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차 LG 오지환은 2010 시즌 개막전부터 두드러졌습니다. 3월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LG가 2:1로 뒤진 5회초 무사 2, 3루에서 역전 3점포로 데뷔 첫 홈런을 장식한 것입니다. 이후 오지환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3점 홈런을 터뜨리며 ‘미스터 스리런’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다년 간 인상적인 신인이 드물어 정체된 팀 분위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실질적인 1군 무대 첫해에 13홈런, 13도루를 기록한 것은 차후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20-20 클럽 가입의 여지도 남겨놓았다는 의미입니다. 부진한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잠실벌을 메운 LG 팬들의 상당수가 오지환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은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합니다. 2010 시즌 종료 후 2천 4백만 원에서 1억 2백만 원으로 325% 상승하며 억대 연봉자의 대열해 합류해 오지환은 LG 신 연봉제의 최대 수혜자로 회자되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와 억대 연봉 진입, 그리고 언론의 주목에도 불구하고 오지환은 보완해야 할 과제도 뚜렷합니다. 우선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유격수로서의 수비 문제입니다. 오지환은 2010 시즌 27개로 8개 구단 선수들 중 최다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원래 유격수가 넓은 수비 범위를 요구받아 안타성 타구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책으로 기록되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오지환은 자신의 정면으로 오는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는 실책이 많았습니다. 수비의 기본인 포구에 약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실책이 LG가 박빙으로 앞서고 있거나 동점인 상황에서 경기 종반 불거져 나오는 바람에 역전패의 빌미가 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오지배’라는 별명은 단순히 오지환이 결승타를 쳐내며 LG의 승리에 공헌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붙은 것은 아닙니다. 승리 못지않게 클러치 에러로 패인을 제공한 경기도 많았기에 붙은 별명입니다.

수비만이 오지환의 약점은 아닙니다. 13개의 홈런으로 대변되는 타격에서도 찬찬히 뜯어보면 보완점이 드러납니다. 오지환의 타율은 0.241로 규정 타석을 채운 45명의 선수 중 43위에 그쳤습니다. ‘멘도사 라인’이라 해도 무방한 민망한 타율입니다. 게다가 오지환은 137개로 8개 구단 선수 중 가장 많은 삼진을 당했습니다. 실책과 삼진으로 불명예 2관왕에 오른 셈입니다. 352타수에서 137개의 삼진을 기록했으니 약 2.6타석에 한 번 꼴로 삼진으로 물러났다는 의미입니다. 공을 맞히는 어정쩡한 타격보다는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하는 편이 낫다는 견해도 있으나 오지환의 삼진은 지나치게 많습니다.

오지환의 타격에서의 약점은 일반적인 신인급 타자와 차별화됩니다. 대부분의 신인급 타자들이 직구에 강하고 변화구에 약하지만 반대로 오지환은 변화구에 강하고 직구에 약했습니다. 스윙 메커니즘 상 손목을 강하게 활용하는 어퍼 스윙에 가까운 오지환의 타격 자세는 변화구를 걷어 올리는 데에는 강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직구에는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약점이 노출된 뒤 상대 배터리는 오지환에게 직구로 집중적으로 승부했고 8월 19일 잠실 한화전에서 13호 홈런을 터뜨린 후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22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게다가 논란거리가 된 신 연봉제의 최대 수혜자로 억대 연봉에 합류한 것 또한 오지환에게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LG 프런트가 신 연봉제의 장점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며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오지환에게 억대 연봉을 안긴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고작 프로 3년차에 해당하는 21세의 젊은 선수로서는 올 시즌 내내 억대 연봉과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지환이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을 상대로 억대 연봉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리어 억대 연봉이 오지환에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지환에게 2011 시즌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뻔뻔스러울 정도의 자신감일지도 모릅니다. 실책을 하지 않는 야수는 없으니 실책을 범한 뒤에도 빨리 잊어버리고 의식하지 않는 편이 더 이상 실책을 범하지 않는 지름길입니다. ‘또 실책하면 어쩌지?’하는 소심증은 새로운 실책을 유발하는 원인입니다. 만일 오지환이 다시 실책을 양산하면 타격 역시 침체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수비의 기본기를 가다듬는 피나는 훈련이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실질적인 1군 무대 첫해라 경험을 쌓도록 출전을 보장해주었던 작년 시즌과 달리 박종훈 감독도 오지환이 실책을 양산한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철회할 것입니다. 발전과 정체, 기대와 불안의 교차점에 선 오지환이 2011 시즌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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