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파란만장>으로 단편영화 경쟁부문의 황금곰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소식입니다. <파란만장>은 스마트폰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점에서 더 이슈가 됐었죠?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이 차기작 <스토커>로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이 '폭스 서치라이트'와 '스콧 프리'의 제작하에서 연출하게 될 영화입니다. 참고로 폭스 서치라이트는 '20세기 폭스'와 같은 뿌리를 가진 제작사입니다. 20세기 폭스가 메이저 영화를 제작하는 반면에 폭스 서치라이트는 주로 독립영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스콧 프리는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이 설립한 제작사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를 연출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지는 좀 됐는데, 어제 '데일리 메일'을 통해 콜린 퍼스의 출연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콜린 퍼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그 직후에 차기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를 선택할 것에 대해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터라 차기작 선택에 막대한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를 선택한다면 그만큼 시나리오와 감독을 믿는다는 의미가 되겠죠?

(주 : <킹스 스피치>의 제작을 완료하고 콜린 퍼스가 출연한 영화는 이미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차기작'이라 함은 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시점 이후에 출연을 결심할 영화를 의미합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폭스 서치라이트나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모호 필름'에서는 콜린 퍼스의 <스토커> 출연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몇 주 내로 <스토커>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아 와시코우시카와 니콜 키드만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스토커>에서 작업할 예정입니다. 이 두 배우만으로도 할리우드 진출작으로의 무게감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지만, 콜린 퍼스까지 가세한다면 더욱 확실한 주목을 받을 듯합니다.

<스토커>의 시나리오는 '블랙 리스트'의 2010년 목록에 포함된 것입니다. 블랙 리스트는 그 해에 영화화가 되지 못한 시나리오를 할리우드 관계자 300여 명이 선정한 것입니다. 갖가지 이유로 영화로 만들어지진 못했지만 그 정도로 인정을 받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모아둔 셈이죠.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역시 할리우드에 진출할 예정인 김지운 감독의 <The Last Stand>의 시나리오는 모두 2009년의 블랙 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입니다.

<스토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삼촌이 집으로 찾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게 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미아 와시코우시카는 딸인 '인디아나 스토커'로, 니콜 키드만은 어머니로 출연합니다. 물론 콜린 퍼스가 출연하게 된다면 한동안 이 두 사람과 멀어진 채로 지낸 불가사의한 인물 '찰리 삼촌'이라는 캐릭터는 그의 몫입니다.

해외에서는 <스토커>가 뱀파이어 영화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토커'란 단어의 철자는 'Stalker'가 아니라 'Stoker'입니다. 고로 제목은 요컨대 브람 스토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 얘기죠. (브람 스토커가 누군진 아시리라 믿습니다) 게다가 박찬욱 감독은 <박쥐>도 연출했으니 <스토커>가 뱀파이어 영화일 것이란 주장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스토커>는 뱀파이어 영화가 아닙니다. 그 근거를 밝히기 전에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스토커>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다름 아닌...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를 연기한 웬트워스 밀러입니다. 아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스토커>의 시나리오 자체는 분명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것이 맞지만 뱀파이어 이야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어쨌든 이걸로 박찬욱 감독이 왜 <스토커>를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선택했는지는 짐작이 가는군요.

Q : Does it have a title?
A : Yes. It's called Stoker, which is a nod to Bram Stoker who wrote Dracula.
It's got a lot of elements of the Dracula mythology in its story.

Q: Will you play the Dracula character?
A : It's not a vampire story. It's not about vampires at least with the teeth and the desire to suck your blood
but it is a thriller and it is about an individual who preys on the innocent.

- 출처 : - 야후

이 인터뷰를 읽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가 떠오른 사람이 저만은 아니겠죠? (예전에 <렛 미 인>의 리뷰에서 말했듯이 제가 본 <드라큘라>는 신의 저주로 빚어진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강의 스토리가 추측이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타임즈 온라인'에 실린 인터뷰는 좀 더 구체적인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만... 그걸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제 추측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모두의 상상에 맡깁니다.

웬트워스 밀러는 <스토커>의 시나리오를 'Ted Foulke'라는 필명으로 썼습니다. <스토커>의 시나리오가 제작사에게 간택된 것은 작년 여름경으로 보이는데, 'L.A. 타임즈 '에 따르면 당시에는 캐리 멀리건과 조디 포스터가 물망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됐든 지금의 미아 와시코우시카와 니콜 키드만의 조합이 됐든 아주 만족스러운 캐스팅이죠? 니콜 키드먼의 경우에는 <디 아더스>에 출연한 전례가 있어서 확실히 <스토커>와도 잘 어울릴 것 같긴 합니다.

'데드라인'에서는 웬트워스 밀러가 <스토커>의 전편(Prequel)인 <Uncle Charlie>의 시나리오도 집필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를 통해 호평을 얻는다면 <Uncle Charlie>의 작업도 맡게 될 수 있겠군요.

다른 인터뷰를 보니 원래 웬트워스 밀러 본인이 '찰리 삼촌'으로 출연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는 생각이 나지 않는데, <프리즌 브레이크>에서의 이미지를 벗고 싶기도 해서 악역을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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