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그리 잘못한 것일까. 그 소재가 무엇이 되었건 간에 시시콜콜 참견하고 평가하고 말 한마디 보태는 것이 이젠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린 세상이기는 하지만, 별의별 사항에 대해서도 날선 비난과 공격을 가하는 것을 보면 새삼 무섭고도 겁나는 요즘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도리어 축복과 응원을 받아야할 사항에도 그런 가차 없는 공격이 가해지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고요.
전직 스포츠 전문 리포터, 특히나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원조이자 한때 여신으로 불렸던 김석류 전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임신 13주차의 몸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편 김태균이 있는 일본으로 간다는 신상 소식을 개인 미니 홈피에 알린 것이 요즘 연예 기사가 생산되는 경로를 따라 기자들에 의해 기사화되고, 그 기사들에 몇몇 이들이 또 다시 악플 릴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죠. 다양하고, 잔혹하고, 집요한 욕설들로 가득한 공격들이에요.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선택이 비난을 받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무분별한 추측과 불만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필요도, 모두에게 축복받아야 할 임신과 배우자를 쫒아 방사능에 대한 공포와 여진에 대한 위험이 잔존하고 있는 일본으로 찾아가는 행위가 공격받아야 할 당위도, 초반 부진한 활약을 하고 있는 김태균의 성적에 덤터기를 써야 할 이유도 아니고요. 그냥 그러겠거니, 좋은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면 좋겠거니 하는 덕담이 필요한 상황이 욕설로 도배되다니요.
무엇보다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말하는 것이 곧바로 신문 기사화되는 기사의 연결 통로 자체가 문제이긴 합니다. 논란의 논란을 만드는 것에 재미가 들린 일부 기자님들의 성실함과 하나의 기사가 배포되면 곧바로 이어붙이기로 유사한 기사들로 가득해지는 쓰레기 정보들의 범람이 개인적인 대소사를 마치 대단한 것처럼 만드는 것도 이젠 상식이 되어 버렸죠. 물론 그렇기에 개인 홈피나 소셜 네트워크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들의 능력이 되어 버렸지만, 이런 유의 기사화는 확실히 지적되어야 하는 너무나 잡다하고 추잡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으른 기사 생산 경로에요.
우리가 가수나 연기자에게, 혹은 운동선수나 리포터, 아나운서 등등의 TV 속사람들에게서 기대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존중받아야 할 개인사의 이야기들이 아니란 거죠. 그저 그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전달해주는 웃음과 감동, 경기력처럼 본연의 자리에서 보여주는 능력을 즐기고 누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남의 집안 임신 사실에 손가락질하기 보다는, 그냥 팬으로서 야구를 즐기고 리포터들의 인터뷰나 경기 분석처럼 그 재미를 풍성하게 해주는 여러 장치들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누리자는 말입니다. 세상에. 무엇보다도 축복받아야 할 임신 소식에 손가락질이라니. 우리는 왜 이렇게 매몰차고 각박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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