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영웅호걸>이 폐지된다는 공지가 나왔습니다. <놀러와>에서 폐지를 암시하는 발언이 나와 예상은 했지만, 막상 공식적으로 들으니 폐지 소식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영웅호걸>을 마지막으로 매주 고정적으로 보던 모든 방송이 사라졌습니다.

<영웅호걸>의 폐지는 몇 가지 씁쓸한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유나 지연, 나르샤, 니콜, 가희 등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들을 못 봐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드라마도 있고, 음악 프로도 있고 앞으로 이들은 다른 예능에도 자주 나올 것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들을 못 보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 이유들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시청률 하나만으로 판단하는 방송

물론 방송사가 이익 창출을 위해 운영되는 회사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출연자들에게 출연료도 줘야 하고 제작비에도 반드시 도움이 되어야 하지요. 적자를 내면서 방송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만 너무 집착하는 방송사가 참 아쉬운 건 무엇 때문일까요?

소위 시청률이 나온다는 프로그램 중에 정말 "알찬 내용"의 방송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SBS의 한 예능도 그 내용 면에 있어서 욕을 먹고 있는 입장이고, 막장 드라마는 허구헌날 "불륜" "알고 보니 내 동생" 등의 소재로 30%~40%의 시청률이 나왔다고 자랑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따뜻하면서도 훈훈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지요. 최근에 폐지된 프로그램들은 선정성이나 다른 문제도 없었으며, 오히려 훈훈하고 착한 예능이라고 평가받았던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에 많은 이들이 더 관심을 갖게 해주었으며, <청춘불패>는 농촌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시골 어르신들과 아이돌들이 교류하는 따뜻한 예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야행성>의 많은 부분도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시도도 많았고, 이번에 폐지가 결정된 <영웅호걸>도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비보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시골에도 찾아가고 군대도 찾아가면서 착한 예능의 형태를 갖춰갔었지요.

이렇듯 어쩌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단순히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시키는 방송국은 정말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웅호걸>의 폐지를 통해 결국 프로그램의 취지나 동기, 성향보다는 일단 흥행성 하나만으로 평가하는, 어쩌면 현실적이지만 잔인하면서도 이기적인 방송국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아쉽습니다.


너무나 단기적인 안목이 아쉽다

<청춘불패>는 1년 2개월 정도, <영웅호걸>은 약 9개월 정도 방송을 했으니 그리 쉽게 폐지한 것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요즘 방송 트렌드 전체를 보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즉 조금만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떤 프로그램이고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긴 안목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일까요?

현재 웬만한 리얼 예능의 시초라고 보는 <무한도전>도 한참을 한 자리 수에서 고생했고, 지금 시청률의 제왕인 <1박 2일>도 초반 한 자릿수에서 고생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1박 2일>, <무한도전>을 <영웅호걸>, <청춘불패>와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MC진이 강호동, 유재석을 넘을 수 없을 뿐더러 주변 인물들도 사실 그렇게 예능감을 뛰어난 멤버들을 찾기 힘들 정도지요. 그리고 <1박 2일>에는 대세라고 불리는 이승기도 있구요. 아무리 아이유가 대세라지만 이승기를 넘어서기는 힘들지요.

포인트는 <1박 2일>, <무한도전>과 비교하자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 할 때도 있는데 꼭 못 할 때 이렇게 꼭 찝어서 그것을 근거로 폐지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영웅호걸>의 경우 <1박 2일>이라는 상대를 만나서도 어떨 때는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내기도 했습니다. <청춘불패>같은 경우에는 비록 애초에 시간대도 안 좋았을 뿐더러, 한때는 잘 나가다가 멤버 교체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슈퍼스타 K2>를 만나서 고전했지만, 슈스케2가 끝나가고 멤버들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터라 프로그램의 폐지가 정말 아쉬웠습니다.

많은 이들이 "좀 볼 만하면 폐지한다“라고 하더군요. 즉 매니아 층이 형성되고 어려움이 조금 극복되면서 프로그램이 방향이 보일만 하면 폐지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많은 프로그램이 1년 간 뒤죽박죽하기도 하는데 <청춘불패>는 1년을 갓 넘겼고, <영웅호걸>은 1년도 못 넘겨서 폐지시키니 참 아쉬울 따름이지요.


후속 프로그램, 과연 <영웅호걸>보다 나을까?

사실 잘못된 프로그램 치고 들어가서 잘된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대에 벌써 고정들이 많이들 돌아섰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지금 <영웅호걸>을 보는 사람과 1박 2일을 보는 사람들은 확실히 나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와 출연진 그리고 뛰어난 MC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조건이 갖춰져도 슬럼프를 벗어나려면 한참 고생해야 하지요. 현재 간간히 시청률이 나오는 런닝맨도 국민 MC인 유재석을 보유하고도 팍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건 바로 그러한 이유이지요.

이미 <남자의 자격>을 보는 고정 시청자층이 있는데 채널을 돌리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고 런닝맨이 처음에 이어받은 "패떴2"는 아마 리얼 예능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았던 예능이었던 탓이 있는 것이지요. 패떴2 같은 경우에는 패떴1의 18~19%라는 시청률을 받고 시작했는데도 그렇게 가라앉았는데, 애초부터 시청률 7~8% 혹은 그 밑의 수준을 받고 시작해서 뒤집으려면 얼마나 힘들까요? 웬만한 MC, 출연진, 그리고 아이디어가 아니면 힘들지요. 런닝맨도 유재석, 송지효 그리고 그 당시 "스파르타국스"라는 캐릭터가 먹혔기 때문에 이 정도 돌린 것이지요.

그래서 한번 프로그램이 망하면 되살리기 힘든 겁니다. 일밤의 부활이 그토록 어려운 것이 그런 이유였지요. 요즘 아이돌 집중 때문에 <나는 가수다>가 갑작스레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렇듯 웬만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니면 안 됩니다.

<영웅호걸> 후속으로 <김연아 쇼!>가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취지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김연아를 연속으로 우려먹고 있는 SBS의 얄팍한 수가 보입니다. 또한 김연아의 연습 스케줄과도 맞지 않는 문제도 있고, 더욱이 이 프로그램도 또 하나의 "오디션 포맷"입니다.

물론 가수오디션과는 다르고 피겨 스케이팅이 발전해야 하겠지만, 과연 얼마나 참신하게 끌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점도 의문이네요. 지금 트렌드라며 아마 6개월 후에는 너도 나도 오디션 프로만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프로그램 만든다고 연습해야 할 김연아 선수를 묶어놓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있는 프로그램을 유지해서 발전시키는 것보다 그냥 무조건 새 것을 해보면 될 거다 라고 시도하는 건 조금 무리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영웅호걸의 폐지가 이래저래 참 많이 아쉽습니다. 이 멤버들 특히 주로 못팀에 있던 현재 대세가 아니지만 아직도 보면 즐거운 스타들을 보지 못하는 면도 참 아쉽고 또 하나의 착하고 훈훈한 예능이 시청률 때문에 결국 패배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장수 프로그램 하나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선정성과 자극적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은 더더욱 말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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