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이런다. 역시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면 겁이 난다. 오늘 심장은 북치기 박치기 두비두 밥바하고 뛰고 있다. 그러나 한번 살펴 볼 주제이기 때문에 써야 한다. 결론도 없을 것이고, 감흥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제기의 차원에서 한번은 쓰고 넘어가려고 한다. 참고로 이 글, 논쟁거리 정말 많다.


왜 가요계가 아이돌판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본래 어떤 결과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아이돌과 비아이돌이 함께 풀어나가던 가요계의 황금기에서 오직 아이돌밖에 남지 않은 현재의 가요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훌륭한 단서는 바로 '매체'의 변화이다.

음악을 전달하는 매체가 '테이프'에서 'CD'로 바뀌었던 90년대에는 음반판매량이 무척 많았다. 생일에 가장 많이 선물하는 것이 바로 '테이프' 혹은 'CD'였으니까. 매체가 바뀌면서 가수들의 소득도 무척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테이프는 '4500원~5000원' CD는 '9800원~12000원'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똑같이 1장을 팔아도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을 들으려면 음반을 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가수들의 음반을 사는 행위는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음반이 1년에 몇 개씩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음반 유통환경은 급속도로 무료화되었다. 인터넷과 mp3 플레이어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집에서 '벅스뮤직'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음악을 들었고, '소리바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 'mp3'파일을 다운받았다. 당연하게도 음반시장에 폭풍 같은 불황이 찾아오게 되었다.

이런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팬덤'이었다. 절대적인 팬덤을 구축하면 자연스레 음반을 사게 되는 상황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음반 기획자들은 당연히 팬덤이 강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위주로 시장의 상품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음반시장의 불황은 더욱 심해졌고, 음반제작자들은 '벅스뮤직'이나 '소리바다'를 고소하기도 하였다. 당시 토론프로그램에서 여러 사람들이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는데, 특히 박진영 씨가 나와서 아주 엄청난 욕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네티즌에게 수많은 욕을 먹었던 박진영 씨는 '음반시장의 불황이 더 좋은 음악을 하는데 큰 장해물'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고, 네티즌들은 고작 아이돌 음악 같은 거나 하면서 무슨 좋은 음악 운운하냐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때 비난을 가했던 네티즌들의 논리는 '돈 주고 들을 만한 음악이 없으므로 무료로 듣는다'였다.

이후 벅스뮤직이나 소리바다 같은 음원의 무료 제공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또 다른 음원의 유통 방식이 생겨나게 되는데 그것이 현재의 멜론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월 정액을 내면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 수의 노래를 다운받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물론 '무료'보다는 나은 것이 사실이지만 가수들에게 큰 이득을 남겨주지는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월 정액 4000원에 40곡 무료 다운이라고 하면 결국 한 곡당 100원이라는 말인데, 이 중에서 유통사가 가져가는 몫이 거의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조) 가수에게 돌아가는 몫은 4.5%이므로 한 곡을 다운로드 받을 때 4.5원 정도가 가수에게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가지 더 하자면 만약 멤버가 5명인 경우 18원은 더 낮아지게 된다. 한 명당 한 1원 정도 되시겠다. 100만 다운로드 발생시 100만 원이다. 와우, 물론 이 비율은 때에 따라 다르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 '멜론'은 약 20%만을 가져가고 벨소리 등으로 판매되는 경우 '이통사'가 무려 60% 이상을 가져간다고 한다. (참조)

이런 음원유통 방식이 생기자 음반제작사(기획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또 다시 수익을 창출해낼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는데 그것이 '다인원 아이돌'이다. 우선 '다인원 아이돌'이 가진 최대 강점은 일단 개개인 맴버들의 팬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솔로'보다는 음원 판매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다인원'의 경우 가수들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적어지겠지만 기획사는 '솔로'든 '다인원'이든 많이만 팔리면 더 벌 수 있다. 따라서 '개개인'의 팬이 생기고 음원판매가 더 많아 질 수 있는 '다인원체제' 아이돌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또한 가수가 노래보다는 다른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예능'에 재능 있는 멤버, '연기' 잘하는 멤버, '노래'를 하는 멤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게 된다.

일단 아이돌은 데뷔가 쉽다. 연기나 예능에 비해서는 시장 진입이 무척 수월하다. 따라서 일단 연습시켜서 음원을 발매하고 어떻게든 팬덤을 확보하고 활동 범위를 넓힌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음원 판매를 넓히고 종국에는 수익 창출이 수월한 해외시장으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음반제작사 혹은 기획사의 영업 방식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방신기 같은 아이돌이 국내활동보다는 해외활동에 집중하게 된 것이고, 한류의 첨병이 된 몇몇 아이돌 집단이 소속사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 것이다. 가수들이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 분배와, 기획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속사와 아이돌 사이에 충돌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여러 사태를 통해 조정 노력이 일고 있는 것은 다행으로 보인다.)

즉, 가요계가 아이돌 판이 된 가장 큰 원인은 이 산업구조에 있다고 본다.

나는 가수다의 자정 능력, 그러나...

현재의 나는 가수다 열풍은 작년 슈퍼스타K2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다. 정말 노래를 하려는 여러 참가자들 덕분에 사람들은 '아이돌'보다 '슈퍼스타K2' 출연자들이 훨씬 낫다는 말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음원을 구매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상업적인 가치 또한 입증시켜주었다. 이어 세시봉을 통해서 불이 더 옮겨붙더니 이제 '나는 가수다'로 오면서 가요계는 '아이돌판'에서 다양성을 갖춘 건전한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현재 멜론 차트를 보면 아이돌의 음악과 나는 가수다의 음악 그리고 10cm라는 인디밴드의 음악이 함께 1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다행스럽게도 너무나 천편일률적이었던 가요계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현상에도 안타까운 점은 있다. 결국 TV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가수들은 먹고 살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관심과 음원 수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성이 있는 다른 가수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힘들 것이며, 결국 '나는 가수다'의 무대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한 많은 '가수'들은 계속 힘들 것이 분명하다. 기획사들 또한 기존의 제작 형태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확률상으로 보면 역시 아이돌이 회사를 망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수익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수다'가 아이돌 천하의 가요계에 좋은 음악을 들려줌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의 귀를 호강시켜준다는 점은 분명히 한 발자국 나아간 것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타이거 JK가 분유값 때문에 걱정했다는 이야기가 너무 안타까웠다. 미국에서는 노래 하나만 떠도 3대가 먹고 산다고 한다. 물론 시장의 규모가 다르니까 단순히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한민국 힙합계의 전설인 타이거JK인데 분유값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나? 그러니까 핵심은 결국 돈이다. 수익이 어떻게 창출되고 어떻게 분배되는가? 이것이 해결되면 우리는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천국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결국 '아이돌락', '아이돌댄스'. '아이돌발라드', '아이돌재즈', '아이돌R&B' 등 아이돌의 아류만을 보게 될 것이다. 아니면 또 다른 장사되는 형태의 음악이 가득 찬 천편일률적인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다. 문화는 다양해야 발전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아이돌에게도 썩 좋지 않다. 나는 데뷔를 위해 그들이 한 노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죽을 만큼 노력해도 자기에게 돌아오는 소득은 턱없이 적은, 그러면서 가수이지만 노래 연습보다는 다른 것들에 매진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환경에서 그들이 느낄 자괴감도 분명히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결방안?

미국의 소리바다와 같은 넵스터가 미국을 휩쓸 때도 있었다. 지금 미국은 아이튠즈가 휩쓴다. 이유는 편리함도 있고, 아이팟이라는 기기의 성공 때문일 수도 있다.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통사가 30%를 가져가고, 70%를 음악 저작/실연/저작인접권자에게 돌아간다는 수익분배율도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적어도 팬이라면 자기 가수들에게 더 이득이 돌아가는 곳에서 음원을 구매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 저작/실연/저작인접권자가 어떻게 비율을 나누냐에 따라서 가수가 돈을 많이 받을지 적게 받을지는 또 달라진다.)

국내에서도 이런 비율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기획사는 초거대 유통사가 정해 놓은 비율에 따라서 가장 이득을 많이 내기 위한 음악을 만들고 가수를 구성했다. 앞으로는 가수가 아닌 유통사와의 협약을 통해서 음악 저작/실연/저작인접권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가수가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배고픈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난 돌을 던지고 싶다. 일단 음악도 먹고 살아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다. 유통사가 그렇게 많은 분배율을 가져가는 것이 혹여나 비용상의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비용상의 문제를 가장 많이 야기하는 것이 아마도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일 것이다. 구매한 곡을 포함해 그 이상의 곡을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을 때 생기는 서버의 부하와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직 유통사만 배를 불리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분배될지는 모르겠지만 4000원을 내고 100곡을 스트리밍해서 듣는다면 한 곡당 40원의 소득이 책정될 것이고 노래 한 곡의 가치가 이렇게 낮게 책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가수가 얻는 소득이 4.5%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4000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마구잡이식의 음원이용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음악 저작/실연/저작인접권자의 수익을 줄이게 된다.

물론 돈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매자들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는 참 좋을 것이다. 싼 값에 무한정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닐까? 난 공짜 좋아하는 네티즌들에게 또 엄청난 욕을 먹을지 모른다.

'돈 내고 음악 듣자', '무제한 스트리밍서비스 폐지하자.'

만약 이것이 힘들다면 결국 음원 가격을 올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음원 가격을 올리면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결국 스트리밍서비스의 가격을 높이는 것을 통해 '가수'보다는 다시 유통사만 배부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해결책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뿐이다. 완전히 중단은 안 되더라도 일정한 제한을 둔다거나 해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으로 개선은 되어야 한다.

불법유통을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합법적이나 잘못되어 있는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약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가요계는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똑같은 형태 일색'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가요계는 여러분들이 말한 것처럼 현재의 바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조금은 양보를 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좋은 음악 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생각해 보면 한 곡당 500~600원은 충분히 지불할 만하지 않을까? 그것도 한번 구매하면 계속 들을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의 가요계는 모두가 불만인 것이 사실이다. 제작사(기획사)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음악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대중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지금의 상황이 맘에 안 든다면 핵심부터 다시 논의해 보는 구조가 필요하다. 가요계, 유통계, 그리고 소비자가 서로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다면 더 좋은 문화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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