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경남 남해에 가서 생각지도 못한 대어를 낚았다. 미션 평가에 단호하긴 해도 물러 보이는 순둥이 나영석 PD가 욱하게 됐는데, 잘만 하면 1박2일 초유의 사태가 다음 주에 벌어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나 PD의 예능감이 진도 7.0 이상으로 폭발한 하루였다.
봄 식탁을 두고 벌인 미션은 의외로 실패가 많았다. 강호동, 이수근 그리고 결정적으로 밥을 책임져야 할 은지원의 실패가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밥을 쌩으로 굶게 할 수는 없었던 지 나PD는 밥솥과 밥그릇 하나를 건네며 10초 안에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나PD가 알고도 몰랐던 것이 과식의 아이콘 강호동이었다. 누구나 숟가락으로 풀 것이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강호동은 달랐다. 밥그릇을 그대로 솥에 넣어서 떠올리라는 지령을 은지원에게 전했고, 은지원은 미리 밥을 숟가락을 꾹꾹 눌러 다진 후에 진짜로 옹골지게 밥을 떠냈다.
출연자와 스태프는 밥차를 건 축구 경기를 벌이게 됐다. 그러나 자신만만했던 스태프 팀은 거의 일방적으로 출연자 팀에게 완패를 당했다. 이에 욱한 나영석 PD는 강호동에게 협상을 요구한다면서 족구시합을 제안했다. 이기면 스태프의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졌을 경우의 벌칙이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스태프 전원이 입수를 하겠다는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그런 나 PD의 발언에 순식간에 스태프들은 초토화가 됐다.
강호동이 “오늘 미녀 PD들 쌩얼 한번 보자”하며 약을 올리자 나 PD는 “다른 팀이랑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희는 미녀 PD는 없습니다. 그냥 PD만 있습니다”며 맞받아쳤다. 그 바람에 심각했던 스태프들도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그대로 족구시합을 강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렇지만 소 잡는 칼로 닭을 못 잡겠는가. 축구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던 이수근, 이승기가 버티고 있는 출연자 팀은 초반부터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80명의 집단 입수라는 진풍경이 남해에 벌어질 판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웃기고 재미있을 뿐이었다.
과연 1박2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초반 기세로 보면 스태프 전원의 입수는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특히 여성 스태프들에게 너무 가혹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버라이어티 정신, 리얼리티를 강조해온 1박2일로서는 결과와 다른 관용을 베풀기도 어렵고, 승부조작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1박2일은 크나큰 리얼리티의 시험에 빠졌다. 전국에 1박2일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태프 80명이 입수했다는 스포일러가 없다. 과연 족구시합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1박2일의 리얼리티는 엄수됐을지 궁금하다. 아니 80명을 물에 빠뜨리는 사악한 상상을 하게 된다.
어쨌거나 경남 남해편의 주인공이 돼버린 나영석 PD의 예능감은 즐거웠다. 그것은 강호동의 식탐이 일으킨 나비효과였다. 이쯤 되면 위대한 식탐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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