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프로야구 초반 레이스에서 LG는 8승 5패의 호성적으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모처럼 선수단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LG 구단은 팬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팬 북을 일반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팬들의 강력한 바람을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년 발행되는 팬 북은 선수들의 사진과 포부를 실은 가이드와도 같습니다. 팬 북이 발행되는 순간에는 그 가치를 인식하기 쉽지 않으나 소장을 통해 수년이 지난 후 다시 꺼내 보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팬 북의 구석 자리를 미미하게 차지하고 있던 신인 선수의 성장과 활약으로 미소 지을 수 있으며 전년도까지 팀의 주축으로 팬 북의 머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던 선수가 그해 부진했음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팬 북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팀의 역사를 담은 공식적인 기록물이자 역사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LG 구단은 작년까지 매년 팬들에게 일반 판매했던 팬 북을 올해는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신규 회원들의 가입이 쇄도해 일반 판매할 예정이었던 팬 북의 물량을 모두 신규 가입 회원들을 위해 돌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LG 구단의 설명입니다.

공짜로 나눠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겠다는 팬들의 요구를 LG 구단은 묵살하고 있는 것입니다. 추가 제작이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거대 재벌 기업이 소유한 프로야구단에서 한갓 인쇄물에 불과한 팬 북을 추가 발행하는 것이 그토록 불가능한 일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팬 북에는 모 기업의 광고가 다수 포함되어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인데, LG 구단은 모 기업을 홍보하는 데 소극적인 행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함께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두산이 올해도 팬 북을 일반 판매 중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 경기 관중석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LG 구단이 팬들을 무시하고 우롱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 7월에는 사은품으로 제공한 헤어 무스가 1996년 6월에 제작된, 무려 12년이나 된 물건임이 밝혀져 망신살이 뻗친 적이 있습니다. 헤어 무스의 유통 기한이 3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10년 3월 30일 홈 개막전을 앞두고는 사인 볼을 선착순 증정한다고 공지했으나 정작 사인 볼의 실체는 사인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로고 볼에 불과했던 일도 있습니다. LG 구단이 팬들에게 거짓을 공지한 것입니다.

작년까지 LG는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LG 팬들은 100만 명의 관중 동원으로 높은 충성도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열정에 비하면 선수단의 성적은 물론 구단의 팬 서비스까지 한참 못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LG 구단에 있어 팬들은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와도 같습니다. 저조한 성적은 둘째 치고 충성스러우며 열정적인 팬들의 요구를 가볍게 묵살하고 우롱하는 LG 구단의 처사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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