야동을 보게 되는 청소년이 늘어나 포르노 영상 수익이 크게 늘 것" - CNN

"셧다운제는 사실상 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입법이며 이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중소기업은 사라지고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수밖에 없는데다 국내 산업만 위축되는 공동화현상이 발생할 것" -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

"청소년의 문화결정권과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국민의 기본권에 반하는 법안이며, 공청회도 의견수렴도 없이 진행된 셧다운제의 날치기 법안 상정은 지지 받을 수 없다." - 문화연대 성명서 中


결국, 돈 때문인가?

돈 때문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허나 이러한 법안에 정부부처가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6월 회기 상정을 추진 중인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말한 적이 있는 '게임중독치료 업계 부담금법'의 명분이 될 가능성도 있어, 업계는 산업 '규제대란'의 전초전이라는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올 3월 18일 여성가족부장관이 게임 업체의 매출 1%를 부담금으로 걷을 수 있도록 한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2010년 기준 4,000억 원 가량의 금액을 게임 업체가 부담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성가족부가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 "돈 때문에 이러한 법안을 상정하려는 것이 아니냐", "청소년 보호를 앞세운 월권이다"라는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국민들 대다수가 아니라고 말하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또 언급하지만, 이 민주주의란 이름에 부합되지 않는 셧다운제를 “국회의 판단과 결정은 시계추와 같아서, 국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번 셧다운제는 여론에 따라 통과된 성격이 짙다”라며 또 국민에게 넘기며 무마하지 말기를 바란다.

구전문사(求田問舍)라 했다. 자기가 부칠 논밭이나 집을 구하는 데만 마음을 쓴다는 뜻으로, 원대한 큰 뜻을 지니지 못하는 셧다운제를 대중들이 이르는 말이다. 커지고 있는 중국 게임 산업을 보며 "국내 게임 산업계에 자정 능력을 강화하지 않았다."라는 말보다는 치유 센터 확립이나 관련 기관들의 전폭적인 지원 등의 능동적인 조치를, 법의 규제보다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고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위한 투자를 해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해줬으면 좋겠다. 요런 하등 쓸 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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