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쇼트트랙 전문 선수였습니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나섰을 때 그가 정식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한 것은 단 2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며 매번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며, 이듬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까지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동계올림픽 스타들이 부상, 불운 등으로 잇달아 악재를 겪었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로 남아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빙상 천재' 이승훈을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이승훈이 해냈습니다. 이승훈은 2011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펼친 끝에 13분09초73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5천m, 매스스타트에 이어 이번 대회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3번째 3관왕이었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를 통틀어서는 이승훈이 처음으로 달성한 3관왕이었습니다. 이승훈은 대회 마지막 날인 6일, 팀 추월 종목(단체전)에 출전해 한국 선수로는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아시아에서도 단 한 명만 기록한 대기록 '4관왕'에 도전합니다.
이승훈이 좋은 모습을 보인 데에는 어떻게 보면 쇼트트랙을 포기하고 스피드 스케이팅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 더욱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이후 이승훈은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을 병행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기는 했어도 그보다 오래 선수 생활을 한 쇼트트랙에서 최고에 오르고 싶어 하는 마음,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정이 만만치 않은데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자신이 해내야 하는 목표들도 여전히 있었기에 쇼트트랙 선수로 복귀하는 꿈은 일단 잠시 미뤘습니다.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에 대한 목표를 확고히 하면서 이승훈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반짝 스타'라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더욱 독기를 품고 훈련을 했고, 그러면서 더욱 성장해 나갔습니다. 결국 이승훈은 더 강해진 선수가 됐고, 또 한 번 큰일을 저지르며 '빙상 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본격적으로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선수가 된 지 2년 만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한 것입니다.
이승훈이 좋은 기록을 잇달아 낼 수 있는 데에는 포기했던 쇼트트랙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구력과 코너링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쇼트트랙 훈련은 이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이 해내야 하는 중요한 훈련으로 잘 알려져 왔던 게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까지 했던 이승훈 입장에서는 당연히 쇼트트랙에서 얻은 장점을 스피드 스케이팅에 잘 접목해서 활용할 수 있었고, 페이스 조절이 참 중요한 장거리에서 그 효과를 100% 발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승훈이 중후반에 차고 나가는 것이 상당히 탁월한 이유도 바로 그런 강점이 발휘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승훈은 지난해 쇼트트랙을 잠정적으로 포기하면서 "올라운드 세계선수권 같은 대회에 아시아 선수가 우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대회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더 큰 꿈을 갖고 있음을 밝힌 바 있었습니다. 올림픽 우승에만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빈틈없이 나아가려는 젊은 선수의 이러한 포부는 '빙상 스타'를 넘어 '빙상 천재' '빙상 전설'로 가는 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료, 후배 선수들에도 충분히 큰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훈의 선전은 정말 대단하며, 크게 평가할 만합니다.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그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아시안게임 4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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