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나 대활약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균형의 회복, 정상 궤도 진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강호동을 비롯해 멤버들과 제작진의 배려로 조심씩 자기 분량 찾기에 나선 김종민에게 너무 과한 기대감이나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에요. 이제야 자신의 자리와 웃음 포인트를 찾아나가고 있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몇 회의 반짝임이나 활약이 아닌 꾸준하고 안정적인 캐릭터를 잡고 그런 개인의 성향을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거든요. 마치 2주에 걸쳐 한 번도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확연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부각시켰던 황제 이승기처럼 말이죠.
지난주 배달 레이스의 쫒고 쫒기는 긴박한 상황을 통해 나온 반응 중 제일 특이했던 것은 형들에게 당하면서도 생글거리며 웃기만 하던 착한 막내 이승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그런 짓궂은 형들을 향한 약간의 불만이었습니다. 하긴 뭘 하더라도 호감인 이 청년에게 그런 따스한 시선이 향하는 것은 이젠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0대 초반에 벌써 황제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그는 떴다떴다 비행기만 불러도 히트곡이 되는, 이른바 막해도 스타가 되는 반열에 오른 상태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순둥이이기 때문에, 당하고만 있어도 예의 사람 좋은 웃음만 방실방실거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무조건적인 지지와 호감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겨울산장여행을 떠난 두 번째의 방송은 그 비결을 보여주는 방송이었습니다. 마냥 착하고 순진하지만은 않지만 결국 아낄 수밖에 없는 강력한 막내 캐릭터를 유감없이 발휘한 내용이었거든요. 이제 막 어리바리하지만 의외로 꾀돌이라는 캐릭터를 잡기 시작한 김종민으로서는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요.
그런 기특한, 영특한 모습과 동시에 머리는 좋고 계산도 하지만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줍니다. 남들은 다들 힘겨운 설악산 산행을 걱정하지만 산채비빔밥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 이수근이 주도한 엉터리 노래방에 살짝 편승하면서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은 양을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성실함을 보입니다. 그놈의 부지런한 성향을 참지 못해 기상 미션 중 가장 먼저 일어나 마지막 똑똑한 패배의 마무리를 하죠. 이런 모든 모습들이 쌓여가며 이른바 대세 이승기의 이미지를 만들어 준 것이에요.
단순히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란 겁니다.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조절할 줄을 알고 그 소소한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줄을 아는 명민함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만큼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개인의 품성과 성향에 맞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구요. 내용이 좋고 상황이 웃기기 이전에 그냥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이 좋아서 보고, 그래서 아낄 수밖에 없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 그렇기에 지금 김종민에게, 그리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시작하며 적응하지 못해 헤매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모범적인 선생님은 이승기입니다. 이 청년과 1박2일은 정말 찰떡궁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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