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전하는 미국 박스 오피스의 정상은 <리오>가 차지했습니다.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역시 미국은 애니메이션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오>는 그 유명한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 버드'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더욱 주목을 얻었을 것도 같습니다. 덕분에 이 애니메이션은 <랭고, 홉>을 제치고 올해의 모든 개봉작 중 최고의 데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힘입은 바인지 4월 3주차 미국 박스 오피스의 전체 수입도 작년 대비하여 11%가 상승하는 결과까지 일어났습니다. 지난 11월 이후로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겠군요.

<리오>의 주인공 '블루'는 미네소타에 있는 소도시의 서점에서 사육되는 새입니다. 그것도 그냥 새가 아니라 희귀종인 파란 앵무새였고, 그나마 블루가 유일하게 현존하고 있는 개체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과학자들에 의해 남미에도 파란 앵무새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쥬얼'이라는 이름의 이 새가 천만 다행히도 암컷임을 알게 되자, 파란 앵무새의 멸종을 막기 위해 블루는 쥬얼이 있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로 향합니다. 그곳으로 가서 블루는 쥬얼의 마음을 얻고자 비행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리오>의 예고편입니다.
블루는 제시 아이젠버그가, 쥬얼은 앤 헤더웨이가 각각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2위는 10여 년 만에 돌아온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 4>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결과는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속편을 제작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더 이상 호러의 법칙을 깨뜨리는 희열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일까요?

<스크림4>의 데뷔 성적은 실망스럽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개봉 첫 주에 기록한 약 1,928만 불의 흥행수입은 1편을 제외한 다른 두 편의 근처에도 가질 못했습니다. 2편의 첫 주 흥행수입은 약 3,293만 불이었고 3편은 3,471만 불이었으니 무려 1천만 불 이상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2, 3편이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개봉했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물가상승율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크림>이 나름 획기적인 영화였고, 그것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스크림 4>를 기대할 법도 한데 조금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네요.

고스트 페이스를 피해 달아나던 시드니는 이제 <스크림4>에서 작가로 변신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쓴 책을 가지고 각 지방을 투어하던 시드니는 마지막으로 고향인 우스보로로 돌아옵니다. 오랜만에 듀이와 게일 등을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이 고스트 페이스가 다시 나타나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스크림4>에는 니브 캠벨, 커트니 콕스, 데이빗 아퀘트가 그대로 출연하며, 크리스틴 벨과 헤이든 페네티어, 안나 파퀸 등이 합류했습니다.

<스크림4>의 예고편입니다.

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홉>이 2주 연속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었군요. 비록 3주차에 이르러서는 신작 두 편에 밀려 3위로 떨어졌지만 흥행수입은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1억 불 돌파는 시간문제일 듯합니다.

지난주에 4위로 데뷔한 <소울 서퍼>는 그대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베타니 해밀턴의 이야기인데, 그녀는 어릴 적에 지역의 파도타기 챔피언으로 프로페셔널 서퍼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3년에 상어의 공격을 받고 왼쪽팔이 모두 절단되는 비극적인 일을 겪고 말았습니다. 무려 60% 이상의 피를 흘렸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죠. 베타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등의 인간승리를 보여줬습니다. 영화화하기 딱 좋은 이야기군요.

<리핑 - 10개의 재앙,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에 출연한 안나소피아 롭은 정말 아름답게 잘 자랐군요! (위 사진의 오른쪽) 근래의 아역배우들은 과거이 맥컬리 컬킨이나 에드워드 펄롱과는 다르게 나이가 들어도 미모를 유지하네요. ^^

지난주에 2위로 데뷔한 <한나>는 세 계단을 하락한 5위에 그쳤습니다. 국내에도 개봉해서 직접 관람한 결과, 지루한 면이 꽤 있었는데 역시 흥행성적이 그리 좋지 않군요. 뭐랄까, 이 영화는 포지셔닝 자체가 좀 애매합니다. 액션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퓨전도 아니고... 어쨌든 다행히도 이번 주가 지나면 제작비는 돌파할 것 같습니다.

6위 역시 지난주에 개봉하여 3위로 데뷔했던 코미디 영화 <아더>입니다. 똘끼로 충만한 배우 러셀 브랜드의 신작인데 흥행은 저조한 편입니다. 조나 힐과 함께 출연했던 <Get Him to the Greek>과 비교해도 수입이 꽤 떨어졌습니다. 이번엔 헬렌 미렌과 제니퍼 가너, 닉 놀테 등이 가세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영 신통치 않네요.

제임스 왕의 신작 호러 <인시디어스>가 7위입니다. 첫 주의 성적은 부진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관객반응이 제법 괜찮아서 3주차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작비도 낮은 덕분에 현재 두 배 이상의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4월 첫 주에 2위로 미국 박스 오피스에 데뷔했던 <소스 코드>가 2주 만에 8위로 급락했군요. 지난주에 4편의 신작이 개봉하면서 다섯 계단이나 하락하게 된 것의 여파가 커 보입니다. <인시디어스>와 마찬가지로 관객반응이 좋음에도 흥행성적이 이렇다면 아무래도 관객층이 얇은 것 같습니다. 두 영화 모두 제작비를 넘어선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네요.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하고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연한 <The Conspirator>가 9위로 데뷔했습니다. 순위와 흥행수입 모두 저조하게 보이겠지만 이 영화는 약 700개의 극장에서 개봉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마냥 나쁘기만 한 성적은 아닙니다. 큰 의미를 두긴 무리겠지만 어쨌든 극장당 평균수입으로 따지면 3위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링컨 대통령의 암살에 얽힌 일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프레데릭은 링컨의 암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매리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매리는 링컨을 암살한 존 부스와 그 일당이 묵었던 숙박업소를 운영하던 여자입니다. 이 때문에 공범으로 몰리게 되고 프레데릭은 마지못해 변호를 하게 되는데,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는 매리가 결백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보니 영화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로빈 라이트 펜은 링컨의 암살범으로 지목된 사람들 중 유일하게 여자인 매리를, 제임스 맥어보이는 매리를 변호하는 프레데릭으로 출연했습니다. <The Conspirator>에는 이 밖에도 에반 레이첼 우드, 알렉시스 블리델, 저시틴 롱, 톰 윌킨슨, 케빈 클라인, 대니 휴스톤 등의 스타급 혹은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합니다.

<The Conspirator>의 예고편입니다.

나탈리 포트만, 제임스 프랑코, 주이 디샤넬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Your Highness>는 개봉 2주 만에 10위로 떨어졌습니다. 배우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흥미를 끌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흥행은 아주 저조하군요. 아마도 R 등급을 받은 탓일까요? 어디선가 보기로 나탈리 포트만의 뒷모습 누드가 나온다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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