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텀>은 순전히 제임스 카메론에게 이끌려서 본 영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임스 카메론이 참여했으니 3D 효과에 대한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물론 이러한 기대가 낚싯감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각오도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생텀>은 대어(?)를 낚는 쾌거를 올리는 거겠고요.

<생텀>은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동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곳을 탐험하기 위해 팀이 구성되고 하나둘씩 모여들 즈음에 태풍이 불어닥칩니다. 그로 인해 탐험대는 동굴 내에 갇히게 되자 탈출구를 찾아 나섭니다. 자연 앞에 인간은 무기력하다는 말처럼, 동굴 내에서 대원들은 힘겹게 생존을 건 사투를 벌입니다.

어떻게 보면 <생텀>은 어드벤처 + 재난영화입니다. 인력으로 맞설 수 없는 고난과 맞닥뜨리지만 그것을 극복하여 생존을 쟁취한다는 면에서 그런한데, 사실 소재는 나름 참신합니다. 지구에 남겨진 미지의 공간인 동굴에는 신비함도 깃들어있고, 인간에게는 경외감과 함께 두려움도 느껴지는 대상입니다. 그러나 <생텀>은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데 있어서 서툴기만 합니다. 으레 그렇듯 이런 영화에는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설마 모든 탐험대원들이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하시는 분들은 전혀 없을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얼마나 밀도 있게 묘사하느냐가 영화의 승부수나 다름없는데, <생텀>은 딱히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갈등구조는 허술하고 연출은 맥이 빠집니다. 밀폐된 공간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숨 막히는 영상만으로 관객을 압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마저도 부족합니다. 동굴에서 벌어진 일을 통하며 부자관계를 회복한다는 설정도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못합니다. 간혹 영화 속의 인물이 된 듯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그걸 만끽하려고 3D로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모합니다. 기본은 하지만 차라리 <라푼젤>을 3D로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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