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어떤 사람들의 눈물이 시작됐다. 광주시청에서 매일 8시간씩 청소를 하던 아주머니들이었다. 광주시와 용역업체 간의 계약이 그때 만료됐고, 3년을 일한 청소부들에게 날아온 건 해고통지서 한 장이었다. 생전 싸움을 몰랐던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거리로 나왔다. 복직을 위한 싸움의 날은 1년6개월을 넘게 계속됐다.

▲ 2007년, 광주광역시 시청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싸우던 당시의 모습. ⓒ광주드림
싸움은 정말 처절했다.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시청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이매순 씨는 당시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시청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옷을 벗고, 예비 사위가 사온 케잌으로(케이크로) 거리에서 생일잔치를 하고, 7보1배와 108배도 하고, 진짜 눈물 마를 날 없이 싸웠다.”

이게 광주시청만의 풍경은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돈이 아까워 기간제 근로자들을 파리 목숨처럼 잘라낸다. ‘총액인건비’라는 게 있다. 지자체의 공무원 인건비는 총량으로 규제된다. 기간제 근로자의 보수는 사업비로 책정돼 총액인건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순간 총액인건비에 합산이 이루어진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줌마가 정규직이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2011년 1월, 광주 광산구청이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 파격 그 자체였고,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선언인데, “기간제 근로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청사를 청소하는 사람, 가로수를 관리하는 사람, 주차 지도를 하던 기간제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시점은 법에 규정된 2년 고용이 충족되는 때다. 광산구청 자체사업 상시 고용 기간제 근로자 34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당연히 정년도 보장된다.

얼마나 대단한 결정일까? 한두 명이 아닌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완전하게 ‘유일무이’하다.

▲ 주차관리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의 모습(왼쪽) ⓒ광주드림
민형배 광주광산구청장은 결단의 이유를 이렇게 들었다. “광주가 민주·인권·평화도시라고 한다면, 노동에 대한 평가가 어느 도시보다 적절하게 이뤄지는 게 맞지 않겠어요? 그런데 기간제 근로자의 상황을 들여다보니 임금이나 고용 조건이 너무 열악합디다. 공공기관이 먼저 모범을 보이면, 사회 각 분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불과 지난해까지 광산구청에 다니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상황은 어땠을까? 청사 안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영양사가 있다. 채용 기간 1년을 안 넘기려고 11개월짜리 계약을 한다. 1년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사람을 채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1년을 넘기면 법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 퇴직금이 아까웠던 것이다. 법이 정한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인데, 아주 잔인했다.

민형배 구청장이 그랬다. “(이 같은 현실을)확인하고 나니 (감정적으로)슬펐다. 같은 업무가 계속되는데도, 구청의 부담을 덜자고 열악한 처지인 근로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어왔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진 자의 가슴 서늘한 죄책감, 그것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임금도 함께 인상된다. 보통 직종 근로자는 1일 3만5300원에서 4만2900원으로 7600원(21.5%)이 오른다. 기능 직종 종사자는 1일 4만3200원에서 5만490원으로 7290원(16.8%) 인상된다. 셈해 보면 한 사람이 한 달에 20만 원 정도 오르게 된다.

다른 거 없다. 단체장이 의지만 갖는다면 수많은 파리 목숨들이 다시 인간의 길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광산구청이 던진 궁극의 질문은 불합리한 비정규직 문제의 개선이다. 사람을 사람의 자리에 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그 일의 사회적 확산은 불가능한 것일까? 광산구청은 돌을 던졌다. 파문을 일으키는 건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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