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은 여전히 김태원의 기적을 안정적으로 이어갔다. 위대한 탄생 다섯 번째 생방송은 데이비드 오를 탈락시켰고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 등 김태원 멘티들을 TOP4에 안착시켰다. 그런 속에서 유일한 외국인 셰인이 홀로 남아 고군분투하며 다음 무대까지 생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멘토들의 점수와 탈락자는 달랐으며, 숱한 비판과 지적에도 위대한 탄생 투표 방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지난주 위대한 탄생을 뜨거운 논란으로 몰아넣은 정희주 탈락은 중복투표, 인기투표, 멘토 투표의 문제점을 원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탈락한 데이비드 오가 받은 심사위원 2위 점수는 여전히 위대한 탄생 심사점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참가자들의 노래 자체보다 멘토의 심사평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기이한 오디션이 되고 말았다. 그런 속에 똑똑하고 치우침 없는 김윤아의 말 한 마디가 남기는 여운이 크다.
그렇다고 위대한 탄생 제작진의 문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높은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고, 슈스케와 달리 참가자들의 자체 스타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은 가장 강력한 현상유지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주 정희주가 심사위원 점수 1위를 하고 탈락한 것과 데이비드 오의 탈락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중은 심사위원의 평가를 경청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특정한 멘토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하건 무조건 반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번 생방송 중에 관객이 야유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멘토 방시혁은 심사평을 하다가 들려오는 야유 소리에 당황해서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좀 더 빨리 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쨌거나 인터넷에서 비난과 야유가 들끓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방시혁이지만 자신의 태도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반면 이번 주 이은미는 방시혁과 달리 아니 기존의 이은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와 앉아있는 것처럼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주까지 방시혁과 이은미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한 방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주 이은미는 소위 독설을 자제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으며, 결정적으로 점수는 다섯 멘토 중에서 가장 후한 모습을 보였다.
방시혁은 급기야 생방송 중에 관객으로부터 야유를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반면 방시혁과 동급의 안티를 양산해내던 이은미는 태도를 바꿔 독설도 없고, 점수도 누구에게나 최고 점수를 주고 있다. 과연 그것이 이은미 본인의 진솔한 평가인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이전까지의 평가와 점수는 무엇일까? 이은미의 변화는 논란에 떠밀려 자기 의지를 포기한 소극적인 태도로 보인다. 위탄 현상을 드라마에 비유하며 대중의 권력에 도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세 번의 선택만을 남긴 위대한 탄생 멘토 시스템은 멘티들에게 이중 경쟁의 부담을 지웠다.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시쳇말을 다시금 실감나게 했다. 위대한 탄생의 경쟁은 무대 위의 멘티들이 아니라 심사위원 석의 멘토들에게 달렸다. 그러나 승자는 오래전에 결정되었고 그 결과 의지도 없이 끌려가는 좀비 멘토를 만들고 말았다. 고도성장을 거듭한 위대한 탄생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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