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아시안게임, 그리고 아시안컵으로 축구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최근의 한국 축구였습니다. 그리고 덩달아 프로 축구 K-리그에 대한 관심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K-리그팀 연속 우승(포항, 성남), 그에 걸맞게 경기력도 향상되고 치열한 순위 싸움이 볼만해지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지면서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많아졌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우승팀 FC 서울은 평균 관중 3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K-리그 흥행에 대한 가능성을 새롭게 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분명 2010 K-리그는 숱한 화제와 성과를 남기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K-리그가 2011 새 시즌을 앞두고 각 팀의 전력 보강, 그리고 16구단 체제 재편 등으로 또 한번 큰 변화와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며 더 발전하는 리그를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매주 이어지고 있는 각 팀의 선수 영입 경쟁, 그에 따른 팀 리빌딩 작업은 새 시즌을 기다리는 각 팀 팬들의 흥미를 자극시키고 있고, 이에 따라 팀 전력이 동반 상승해 상향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갖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5분 더 캠페인'으로 보다 공격적이고 흥미진진한 리그를 만드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면 올 시즌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전력 보강 작업, 그리고 그에 걸맞게 신선해진 분위기로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재미있어지는 K-리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광주 FC 창단식
올 시즌 K-리그는 기본적인 배경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광주 FC의 참여로 K-리그가 1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숙원 사업이던 광주광역시의 프로팀 창단이 현실화되면서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인천,광주까지 모든 광역시에 프로팀이 만들어진 원년이 바로 이번 2011 시즌이 됐습니다. 기존에 광주를 연고로 뒀던 상무는 경북 상주로 이전해 그대로 K-리그에 남게 됐는데 지방 중소규모 도시에 프로팀이 생긴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시즌 전에 프로축구 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을 교체하고 새로운 변화를 물색한 것도 K-리그의 질적인 발전, 변화 기대에 순풍을 달게 했습니다. 곽정환 전 회장이 물러나고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새 수장으로 나서면서 "축구가 국기라는 사실을 확인 시키겠다"라고 한 야심찬 포부는 K-리그의 르네상스를 기대해도 좋을 만큼 뭔가 '진짜 힘'이 있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팬층 확보, 중계권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연맹 '회장'에서 '총재'로 격을 높이면서 내부적으로 리그에 대한 권위를 부여하려 한 점은 분명한 변화를 갈망하는 연맹 그리고 각 구단의 의지와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외 축구 이적 소식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던 K-리그 각 팀의 선수 이동은 시즌 전부터 리그 판을 뜨겁게 달군 가장 큰 요소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냈던 팀들이 전력 보강으로 과거의 영광을 꿈꾸고, 반대로 좋은 성적을 낸 팀들은 또 한 번의 좋은 성과를 위해 팀 색깔에 맞는 선수를 찾아 전력 보강을 꾀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와 다르게 스타급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계속 이어져 그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 지난해 나란히 성남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최성국(왼쪽)과 정성룡은 올 시즌 수원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골키퍼의 연쇄 이동이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국가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이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것을 비롯해, 전(前) 대표팀 수문장 이운재가 전남 드래곤즈로, 염동균은 전북 현대, 박호진이 광주 FC, 권순태가 상주 상무로 자리를 옮겨 사상 최고-최다 수준의 골키퍼 자리 이동이 있었습니다. 골키퍼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달라진 대접을 받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골키퍼들은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겠다며 새 시즌을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스타급 선수들의 연쇄 이동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빅2'로 꼽히는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전력 보강이 눈에 띕니다. 수원은 최성국을 성남 일화에서 데려와 주장으로 임명한 것을 비롯해 오범석, 오장은을 울산 현대에서 데려오고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한 이용래를 경남에서 영입해 즉시 전력감 선수를 대거 영입했습니다. 또 2008년 우승의 주역인 마토를 일본 J리그에서 다시 데려왔는가 하면 정성룡을 성남 일화에서 데려오는 등 공격, 수비, 골키퍼 모두 가릴 것 없이 전력 보강 작업을 당차게 벌였습니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은 'K-리그판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라고 부를 정도로 대대적인 팀 리빌딩이 눈에 띄는데요. FA컵 2연패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최근 2년 사이에 팀 성적이 나빴고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힘을 못 쓰면서 자존심을 구기자 올 시즌만큼은 새롭게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디펜딩 챔피언' FC 서울도 색깔이 맞지 않았던 감독부터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역시 대대적인 전력 개선 작업을 벌였습니다. 넬로 빙가다 감독에서 황보관 감독으로 사령탑을 바꾼 서울은 김치우, 최효진, 정조국, 김진규 등 군입대, 해외 진출 등으로 누수된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벌였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외국인 선수 영입인데요. 지난 시즌 후반기에 임대했던 '우즈벡 특급' 제파로프를 완전 이적해 들여온 것을 비롯해 성남의 골잡이였던 몰리나를 영입해 기존의 데얀과 더불어 'K-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외국인 3인방' 체제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또 국가대표급 풀백 김동진을 울산에서 다시 데려와 친정팀으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즌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을 벌여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만큼 올해도 더욱 탄탄해진 조직력과 전력 보강을 통한 강력한 전력으로 2연속 우승의 날개를 달겠다는 것이 FC 서울의 목표입니다.

'전통의 명가' 울산 현대의 행보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치곤, 김동진, 오범석, 오장은 등을 내주기는 했지만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를 비롯해 2002 월드컵 영웅 송종국과 2006 월드컵대표팀 황태자 이호, 2010 월드컵대표 강민수를 데려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전북 현대는 정성훈, 이승현을 부산 아이파크에서 영입하는가 하면 경남 주축 공격수였던 김동찬까지 데려와 공격력을 대폭 강화시켰습니다.

그밖에 구자철을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내줘 전력 하락이 우려됐던 준우승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신영록을 수원 삼성에서 영입하고, 강수일과 최원권을 보강해 더욱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의 도약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또 군(軍)팀의 한계로 하반기 전력 누수가 늘 예상되지만 그래도 김치우, 최효진, 김치곤, 장남석, 김철호, 권순태 등을 한 시즌동안 내내 함께 할 수 있게 된 상주 상무 역시 2009년 상반기 돌풍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며 전력 보강에 함박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황선홍 감독 체제로 새출발하는 포항 역시 지난 시즌 전남 공격의 핵이었던 슈바를 영입해 기존의 설기현, 모따와 함께 공격 삼각 편대를 구축하면서 전통의 포항 축구 색깔 맞추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보다 다양화된 축구를 원하는 팬들의 기대에 걸맞게 외국인 선수 영입도 눈에 띄는 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해 '알짜배기 전력'을 보강하면서 K-리그의 우수성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데 힘쓴 팀들이 있었습니다. '우즈벡 특급' 제파로프의 서울 완전 이적이 가장 눈에 띄는 영입이었던 것을 비롯해 호주 올림픽대표 출신인 루크 드베어가 경남 FC로, 호주 국가대표 출신인 이언 파이프가 부산 아이파크로, 우즈베키스탄 전력의 핵 티무르 카파제가 인천 유나이티드로, 중국대표팀 미드필더 황보원이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어 '코리안 드림'을 꿈꾸게 됐습니다. 또 강원 FC는 동유럽 출신이자 국가대표급 선수인 크로아티아의 델리치,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자크미치를 영입해 기존 자원인 수비수 라피치와 더불어 동유럽 선수들로 외국인 선수 자원을 모두 채웠고, 포항 스틸러스는 가나 출신 데릭 아사모아를 들여와 K-리그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아프리카 출신 선수를 영입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감독 교체를 통해 팀 분위기를 쇄신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포항은 황선홍, 전남은 정해성, 부산은 안익수, 경남은 최진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아 지난해 아쉬웠던 성적을 어느 정도 만회하기를 바랐습니다. 또 서울은 황보관 감독으로 교체해 서울 축구 스타일에 걸맞은 모습으로 지난해 우승 이상의 성과를 기대했습니다. 전체 1/3 가량 감독 교체 작업이 이뤄진 가운데 16개 구단 모두 외국인 감독 한 명 없이 시즌을 맞이하는 보기 드문 시즌을 맞이하게 되면서 '토종 사령탑들의 지도력'을 어느 정도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포항의 황선홍, 수원의 윤성효, 성남의 신태용 등 프랜차이즈 스타가 감독이 돼서 이를 활용한 구단 마케팅도 보다 활발해진 한 시즌이 될 것으로 역시 기대됩니다.

▲ K-리그 경기에 꽉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 올해 이같은 모습을 전국 경기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선수, 감독 교체, 영입을 통한 변화 뿐 아니라 흥행을 위한 각 구단의 마케팅, 팬서비스 등은 보다 진화한 형태로 팬들을 찾아나설 전망입니다. 아직 모든 각 구단이 어떤 형태로 팬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게 자세하게 나온 것은 없지만 월드컵, 아시안컵 등으로 만들어진 축구 붐(Boom)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보다 다양하면서도 팬들과 함께 하며 소통하는 마케팅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지난 시즌 3만 평균 관중 목표를 달성한 서울은 시즌 전 티켓북을 소셜커머스 형태로 판매하는 등 올해도 독특한 팬마케팅으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K-리그는 여러모로 중요한 한 시즌인 게 사실입니다. 2013년 본격적인 승강제를 앞두고 이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한 가운데서 어느 정도 수준의 경기력 향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에 성공해야 하는 시즌이 바로 올 시즌입니다. K-리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리그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라도 지난해보다 나은 올 시즌이 돼야 합니다.

다행히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팀 수준을 높이고, 팬들이 만족할 만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시즌 전부터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단기간에만 그쳤던 K-리그 흥행이 2011 시즌에는 정말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그래서 K-리그 부흥의 원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일단 그 시작은 아주 좋아 보이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따뜻한 봄날 열리는 개막전(3월 5일)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쭉 그 분위기가 유지될 것 같아 보이는 '기분 좋은 감(感)'까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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