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현대 오일뱅크 K-리그가 지난 주말, 산뜻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전국 8개 구장에 모두 19만 3959명이 몰려들어 역대 개막전 최다 관중을 경신했는데요. 지난해보다 한 팀이 늘어나 이룬 기록이기는 해도 신생팀인 광주 FC, 상주 상무 경기가 열린 광주월드컵경기장, 상주종합운동장에 구름 관중이 몰리는 등 희망적인 열기들이 나타나 첫 경기부터 중흥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경기내용 역시 화끈하게 펼쳐지며 광주, 상주, 대전, 전남 등 약체로 몰렸던 팀들이 대거 승리를 거두고, 무득점 무승부 없이 모두 19골이 터졌습니다. 올 시즌 판세가 예측불허라는 예상이 첫 경기서부터 맞아 떨어졌는데요. 경기력 면이나 관중 숫자,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일단 K-리그의 최고 흥행을 위한 스타트는 아주 잘 끊은 것 같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를 통해 아시아 축구 가운데 경기력 면에서 가장 수준 높다는 평가를 받은 K-리그는 경기력 뿐 아니라 팬들의 흥미를 자아낼 만한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잠재적으로 흥행 요소, 볼거리가 많지만 관심저하, '재미없다'는 편견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올 시즌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들의 열정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K-리그. 과연 K-리그를 진정한 '열정 놀이터'로 만들 만한 재밋거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눈여겨볼 만한 볼거리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깜짝 돌풍' 팀을 주목하라

▲ 제주유나이티드FC 출정식 ⓒ연합뉴스
지난 2010 시즌, 그리고 5년 더 거슬러 올라가 2005 시즌에 준우승을 차지한 팀은 6강에 오를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인천 유나이티드였습니다. 또 2007 시즌에는 정규 리그 5위를 차지했던 포항 스틸러스가 예상을 깨고 성남 일화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썼습니다. 같은 시즌에는 대전 시티즌이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 삼성을 꺾고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시티즌의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습니다. 2009 시즌에는 광주 상무(현 상주 상무)가 장기간 1위에 올라 K-리그를 경악시켰으며, 지난 시즌에는 '외인구단' 경남 FC가 1달 넘게 1위를 지켜 조광래 감독이 큰 주목을 받고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오르는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매 시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팀들이 써내려가는 기적 같은 드라마는 K-리그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빅4' 등 소위 절대 강자라는 것이 어느 정도 존재해 대략적으로 판도를 알 수 있는 유럽 빅 리그와 다르게 '깜짝 강자'가 나타나 매 시즌 예측 불가능한 판도가 나타나고, 2004년 이후 매년 우승 팀이 바뀌는 K-리그를 보면 유럽보다 꽤 흥미진진한 리그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올 시즌 역시 전력이 상당부분 평준화된 데다 첫 경기부터 이변으로 꼽을 만 한 승부가 속출해 어떤 레이스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약팀으로 꼽았던 팀, 우승권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팀 가운데서 과연 어느 팀이 떠오를지 관심 있게 지켜보면 K-리그를 보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달성될 대기록들을 늘 눈여겨보라

기록은 언제나 새롭게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듭니다. K-리그 역시 다양한 기록들이 존재했고, 올 시즌에도 많은 기록들이 양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노장 선수들이 만들어낼 많은 기록들이 눈길을 끕니다.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경남 FC 골키퍼 김병지는 뛰기만 하면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이 그것입니다. 현재 536경기를 뛴 김병지는 앞으로 출전할 때마다 새로운 최다 출장기록을 경신하게 되는데요. 개막전 강원 FC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김병지는 앞으로 16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면 통산 200경기 무실점이라는 금자탑도 쌓게 됩니다. 필드 플레이어 최고령 선수이자 통산 481경기 출장 기록을 보유중인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역시 출전만 하면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최고령 선수 출전 기록을 세웁니다.

K-리그 역대 최다 골을 향한 두 노장 선수의 도전도 주목할 만합니다. 전북 현대의 이동국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은중은 각각 통산 99골, 97골을 집어넣어 역대 6,7번째 통산 100골을 앞두고 있는데요. 만약 올 시즌에 20골 안팎의 골을 넣는다면 우성용(116골)이 갖고 있는 K-리그 개인 통산 최다 골 기록을 세우는 주인공이 됩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경신할 만한 다양한 개인 기록들도 눈여겨볼 것이 많습니다. 2002년 샤샤가 기록했던 한 경기 최다 골(5골), 1995년 황선홍과 2000년 김도훈이 세운 연속 경기 골(8경기), 2005년 도화성이 세운 최장거리골(65m), 2007년 방승환이 세운 최단거리 골(11초) 등은 킬러 본능을 가진 공격수들이 도전해 볼만한 '대기록'들입니다. 또 울산 현대(386승)와 포항 스틸러스(378승)는 나란히 통산 400승을 향해 질주를 펼칩니다. 이렇게 경신할 기록들이 무엇인지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새로운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그 선수에 대한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것과 더불어 어느덧 서른 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K-리그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열기를 더욱 지필 국가대표급 외국인 선수들

▲ 우즈벡 스타 제파로프 ⓒ연합뉴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리그에는 브라질에서 온 용병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국가대표급과는 거리가 먼 천편일률적인 외국인 선수 수급 때문에 많은 말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은 좋은 활약을 펼쳐 좋은 인상을 남기고 다른 팀으로 떠났지만 상대적으로 다수의 선수들이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강렬한 인상마저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K-리그에도 하나둘씩 국가대표급 외국인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에 경기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쿼터제 도입으로 우즈베키스탄, 호주, 중국 등 국가대표에서 뛴 선수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활약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더불어 콜롬비아(몰리나, 에스티벤), 가나(아사모아), 크로아티아(마토), 몬테네그로(데얀) 등 어느 대륙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대륙에서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데려와 다양한 특징을 지닌 선수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각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경기를 보는 팬들의 재미도 배가시킬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K-리그를 보다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로 열기를 더욱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것입니다.


재미있는 국내 감독들 사이의 인연

올 시즌 눈길을 끄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10년 만에 국내파 감독들이 전 구단 사령탑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한국 축구를 빛낸 스타 출신들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는 사연, 인연들도 많은데요. 황보관 서울, 최순호 강원, 황선홍 포항, 박경훈 제주, 최강희 전북, 이영진 대구 감독은 모두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뛴 경험이 있는 선수 출신 감독입니다. 올드팬들은 잘 알겠지만 당시 유일한 득점을 기록했던 황보관 감독의 캐넌슛 프리킥골을 도운 것은 최순호 감독이었던 사실을 기억하면 21년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것입니다. 최순호 감독과 황선홍 감독은 고참-막내로서 투톱으로 활약한 인연을 갖고 있으며, 최순호, 최강희 감독은 예선 3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한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각 감독들과의 인연하면 허정무 감독을 빼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 감독은 이수철 상주 감독을 제외하고는 14개 구단 감독들과 다양한 인연을 갖고 있는 '마당발'입니다. 월드컵 트레이너, 코치, 감독, K-리그 팀 감독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 인연들을 만들어냈는데요. 그 때문인지 허정무 감독의 인천을 잡겠다는 '제자 감독'들이 많았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밖에 안익수, 최진한, 이영진 감독 등은 FC 서울 지도자(코치) 출신으로 '친정팀'과 다름없는 서울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다짐하고 있으며, 1995년 챔피언결정전을 명승부로 이끌어낸 두 주역 황선홍과 신태용은 16년이 흐른 뒤 친정팀(황선홍 포항, 신태용 성남)에서 그대로 사령탑에 올라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습니다. (결과는 사이좋게 1-1 무승부를 거뒀지요)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빛을 발하고 그 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바깥에서 지휘하는 감독들의 면면을 알아보는 것도 K-리그를 재미있게 바라보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언급한 것처럼 워낙 한국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대부분 사령탑을 맡고 있습니다. 이들이 걸어 온 축구 인생, 철학 등을 알고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K-리그를 색다르게 볼 수 있는 흥밋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2011 K-리그 개막전에서 붉은색, 푸른색으로 물들인 FC 서울 수호신, 수원 삼성 그랑블루 서포터 ⓒ연합뉴스

문화가 있고 발전이 있는 K-리그, 더 흥행하라

지금까지 다양한 볼거리, 관심 가질 만한 요소들을 살펴봤습니다만, 이런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늘어놓을 수 있을 만큼 K-리그가 상당한 역사와 규모, 수준을 자랑하게 된 것은 K-리그 자체 뿐 아니라 한국 축구에 큰 축복과 다름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K-리그 문화도 개성 넘치고 다양해지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몇몇 소수가 모여 시작된 서포터 문화는 어느덧 수만 명의 관중이 일사불란하게 응원하는 모습으로 K-리그의 명물로 자리매김했고, 머플러, 레플리카 유니폼 등 팀을 상징하는 용품, 물건들도 팬샵이 따로 운영될 만큼 많이 생겨났습니다. 경북 상주, 강원 강릉 등 지방 중소규모 도시에서는 K-리그 경기가 열릴 때마다 지역 축제가 열리듯이 분위기가 형성됐고, 몇몇 경기장에서는 독특한 팬마케팅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혁명'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으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축구가 문화를 만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당히 발전한 K-리그 문화, 축구 문화는 한국 축구의 지형, 분위기를 바꾸는 데도 크게 기여했고, 올 시즌에도 기여하면서 새로운 '르네상스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아직 많은 면에서 부족해도 유럽 수준을 따라가고, 한국 고유의 축구 문화를 형성해 나가며 발전하는 것 자체가 K-리그에도 충분히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합니다. 단순한 경기 이상의 다양한 문화를 창출해나가는 K-리그의 발전상은 그런 면에서 많은 팬들의 흥미를 자극시킬 것이고, 늘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찬 '모범 리그'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경기장에서든지 '열정 놀이터'다운 분위기를 위해 더 뜨겁게 달릴 K-리그. 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많이 양산되는 한 시즌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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