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TV 생중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선발 리즈였습니다. LG 입단이 확정된 직후부터 오키나와의 연습 경기에 이르기까지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엄청난 구속으로 인해 화제가 된 바 있기에 TV를 통해 선보이는 리즈의 실체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1회말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인상적인 출발을 보인 리즈는 3회말 선두 타자 볼넷이 빌미가 되어 1실점했고, 4회말에는 5실점하며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강판되었습니다. 4회말 5실점은 모두 오지환의 실책에서 비롯된 비자책점이었지만 2사 주자 없는 상황까지 무난하게 이끌어가다 손주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이후 실책과 볼넷, 2안타를 묶어 대량실점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이닝을 종료시키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4회말 대량실점의 도화선이 된 손주인의 볼넷이, 등 뒤로 향하는 몸에 맞는 공이 될 뻔한 초구 볼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3연속 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것은 리즈의 마인드 컨트롤에 혹시 약점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와구장에서 LG트윈스 선수단 단체 훈련에 앞서 합류한 외국인 투수 리즈를 김영직 수석코치가 선수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LG 리즈와 주키치, 승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서 두 외국인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리즈가 오늘 경기에서는 3.2이닝 동안 84개의 투구수를 기록했으니 이닝 소화 능력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구질이 단순해 상대 타자들에게 커트를 당해 투구수가 늘어나고, 투구수가 늘어나 장점인 구속이 저하된다면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즈가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 아직 마무리 투수도 확정짓지 못한 LG 불펜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3월 16일 기아와의 잠실 시범경기에서 팔꿈치 부상을 입어 2주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 봉중근은 시즌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리즈와 주키치가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봉중근 외에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은 LG의 투수진을 이끌어야 하는데, 오늘 리즈의 경기 운영은 의구심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리즈를 대신해 어제 삼성전에서 5.1이닝 2피안타 1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한 주키치가 1선발로 올라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리즈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2회말 2사 1, 2루의 위기에서 현재윤을 상대로 초구와 2구 연속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며 범타 처리해 위기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리즈가 변화구 제구에 자신감을 가져야만 이닝 소화 능력에 의문 부호를 떼어낼 수 있습니다.

이틀 연속 실점과 연결되는 실책을 범한 오지환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4회말 2사 1루에서 채상병의 타구를 백핸드로 처리하려다 포구에 실패한 오지환의 실책 이후 리즈는 5실점하며 무너졌습니다. 2사였고 채상병이 발이 빠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오지환은 백핸드로 처리하기보다 옆으로 움직여 정면에서 타구를 처리해도 충분했습니다. 승패가 큰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라지만 또 다시 오지환의 실책으로 LG가 역전패했다는 점에서, 그것도 시범경기를 통해 국내 무대에 적응 중인 리즈를 강판시키는 빌미가 되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습니다. 만일 올 시즌에 오지환이 작년보다 수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오지환 개인은 물론 팀으로서도 내야가 불안해 불행한 시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대형의 타격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타격을 마치기도 전에 1루를 향해 스타트를 하며 하체가 무너졌던 작년까지의 타격 자세와 달리, 올 시범경기에서는 타격 시 팔로 스로를 끝까지 마친 후 타구 방향을 확인하고 뛰는 여유를 보이고 있습니다. 3월 16일 잠실 기아전 6회말 싹쓸이 2타점 우중간 3루타와 오늘 경기 3회초 1타점 좌측 2루타 모두 달라진 스윙의 결과물입니다. 이대형이 달라진 타격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체를 고정하기 위해 한 여름에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시범경기 내내 1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하위 타순에서 기회를 얻고 있는 서동욱은 이번 주 들어 4경기 동안 안타를 전혀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동욱이 1루수로 선발 출장하고 있는 것은 이진영, 이택근, 박병호가 부상 및 재활 등으로 1루수로 투입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루수는 투수를 제외한 8명의 야수 중에서 가장 수비 부담이 적기에 타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1루수는 팀의 중심 타선에 배치되곤 합니다. 반면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1루수는 계륵과도 같습니다. 서동욱이 어렵사리 찾아온 1루수로서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LG에 외야수는 넘치고 내야수로서 서동욱은 수비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스위치히터로서의 타격 능력을 제외하면 딱히 내세울 점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서동욱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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