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시즌 종료 후 FA로 LG에 영입된 정성훈의 지난 두 시즌은 대조적이었습니다. 2009 시즌 정성훈은 박용택, 이대형의 테이블 세터진과 4번 타자 페타지니를 연결하는 3번 타자로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121경기 494타석에 들어서 타율 0.301, 10홈런, 70타점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2010 시즌에는 111경기 418타석에 그치며 타율 0.263, 4홈런, 38타점에 머물렀습니다. 0.263의 타율은 해태 유니폼을 입었던 프로 2년차 2000년의 0.260 이후 가장 부진한 기록입니다. 출장 경기 수는 줄어들어든 반면 실책은 2009년 7개에서 2010년 12개로 늘어났습니다. 허리 부상 등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정성훈의 플레이는 2009년에 비해 의욕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2011년 LG가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성훈의 부활이 절실합니다. 첫째, 정성훈은 하위 타선을 이끌 우타자이기 때문입니다. LG의 상위 타선은 박용택, 이대형, 이진영 등 좌타 외야수들과 우타자 이택근으로 채워질 전망입니다. 정성훈에게는 2009년과 같이 상위 타선에 배치되는 부담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2010 시즌 LG 타선은 소위 ‘빅5’로 불리는 외야수 중심의 상위 타선과 내야수 중심의 하위 타선의 격차가 컸습니다. 상대 투수들은 LG의 상위 타선만 막아내면 하위 타선은 ‘쉬어가는 타선’이었습니다. 이는 경기 종반 박빙 승부에서 LG 타자들이 쉽게 아웃 카운트와 이닝을 상대에 헌납하며 LG 투수들에 쉴 틈도 주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정성훈은 좌타자 일색인 LG의 상위 타선을 뒷받침할 우타자이자 하위 타선의 핵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2009년 3할 타율이 강력한 4번 타자 페타지니의 우산 덕분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정성훈은 LG의 FA 잔혹사를 끊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홍현우, 진필중으로부터 박명환에 이르기까지 LG가 거액을 투자해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한 FA 선수들 대부분이 ‘먹튀’에 그쳤습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이진영 역시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성훈이 계약금과 연봉에 상응하는 활약을 하며 LG의 FA 잔혹사를 끊어야 합니다. FA로 영입된 선수들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구본준 구단주가 FA 영입 포기를 선언했지만 팀의 약점을 메우고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정당한 수단인 FA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FA 영입을 포기해야만 유망주가 성장하고 팀의 성적이 상승하는 것도 아닙니다. 2005년 FA로 영입된 김재현이 지난 시즌 종료 후 은퇴할 때까지 SK의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 감안하면 FA 무용론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정성훈은 이른바 ‘4차원’ 선수라고 널리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과 달리 부진했던 2010년에는 4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정성훈도 개인 성적에 민감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올 시즌에는 부활을 통해 4차원의 쾌활함을 되찾기를 팬들은 바랍니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에 대한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정성훈의 4차원과 같은 행동은 필요합니다.
만 31세의 정성훈은 올해 13번째 시즌을 맞이합니다. 이제 야구를 알고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2년 동안 사용했던 등번호까지 바꾸며 의욕을 보이는 정성훈이 부활을 통해 LG를 9년 만의 가을야구로 견인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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