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주최한 2011 프로야구 기록강습회의 마지막 날인 3일차가 어제 오전 10시부터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국제회의장 내부 입구 기둥 곳곳에는 프로야구 29년의 역사 중 중요 경기의 기록지의 사본이 게시되었습니다. 이틀 간의 강습회를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기록지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에 참석자들은 기록지 사본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사진은 1982년 3월 27일 청룡과 삼성의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의 기록지입니다. 10회말 청룡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 홈런이 선명합니다.


1984년 5월 5일 해태 방수원이 삼미를 상대로 프로야구 첫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경기의 기록지.


2009년 5월 15일 목동에서 벌어진 LG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득점 경기. 양 팀이 11개의 홈런을 주고 받으며 22:17의 기록적인 스코어를 낳은 경기는 제가 직접 관전한 경기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후기는 여기를 클릭!!


롯데 가르시아가 한화를 상대로 7타수 7안타로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운 2010년 4월 9일 사직 경기의 기록지.

한화 류현진이 LG를 상대로 한 경기 최다인 17개의 탈삼진 기록을 달성한 2010년 5월 11일 청주 경기의 기록지. 삼진을 의미하는 'K'로 가득합니다. 6회초 작은 이병규의 솔로 홈런이 아니었다면 LG는 류현진에게 완봉까지 헌납할 뻔 했습니다.

2011년 증보판으로 KBO가 발간한 '풀어 쓴 야구기록규칙.' 42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으로 흥미로운 실제 사례 제시를 통해 야구기록규칙의 이해를 돕는 서적입니다. 일반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강습회장 한정으로 판매되었습니다. 차후 KBO 홈페이지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이종훈 기록원의 강의는 투수의 자책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자책점의 재구성을 통해 자책점과 비자책점, 그리고 반자책점을 산출하는 복잡한 예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12시부터는 윤병웅 기록위원장이 질의응답 시간을 담당했습니다. 칸이 작은 기록지에 선수들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것에 대한 참석자들의 다소 불만 섞인 질문에 대해 역시 프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 또한 한자 문화권이라는 점과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 그리고 동명이인 선수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KBO 기록위원회가 선수 이름의 한글 표기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부터 3시간에 걸쳐 가상 경기를 기록지에 기록하는 실기 테스트가 이루어졌습니다. 실전에 비해 볼 카운트와 선수 교체, 발생 상황 등이 크게 간략화되었지만 참석자들의 입장에서는 참고 자료 없이 3시간 이내에 기록지를 작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전문 기록원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던 실기 테스트였습니다.

3일 간의 기록강습회를 결산하면 참석자인 야구팬으로서는 매우 유익하며 야구를 보는 눈이 한 단계 향상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KBO에서도 강습회를 위해 많이 준비했다는 사실 또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아쉬움을 지적한다면 3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내에 복잡한 프로야구의 규칙과 기록에 대해 모두 배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야구팬이 아니라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차후 보다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져 올라가 초보팬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기록강습회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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