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 프로야구 30주년에 뜨거움 속에 시즌 2번째 만원을 기록한 대구구장. 4월 16일, 8시 16분. 드디어 선언된 서스펜디드 선언. 무려 12년 만에 만난 서스펜디드, 그것도 경기도중 정전으로 이번 사태의 비주얼은 매우 강력했습니다.

어둑해진 야구장에서 완벽한 암전을 이룬 상황, 그것도 기습번트의 결과가 긴박했던 상황에서 꺼졌다는 점, 이 어이없는 사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이야기가 될 듯 한데요. 3부작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수필이나 이야기, 소설에 관점에서 접근한 "놀러가면 안될 야구장"이었죠.두 번째 오늘의 포스팅은 "대구구장 조명사고, 차라리 고맙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이야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스팅은 "야구중계를 하다가 정전이 된다면"편으로 3부작 특집 포스팅을 정리할 터.

이번사고의 원인은 표면적으로 조명탑의 변압기 고장으로 정리됐는데요. 단순한 변압기만의 이야기일까요? 두 번째 편, 이번 사태를 보고 든 여러 생각과 의견을 정리한 "대구구장 조명사고, 차라리 고맙다."가 오늘의 포스팅,

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생각해볼 이야기는 크게 2가지입니다. -그보다 앞서 일단 그날 경기장에서 겪은 불편들은 상당했습니다만. 그것들을 제외하고 건조하게 접근해보도록 합니다.-

첫 번째, 변압기만 수리하고, 교체할 일이 아니다!

변압기를 새로 교체한 건 지난 1월말, 하지만 사고는 발생했고, 변압기는 파손되어 비상발전기 등으로 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사고 다음날 했던 조사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고, 그 덕에(?) 어제 경기는 무사히 치렀죠.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볼 일입니다. 이 사태를 두고, 대구시는 야구장 신축이란 부분을 고민하기보다 다가오는 "육상대회" 걱정이 더 커진 듯한데요. 사고 당일 현장을 급히 찾은 시관계자. -정확히는 행정부시장입니다만.-

"새 야구장 건립이 빨라져야할 것 같다. 야구장뿐만이 아니라 대구 스타디움까지 완전히 새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했답니다. 뭐, 사고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가져보는 건 좋지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기자실에서 "면목이 없다"라고 했다곤 하지만.. 그건 사과가 아니죠.-

늘 야구장 신축을 말하던 시장과 어르신들께 그 어둠이 어떤 느낌과 교훈을 줬는지 다시금 묻고 싶어집니다. 비주얼이 강력한 사고 덕분에 야구장 신축이 논의되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 한 번의 사고는 오히려 고마운 노릇이겠죠.

대부분 팬들은 약간의 항의 뒤 귀가했고, 다음날 서스펜디드를 찾아서도 밝은 얼굴로 야구 자체를 즐겼습니다만.. 그 미소와 야구에 대한 열정, 긍정적인 마음은 선수들과 야구에 대한 것일 뿐이겠죠.

구장신축과 관련한 결정자들, 대구시의 관련 위정자들, 무엇보다 지금의 이 부끄러운 현실에 대한 입장은 아니라는 것! 상당히 불쾌하고, 부끄러운 일이란 걸 누구보다 야구장 신축과 관련한 분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시길 바랍니다.

뭐, 그렇기에 잘 아시고 이 사고를 계기로 야구장 신축이 본격화되길, 관련한 결정권자들이 야구장 신축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기대하고 소망해봅니다.

두 번째, 야간경기만으로 시즌을 꾸려가는 것?

정전이 된 뒤, 불이 들어와 대구구장이 어느 정도 밝아지기도 대략 20분 정도 걸리긴 했습니다만... 사실 서스펜디드로 결정된 뒤, 사소한 것들을 정하느라 팬들은 50여분이나 기다려야 했다는 거.

방송으로는 계속 "잠시 후 경기장 사정이 정리되면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와 "경기 여부를 곧 알려드리겠습니다"만이 반복됐습니다. 그 사이 야구장에는 어둠과 추위가 함께했고, 아직 4월의 밤은 서늘하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죠.

여러 이유에서 지금의 프로야구는 조명시설과 무관하게 리그를 진행할 수 없는 야간경기로만 진행됩니다. -2번의 예외는 개막과 어린이날이죠.- 조명의 문제라는 부분부터 추위 속에 기다림까지, 야간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들이라는. 어찌됐던, 이번 대구구장 정전사고는 야간경기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된 듯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짧은 주간경기로 펼쳐진 다음날의 서스펜디드 경기, 한낮의 야구장을 찾은 느낌은 색다른 가운데 뭔가 평화로왔습니다. 마냥, 덥고 힘들기보다, 여유로운 봄날의 오후 같은..

그런 계절의 변화라는 걸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오히려 5~6시쯤의 지는 해가 정면에서 마주하기에 덥고, 힘들더라는.- 주간경기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충분히 알기에 그것을 강력하게 늘리자는 주장을 하진 않습니다만.

몇몇 경기들에 대해서는 전력의 문제를 고민해서라도 "주간 경기"가 충분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거. 고유가 행진에 절전정책을 펼치는 정부에서 어찌 전력량이 상당한 야구장에는 그런 고민을 공유하자고 하지 않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의 여가와 편의를 생각해서 특별한 예외를 준 건 아닐 거 같은데 말이죠. 야구장이 정전됐기에 새로 지어야하고, 조명사고가 있었기에 주간에도 야구를 하자는 직접적 주장을 대안으로 말할 순 없겠죠.
여러 고민들이 함께해야 하고, 그 고민들 속에서 좋은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 사상 초유의 정전사고로 인해, 대구시와 야구 관계자들은 또 한 번 여러가지를 고민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고민을 통해 더 나아진 결과에 이른다면, 이날의 사고는 더 나은 내일의 초석이자, 발판으로 긍정적 추억으로 남겨질테니깐요. 30년을 맞이해 어느 해보다 사랑받는 프로야구, 그 사랑의 인내심을 부디 시험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더라도 그 여건과 환경에 우리는 지배를 받기 마련이니깐 말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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