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가 놀러와에 출연했다. 그것도 이승기에다가 정엽, 홍경민까지 동행했으니 놀러와의 최근 특집 중에서도 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이승기가 MBC에 나들이했으니 더 반가운 일이다. 이승기 팬에게는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연 사흘의 완벽한 선물이 된 셈이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대중적 인기까지 얻게 된 정엽과 새 음악프로의 MC로 낙점된 홍경민 모두 반가운 얼굴들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그들이 전해준 이선희의 전설 같은 에피소드들 역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던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주 놀러와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토크쇼에서 토크 위주로 간 것이 잘못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세시봉으로 길들여진 귀는 이선희 출연에 토크보다는 노래에 더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이선희와 아이들이라는 특집 제목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이승기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사람들도 물론 많았겠지만 그래도 이선희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특집이고, 이선희하면 역시나 노래를 들려줬어야 했다.

다음주 2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노래 비중이 세시봉만큼 절대적이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불만스럽다. 어차피 예나 지금이나 이선희는 예능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선희를 정말 좋아하는 이들이 절대 소장해야 하는 예능 프로가 있었다. 과거 탁재훈과 신정환이 진행했던 불후의 명곡이다. 물론 그때도 아주 충분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선희의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때가 2009년이니 2년 만에 이선희 노래를 실컷 듣나 싶어 기대했다가 실망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의도겠지만 세시봉 특집으로 세상을 노래라는 화두에 휩싸이게 한 놀러와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놓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인지 중요한 자막 실수까지 범했다. 이선희의 노래를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한 곡씩 이어 부르기를 했는데, 그때 홍경민이 오프닝에 불렀던 ‘알고 싶어요’를 부를 때 자막에는 “황진이의 시를 노랫말로 한 명곡”이라고 나왔다. 작가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실수였다.

이런 오해가 발생한 상세한 내용은 이재운 소설가의 블로그에 아주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하면 이렇다. 1995년 작가가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청사초롱 황진이 편에 활용하기 위해 ‘알고 싶어요’를 한시로 번안했다는 내용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알고 싶어요’가 황진이 시를 표절했다는 소문도 한때 무성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스펀지 팀에서도 전화로 물어왔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알고 싶어요’는 황진이 시가 아니라 작사가 양인자의 시가 맞다.

현재도 알고 싶어요에 대한 오해를 버젓이 사실인 양 게시한 글들이 인터넷에 무성하다. 거기에 놀러와가 방송으로 결정적인 실수까지 곁들였으니 이제 양인자 씨는 영락없이 표절작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사소한 실수가 아니라 중대한 방송사고다. 놀러와는 다음 주에 꼭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또한 정중한 사과를 전해야 할 것이다.

알고 싶어요가 황진이 시로 오인된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알타이하우스 ‘<알고싶어요>가 황진이 시로 오해받은 사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blog.daum.net/biocode/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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