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에 가타부타 말을 덧붙일 생각은 없습니다. 잘사는 사람이 유능한 변호사들만 있으면 유죄도 무죄가 된다는 한탄에 편승해서 무죄 판결에 야유를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법리적인 판단이나 그 근거야 배운 분들이 훨씬 더 치열하고 정밀하게 하셨으리라 막연하게나마, 그리고 정말로 간절한 마음으로 믿고 싶은 마음일 뿐입니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의 구호가 넘실대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의 실현을 의심하는 요즘. 법의 판단마저도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나도 암담하고 우울하거든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제가 말하고 싶은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가 가장 억울해하고 해명되기를 원했던 고의 발치에 의한 병역기피가 1심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되었다고 해도 단지 그 결과만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거든요. 검찰이 2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기에 추후 법정에서 또 다른 잡음을 만들기도 하겠지만, 그 이전에 바로 MC몽 개인에 대한, 그리고 이 재판과정에서 붉어져 나왔던 수많은 의혹과 문제제기를 해결하고 해소하기 위한 그의 태도가 전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못했다는 아쉬움과 실망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검찰이 제기했던,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의구심을 품었던 수많은 문제들. 병역 비리를 의심하며 폭로했던 지인에게 지불의 의무가 없는 투자자금을 부적절한 시기에 대가성 없는 것이라며 지불한 것, 남자 연예인에게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병역 연기 과정과 절차에 대해 본인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하루에 각기 다른 치과를 방문해서 치아 발치 치료를 받은 것, 치아가 부실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꾸준한 치료가 아닌 부정기적으로 그것도 매번 다른 곳을 방문하여 치료한 것 등등의 사항들은 나름의 소명과정을 거치고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근거 있는 것으로 판단 받았습니다. 미심쩍고 이상한 것들이 많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 의심한다고 해도 단지 그것만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문제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MC몽이 직접 꺼낸 근거와 해명이라는 것들은 참으로 모순적이고 위험합니다. MC몽 본인이 스스로를 소명하며 너무나도 빈번하게 언급한 것이 바로 연예인으로서의 특수한 상황, 그리고 그로 인해 다른 일반인들과는 달리 여러 필수적인 사항에 대해서 무지하기 짝이 없었던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었거든요. 촬영일정에 따라 불규칙적인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한때 한 달에 100번이 넘는 무대를 소화하느라 매번 그 자리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중요한 신상문제인 군입대 연기 문제도 다른 이들에게 일임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천만원도 넘는 많은 단위의 금액들을 거래하면서 치밀하지도 냉정하지도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며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익숙해진, 그 스스로가 말한 바에 따르면 겁쟁이지만 비겁하지는 않았다는 삶의 일부분을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예인이기 때문에 실수했다. 혹은 어쩔 수 없었다는 그의 우울한 변명들을 듣고나니 뭔가 답답하더군요. 그가 누리고, 혹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여건들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잘 알고 있고 법원과 대중들의 선처를 구하면서도 연예인으로서 처신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태도는 왜 이리도 무지하고 답답한지 이해할 수 없더라구요.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해주었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방식으로밖에 이 문제를 끌고 올 수 밖에 없었는지 한숨만 나오더란 말입니다.

바쁜 스케줄로 부정기적인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혹은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완벽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프로로서의 자세는 치과치료가 무섭고, 가난한 시절이었던 어릴 때부터 참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변명으로 외면했습니다. 선천적인 치아 장애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임플런트 같이 충분히 가능했을 사후 치료를 하기에는 돈이 없었다는 그의 호소는 많은 금액을 의리를 따지며 지인에서 선뜻 투자자금으로 건네주었다는 무감각한 금전감각 때문에 설득력이 없구요. 그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사랑했던 대중들에게 의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행정 처리도, 돈 계산도 모르는 반쪽 어른의 모습으로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떨 때는 무모하고 건방져 보이지만 속내는 건강한 야생원숭이의 이미지는 겁 많고 사리분별이 떨어지는 자신의 일부분을 보여주며 완벽하게 무너져버렸습니다. 이래서야 그에게 연예인으로서의 매력으로 남은 부분이 있을까요?

남들과는 다른 연예인이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실수만 저질렀다는 그의 대응과 고백들은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을지는 모르지만 동시에 더 이상 연예인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치명적인 흔적과 상처만 남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민감하기 짝이 없는 군대 문제가 걸려 있기에 더더욱 큰 비판과 논란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애초에 쉽고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의 결백을 주장하고 입증하기 위한 고집으로 MC몽의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연예인의 삶을 누리지만 그 의무와 본질은 외면하거나 몰랐던 이상한 연예인... 이미 예상되었던 것이긴 하지만 눈앞에서 확인하자니 어리석고 안타깝고 씁쓸한 결과입니다. 그야말로 상처투성이인 승리. 그로서는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은 무죄 판결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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