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변화의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습니다. 아니 이전에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겠죠.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던 무한도전만의 분위기. 리얼 버라이어티가 이젠 상식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예능 세상에서도 오직 무도만이 추구할 수 있는 그들만의 표어. 쫄쫄이를 입으며 황소와 씨름할 때부터 부르짖었던 원칙.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모자란 열등생들이 모여서 만드는 루저들의 세상이 다시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단순한 말장난과 자존심싸움에서 시작해서 3주에 걸쳐 서울 시내를 누비고 전 세계에 민낯 사진을 방출하는 3주 방송 꼭지로 발전한 미남이시네요 특집의 의미가 바로 그것입니다. 서로 아옹다옹하며 너가 잘났네, 너보다는 그나마 내가 괜찮네 멱살을 잡는 도토리 키 재기 식 못난이들의 잔치. 무한도전이 무모한도전이었을 때의 시간과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재미난 풍경이었어요. 오랜 시간동안 환경보호, 소외종목 홍보, 치밀한 복선과 중의적인 의미 전달과 같은 공익적인 목적이나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다소 무거워졌던 분위기를 새롭게 쇄신하는 기분 좋은 쉼표이기도 했구요.

그 효과는 한동안 스타킹에게도 위협받을 정도로 정체되어 있던 시청률의 상승과 짧고 편해진 호흡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좀 더 쉽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무한도전이 돌아왔다는 것이죠.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시청률의 상승은 무도의 시청률 지분을 잠식하고 있던 천하무적 야구단을 폐지하고 정체불명의 군필 버라이어티를 내세운 KBS의 자살골 덕분이기도 하지만 봄을 맞이하는 무도의 2011년 스타트가 가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가볍고 친근함으로의 전환, 혹은 휴식의 중심에는 단연 무한도전 복귀 후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는 하하의 연착륙이 있습니다. 비록 그 부활의 배경에는 무도보다도 훨씬 더 빨리 자신의 캐릭터를 확보하고 활약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런닝맨의 하로로였지만 그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는 곳은 다른 멤버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역시 무한도전일 수밖에 없어요. 어리광부리고 떼를 쓰는 억지스러운 무식쟁이 땅꼬마지만 스스로를 무도 최고 미남이자 석사라며 태연하게 말하는 하하의 모습은 이젠 복귀초반의 불만을 잠식해버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한도전은 이런 소란스러운 사고뭉치를 너무나 오래 기다려왔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젠 단지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몸집이 커버린 7명의 멤버들의 중량감과 무게감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자처하기엔 조금 어색한 면이 있었습니다. 무한도전이 쌓아올린 수많은 공익적인 가치들과 창조적인 성과물들 역시도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철없고 고집만 쌘 것 같은 이 땅꼬마의 악다구니는 이런 무거움을 일거에 해소시켜주면서 무도의 다른 멤버들마저 가볍고 편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칭 자신이 가장 잘생겼고, 가방 끈이 제일 길다는 하하를 중심으로 누가 더 무식한지, 누가 더 잘생겼는지를 시시덕거리면서 따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그러니 미남 콘테스트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하하를 무한도전 최고의 미남이라고 할 수 밖에요. 사실 누가 제일 잘생겼는지가 중요하겠습니까? 선남선녀들이 득실거리는 연예계에서 그래도 여기서는 내가 최고 꽃미남이라고 자랑하는 하하나 그것을 부럽다며 인정하는 다른 멤버들의 모습이 전해주는 웃음만으로도 충분하죠. 그야말로 복덩어리. 연말결산 특집 당시 여전히 하하에 대한 시청자들의 논란과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도 그의 복귀 효과를 만장일치로 복이라고 말한 이유가 지금에서야 밝혀진 셈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동네 바보 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정총무마저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지금. 이제 남은 것은 길의 명확한 캐릭터 확립과 활약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에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결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과제이긴 하지만 무한도전이기에 좀 더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무도가 지금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주제는 결코 한번 맺은 인연, 함께 했던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 무한도전의 꽃미남. 하하의 화려한 부활이 그 성과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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