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경지였다.

8일 방송된 가수들의 무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다양한 장르, 각양각색의 소리, 깊이 있는 목소리가 함께 빚어진 풍성한 음악의 향연. 질린 음악은 MP3에서 '삭제'해버리는 값싼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그들이 보여준 폭풍 감성은 정말 `황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순위가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상렬이 "무대를 씹어 먹는 줄 알았다"라고 말할 만큼 폭풍 카리스마를 보여준 임재범의 '빈 잔' 무대는 북소리와 함께 전자 기타와 매력적인 임재범의 보이스가 배치돼 신비와 경이를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록 무대였고, 김범수·박정현·김연우는 명불허전 최고의 보컬을 보여주었으며, 이소라는 보아의 '넘버원'을 완벽히 재해석해 본인에게 어울리면서도 색다른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우려가 컸던 윤도현의 '마법의 성'도 YB만의 스타일로 편곡되어 인기를 끌었고, BMK는 잔잔한 선율에 폭발적인 성량으로 마음을 울렸던 재즈 편곡을 들려주었다. 정말 좋은 무대였다.

허나 보면서 조금 찝찝한 점이 있었다. 바로 나는 가수다의 핵심인 순위 선정이었는데, 나는 1회 때부터 있어 온 이러한 논란에 이전 글☞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이 정당화되는 이유 등에서 항상 "이미 서바이벌로 나타날 수 있는 이면은 축소되었다." "얻는 것이 더 많다." "음악에 집중하게 해줄 수 있는 장치이다."라고 외쳐 왔다. 그런데 이번 방송의 순위 선정을 지켜보면서 불안한 뭔가가 가슴을 계속 조여왔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엽이 아니라 BMK였기 때문?

정엽은 어떻게 보면 7위를 할 수도 있겠다는 여지가 있었다. 제일 후배였고, 곡 선정이 최악이었고, 출연진 중 대중성이 가장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범수의 7위는 대중성을 감안하지 않은 곡 선택 때문이었으며, 김건모는 립스틱 퍼포먼스와 함께 최선을 다하지 못한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나 BMK는 빗댈 만한 이유가 없었고 개그맨들이 대부분 BMK를 상위권에 위치시켜 둘 만큼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

편집에서 긴장과 초조, 불안과 창피 등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에 방송의 긴장감과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편집이 점점 시청자들에게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무대 뒤에서 눈물을 흘리고 매니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등 7위에 대한 우려와 압박감, 긴장감 등을 유독 BMK의 모습에서 많이 볼 수 있어서 점점 낮은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울면 어떻게 하지, 뻘쭘한 상황을 어떻게 견디지하는 등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극적인 퍼포먼스의 부재 = 하위권?

김연우는 높은 음역대도 자연스레 처리하며 감정을 이어가는 스타일이다. 아주 매력적인 미성으로 듣기 편하고 훌륭한 음악을 하는 가수임은 분명하나,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주는 다양하고 극적인 무대에선 선호도가 밀린다는 인식이 계속 드는 것은 사실이다. 굉장한 실력파임에도 불구하고 2회 연속 6위라는 하위 성적을 냈으며, 이번 경연에서 본인도 마음을 내려 놓았다고 할 만큼 7위로 예상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첫 경연 중 임재범이 "더 보여줄 수 있는데도 절제하며 노래를 하잖아, 진짜 노래를 잘한다."라고 김연우를 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김범수와 박정현의 폭발적인 고음, 이소라의 감성과 색다른 모습, 임재범과 윤도현의 카리스마, BMK의 폭발적인 성량 등이 현장에 있는 청중평가단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극적인 퍼포먼스의 부재 = 하위권이라는 인식이 순위 선정에서의 불편함을 가지게 한다.

순위를 매길 수 없는 무대이기 때문에

과거의 무대들도 훌륭했지만, 이번 경연은 정말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굉장한 무대였다. 소름과 눈물과 감동이 함께 할 정도. 실력에 의한 차등이 아닌 선호도에 대한 차등이라는 순위의 정당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꼴찌라는 것은 여전히 가수들 자존심의 상처가 될 요소임은 분명해 보이고, 여전히 사람들이 수군거릴 수 있는 가십임에도 또한 분명하다.


서바이벌은 없어졌지만···

나는 가수다의 제목에서 서바이벌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서바이벌은 존재하며 그 이면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제작진은 편집 등에서 7위가 된 가수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순위 선정에 불편함은 느꼈지만, 그 이전에 전율이 느껴지는 무대를 봤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만족이 있음 또한 분명하다.

가수들 사이에서 7위라는 건, 김범수가 칼을 갈아 엄청난 무대를 보여줬듯 동기부여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순위에 상관없이 늘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대들의 무대는 Still My No.1 입니다."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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