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몇 개씩 나왔다가 사라지고, 무한도전을 벤치마킹한 많은 프로그램 역시 사라지거나 위기에 봉착해 있는 마당에 지금까지 저력을 발휘하며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무한도전을 더욱 연구하게 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어제 동계 올림픽 특집은 무한도전의 저력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무모한 도전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마지막에 스키 점프대를 올라가는 모습에서는 많은 감동을 주었다. 그런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료애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가운데 바로 유재석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유재석의 리더십
이번 스키점프대 미션은 스키점프를 할 때 착지하는 슬로프를 걸어 올라가 깃발을 뽑는 것이었다. 부상 중인 정형돈을 제외한 5명이 등반을 하였다. 워낙 저질체력인데다 슬로프의 경사가 높아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스키장 슬로프를 걸어서 올라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는 것보다 경사가 훨씬 더 심해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덧신(아이젠)을 신고 등반을 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유재석과 하하를 제외하고 모두 낙오하게 된다. 그러자 보다 못한 유재석은 밧줄까지 다시 내려가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조금의 길이라도 줄여주려 한다.
리더십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명분을 위해 움직일 때 리더십은 생긴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의 캐치프레이즈인 "무한이기주의"를 따라 자신의 이익만 챙겼다면 이미 자신은 미션을 완료했기에 다시 내려갈 이유가 없었다. 힘들게 올라온 곳이고 다시 내려갔다간 내가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션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멤버 전원이 올라와야 했고, 한 명도 낙오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유재석은 편안함을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작정한다.
유재석이 길에게 할 수 있다고 독려해도 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유재석은 나를 믿으라며 소리쳤고, 넌 왜 사람을 믿지 못하냐며 나무랐다. 아마도 길은 거기에서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길은 힘을 내어 올라가게 되었고, 미션을 완료하게 된다. 정상에서 유재석은 길에게 같이 하니 좋다며 길의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리더십의 근본은 신뢰이다. 유재석의 리더십이 발한 것도 바로 이 부분에서 돋보였기 때문이다. 신뢰는 위기의 상황에서 빛나기 마련인데 위기의 상황에서 유재석은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독려하였고, 그것이 길에게 전해져 길은 신뢰하고 미션을 완료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독려 뿐 아니라 진심어린 충고도 있었고, 그 후 모든 공을 멤버들에게 흘려보내어 신뢰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 미션 후 유재석은 더욱 리더십이 강해졌으며 시청자들에게도 신뢰를 듬뿍 받게 된 것이다.
박명수의 리더심(心)
무한도전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유재석의 리더십과 박명수의 리더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박명수의 리더심은 팔로워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는데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미션 완료와 동생들을 챙겨주겠다는 순수한 명분이 있었고 그것에 따라 순수한 의도의 행동을 했다. 그러나 박명수는 똑같은 현상을 원샷받을 기회, 1인자가 될 수 있는 기회, 혹은 1인자가 원샷받는 것을 샘내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즉, 유재석은 감동을 주었고, 박명수는 웃음을 준 것이다. 환상의 콤비는 항상 대조적이다. 홀쭉이와 뚱뚱이, 키다리와 난장이처럼 극단적인 괴리감은 웃음을 유발한다. 유재석의 반듯한 리더십과 박명수의 삐뚤어진 리더심이 합쳐져 비로소 웃음이 완성되는 것이다. 박명수가 다른 멤버들처럼 무조건 유재석을 따르기만 한다면 지금의 2인자 자리에 결코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다. 유재석과 반대되는 행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는 박명수는 절묘한 콤비인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1인자가 되고 싶은 열렬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박명수 혼자 1인자가 된 프로그램은 다 말아먹고 있고, 유재석 또한 혼자 1인자인 프로그램에서는 네임벨류에 걸맞지 않은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환상의 콤비인 유재석과 박명수. 리더십과 리더심, 그리고 팔로워십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무한도전이기에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멋진 리더십과 욕망의 리더심, 그리고 깨알같은 팔로워십이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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