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특집을 편집하며 삼성의 색인 파란색만 봐도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 된 걸 보면 이제 슬슬 특집이 끝날 꺼 같긴 합니다. 연고 구단의 비시즌 기간, 그 전지훈련을 다루는 방송은 "야구"가 대표적인데요. -물론 최근엔 축구단도 많이 다룹니다만.-

사실 지역방송에서 이렇게 지역의 구단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한 건 꽤 그 역사가 깊습니다. 한 구단의 일상적인 훈련을 소재로 한 특집방송의 제작, 어찌 보면 지역과 야구단의 관계는 그토록 친밀한지도 모릅니다. 지역구단이기에 가능한 구단이 주인공인 방송물. OBS에서 SK를 소재로 한 "불타는 그라운드"를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방송에서 가능한 이야기였죠. -뭐, 그래봐야 우리 프로야구단의 절반에 불과합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부산, 대전, 대구MBC에서는 이런 특집을 방송하거나 한 경험이 다들 있으시다는.

지역방송에서의 이런 밀접한 관계는 그 중계방송에서도 잘 들어나는데요. 지역 구단의 야구중계에 있어 지역방송의 접근은 매우 "친화적"이며 "편파적"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최근에야 중계권 문제가 심심치 않게 여기저기서 문제시되고 그러다보니 지역민방들의 중계는 순탄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야구중계는 지역방송계에 있어 지역민방이나 지역MBC, 모두가 그 컨텐츠 자체를 선호합니다.

실재로 시청률이나 광고판매에 있어서도 다른 여타의 종목, 다른 중계보다 수치상의 우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인데요. 여러 가지 면에서 야구와 지역방송은 순조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지역의 시청자들에게도 "야구"는 매우 사랑받는 종목이었죠.

하지만, 그 관계가 마냥 순탄하고 평화로운, 그런 관계라고만 보기도 무리는 있기도 한데요. 문제는, 지역구단들이 연고지역에 대한 의식이나 연고지역에 대한 애정이 과연 깊은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프로야구단 가운데 가장 지역 친화적인 구단,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 창단도 하지 않은 "엔씨소프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노력, 연고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가장 많이 보이는 건, 창단을 준비하는 프로야구단이란 거, 그만큼 프로야구의 기성구단들에게 지역사회에 연고구단의 역할 수행이나 애정은 그리 크지 못합니다.

지역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고, 지역사회와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는 지역의 연고구단, 롯데 성적에 경기에 영향을 받는 부산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여타의 지역들도 시즌 동안 심심치 않은 소재는 "야구"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 구단들이 지역에 그만큼의 애정과 관심이 있는가를 물을 때, 만족보다는 부족함이 더 많지 안을까요?

이런 분위기는 지역방송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방송에서의 중계나 특집 제작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은 점은 어찌 보면 더 좋은 대안이 있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경기 시간을 낮 시간대로 바꿔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지역"의 방송으로 주장하는 건 사실 받아주기에 무리도 있겠죠. 매일매일 중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방송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니 큰 소리 칠 부분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방송이 있고, 지역이 있는 건 그 지역의 색을 지키고 특징을 살리는데 그 의의가 있는데요.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있고, 그들을 바탕으로 한 지역의 야구단. 그렇다면 지역을 위해 스스로 가진 책임과 의무도 있을 겁니다.

방송에서의 인터뷰나 제작물, 라디오 중계 같은 것들은 지역민들에게 "야구"가 주는 즐거움과 희망을 전달하는 매체죠.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나 협조보다 홍보효과가 큰 부분에 더 호의를 품고 있는 야구단. -유독 이런 특성은 다른 종목보다 야구에서 나타납니다. 이미 지역사회에선 노력하지 않아도 인기가 있다는 생각은 아닐런지요.-

방송과의 협조관계가 야구단과 지역사회의 관계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편이란 점을 볼 때,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은 더 깊습니다. 전체 야구단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고, 그러다보니 전체 일정의 30% 이상을 수도권에서 치르는 야구의 현실.

KBO도 시즌 경기일정부터 포스트시즌 운영까지 철저하게 수도권의 편리에 그 초점을 맞춰놓고 있습니다. 사실, 프로야구 초창기 인기의 비결은 연고지역의 강한 야구열기였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데요. 그 초창기의 야구단들에게 지역방송이 쏟았던 열정과 관심이 지금과 같은 인기의 초석이었다는 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노력은 있지만, 진정성이 덜하고, 협조와 협력을 요구하지만, 그것을 편의제공과 봉사라고 생각하는 상대를 보며. 야구와 지역, 그리고 지역방송은 애증에 관계라고 느껴집니다.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 지역에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느끼는 소소한 서운함이 살짝은 아쉬움이 드는데요.

그 기본에 대한 가치, 다시금 초심을 떠올리는 노력과 같은 변화가 야구의 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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