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토르>가 역시 미국 박스 오피스에 1위로 데뷔했습니다. 만약 1위를 하지 못했다면 그거야말로 이변이겠죠. 제작비 1억 5천만 불에 6,600만 불이라는 첫 주말의 흥행수입도 준수합니다. <토르>의 오프닝 성적은 역대 슈퍼 히어로 무비로는 11위에 랭크됐습니다.(10위권 내에 DC 작품은 <다크 나이트>가 유일하군요) 마블의 원작을 가진 그것으로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시리즈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에 개봉하여 8천만 불을 넘긴 <분노의 질주 5>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아이맥스 3D로도 상영한 <토르>와 달리 <분노의 질주 5>는 3D 상영이 아예 없습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와 반대인 상황이라 조금 의외입니다. 전통적으로 히어로 무비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첫 주말의 성적에서 <토르>가 <분노의 질주 5>를 앞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8일 만에 관객수 100만을 돌파하면서 올해 개봉한 외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리기도 했죠. 현재까지의 누적 관객수에서도 <토르>는 일주일 늦게 개봉했음에도 <분노의 질주 5>를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북미에서도 수입이 아닌 관객수로 따지면 <토르>는 <헐크, 판타스틱 포>에도 뒤졌습니다. <토르>가 본디 마블 히어로 중에서 인기가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던데, 그런 영향 탓일까요? 그리고 평점도 꽤 하락한 상황입니다. 개봉 전만 해도 로튼 토마토에서 95% 이상의 고점을 보여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었는데 지금은 78%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분노의 질주 5>는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좋아합니다만 이 정도의 인기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네요. <분노의 질주 5>가 첫 주에 기록한 약 8,600만 불은 역대 4월 및 봄에 개봉한 영화로는 최고입니다. 아울러 배급사인 유니버설의 작품으로도 역대 최고의 데뷔 성적입니다.

물론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제 개봉한 지 달랑 2주가 지났지만 이전까지 가장 높은 수입을 기록한 4편과 불과 약 1,500만 불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가볍게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수입을 기록하겠군요. 하지만 제작비가 4편에 비해 4천만 불 정도 많은 1억 2,500만 불이니 그걸로 만족해선 안 됩니다. 어쨌거나 이런 인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제작사에서도 벌써부터 6편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겠죠? 참고로 <분노의 질주 5>도 3D로 개봉하려다가 변환작업을 테스트한 후에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아 접었다고 합니다.

가끔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거의 모든 배우가 흑인으로 구성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타일러 페리의 영화가 있고, 작년 이맘때엔 <Death at a Funeral>도 그랬습니다. 지금 보시는 <Jumping the Broom>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대다수의 할리우드 영화가 백인으로 출연진을 구성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특이할 것도 없습니다. 진짜 특이한 점은 이런 영화들의 평점이 엉망이라는 겁니다. 타일러 페리의 영화는 늘상 그랬고, <Death at a Funeral>도 그랬고, <Jumping the Broom>도 그렇습니다. 설마 어떤 인종적인 문제가 개입된 결과는 아니겠죠?

어쨌든 이 영화는 서로 다른 두 가족이 결혼을 매개로 만나 융화하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를 전달하고 싶지만 공개된 것이 이게 전부입니다) 언뜻 <밋 더 페어런츠> 시리즈가 떠오르는군요. 평점이야 둘째 치더라도 제작비 6,600만 불에 1,370만 불의 수입이라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수치는 아닌 듯합니다.

<Jumping the Broom>의 예고편입니다.

4위도 로맨틱 코미디인 <Something Borrowed>가 차지했습니다. 3, 4위에 오른 신규 개봉작이 모두 로맨틱 코미디이며 결혼을 소재로 하고 있군요. 후자가 수입에선 뒤처졌지만 제작비가 3천만 불 가량 낮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두 영화의 관객층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연령은 각각 35세 이상과 25세 이상으로 나뉘었습니다.

<Jumping the Broom>이 서로 다른 가족의 만남이라면, <Something Borrowed>는 사랑과 우정 사이입니다. 주인공 레이첼이 절친인 다아시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죠.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예고편을 보면 좀 더 복잡합니다. 그러니까 원래 레이첼이 다아시의 약혼자를 먼저 만났고, 그를 먼저 좋아했습니다. 다만 겉으로 표현을 못하고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는데, 하필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킵니다.

<Something Borrowed>의 예고편입니다.

<리오>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었군요. 지난주와 비교하여 세 계단을 하락했다면 개봉 3주차에도 2위였다는 얘기니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입니다. 수입에서는 개봉 4주차에 이르러 1억 불을 돌파했습니다.

6위인 <워터 포 엘리펀트>의 성적도 제법 양호하네요. 개봉 3주차에 제작비는 돌파했으니 양호하다고 해도 괜찮겠죠? 어차피 크게 흥행하라리곤 예상하지 않았던 영화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전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방금 확인하니 국내외에서 전문가 평가에 비해 관객 평가는 좋은 편이네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타일러 페리의 신작이 7위입니다. 타일러 페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이 사람의 영화는 개봉만 하면 일단 기본적인 흥행은 합니다. 그만큼 고정 관객층이 있다는 증거겠죠? 혹시나 하고 봤더니 개봉 첫 주에 2,500만 불을 돌파하면서 2위로 데뷔했었군요. 총 수입도 <워터 포 엘리펀트>보다 앞섰습니다.

8위는 제목 그대로 한 고등학교의 무도회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 <Prom>입니다. 소재만 보면 10대들의 지지가 있을 법도 한데, 개봉 2주차를 지났음에도 고작 8백만 불이라는 저렴한 제작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전하는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3주 전부터 지금까지 탑 10에 남아있는 영화는 단 두 편입니다. 5위에 오른 <리오> 그리고 바로 이 영화 <소울 서퍼>입니다. <리오>야 1위로 데뷔했던 영화라 놀라울 것까진 없습니다만 <소울 서퍼>는 의외네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가 보여주는 힘일까요? 개봉 첫 주말에 4위로 데뷔하면서도 수입은 가까스로 1천만 불을 돌파한 수준이라 주목하진 않았는데, 5주차까지 탑 10 안에 머물고 있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총 수입도 제작비의 두 배를 넘었군요. 이 영화가 개봉하면 전 꼭 봅니다. 예쁘게 자란 안나소피아 롭 때문이라도...

제목은 생소해도 이미지를 보면 어떤 작품인지 아시겠죠? 몇 년 전에 국내에서 <빨간 모자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의 속편입니다. 속편이 제작될 만큼 흥행이 성공적이었나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순위뿐만 아니라 수입에서도 돈을 꽤 벌었군요. 개봉 5주차까지 탑 10에 머물렀고 흥행수입은 5천만 불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속편의 성적은 참담합니다. 개봉 2주차의 총 수입이 7백만 불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넘어가더라도, 2,5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로는 역대 10위에 해당할 정도로 저조한 데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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