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을 갇혀 살아야 했던 김인숙이라는 여자. 이름부터가 유명한 김인숙 사건을 떠올리게 해 의미를 두고 본다면 아주 커다란 은유까지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로열패밀리 속 김인숙은 18년의 와신상담 끝에 화려한 복수극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도 대단히 성공적으로. 아직은 동기가 분명치 않은 JK 정가원 총집사의 전격적인 지원에 김인숙의 과거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지훈의 가세로 최고의 재벌가문을 완벽하게 농락해내고 있다.

첫 번째 희생양은 둘째 며느리로 진숙향에게 50억짜리 로또를 뇌물로 건네줬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고 말았고, 결국 큰 며느리 앞에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비는 상황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큰며느리는 그 다음 차례일 뿐이었다. 큰며느리 역시도 곧바로 그 사실에 대한 투서 사건과 결혼을 앞둔 딸의 섹스 동영상 사건으로 졸지에 몰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투서를 한 장본인이 큰 며느리의 메이드이자 남편과 불륜관계였다는 점까지 겹쳐서 내분까지 겪는다.

그렇게 다른 형제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에 막내 딸 조현진만이 우연하게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어 두 사람을 몰아붙이게 된다. 처음에는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던 올케 김인숙과 한지훈에게 설계당했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해 분노했지만 감정을 억누르도록 훈련된 조현진은 곧바로 그 사실은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현진이 내린 결정은 지극히 JK적이었다.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를 알게 된 조현진은 결국 가문의 자존심보다 자신의 욕망을 선택했다. 그래서 김인숙에게 진숙향을 통해 자신이 정가원의 사장이 되게 해달라고 한다. 아무리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라고 해도 재벌가의 최고 자리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그 개연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조현진 스스로의 말처럼 잠깐 김인숙의 목을 조를 수 있는 다크호스로 활약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김인숙의 수에 말려들고 말았다.

JL총수 공순호는 진숙향과 독대를 한 후 정가원 사장을 큰 며느리에게 맡으라고 한다. 그리고 김인숙에게 “감히 너 따위가 JK의 지주사를 넘봐?”한다. 그때 JK 대표 변호사가 들어와 김인숙과 한지훈의 후원관계에 대한 기사가 떴다는 보고를 한다. 그러자 공순호는 대노하여 물을 김인숙에게 뿌린다. 이 장면은 마치 김인숙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온 것 같은 분위기를 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현진의 무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기사의 진원지 역시 김인숙 자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현재 김인숙으로서는 손해가 아니다. 조현진에 의해서 보고가 됐다면 집안 문제겠지만 기사를 통해서 결국 미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한 현재 김인숙의 뒤에는 진숙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함부로 가둬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당장의 분위기는 험악하지만 김인숙은 자신의 일을 세상에 알려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동시에 조현진이 가진 카드마저 빼앗는 양수겸장의 수를 쓴 것이다. 18년의 준비였다고 하더라도 너무도 귀신같은 솜씨로 천하의 JK를 완벽하게 농락하게 되는 장면이다.

이런 추리의 근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물 소개에 김인숙이 JK 지주사의 사장이 된다는 내용이 있으며, 현재로서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를 아는 외부인이 없다는 것이다. 조현진은 이미 실리를 위한 선택을 한 바 있어 자기 친구인 기자에게 그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를 세상에 알릴 유일한 소스는 김인숙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조현진이라면 다크호스가 아닐 것이다. 당분간은 김인숙과 조현진의 장군멍군하는 모습이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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