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리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모두가 자신들이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생생한 촬영 현장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출연자 개인의 성향을 일부분 반영하는 캐릭터라는 옷을 입고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난무하고, 자연스러움이 지배하는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한다고 해도 이 역시 통제 가능한 상황 하에서 편집이라는 재가공 이후에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리얼’이란 결국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리얼’, 그들이 웃음을 만들기 위해 제공하는 가상현실일 뿐입니다. 여러 교묘한 장치와 사전 협의, 그리고 똑똑한 움직임들 사이사이를 진짜 리얼한 몇 가지가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죠. 본 대로 믿고,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만큼 순진한 것은 없어요.
확실히 문제입니다. 멀쩡히 존재하는 가격을 내용 구성을 위해 무시한 것이니까요. 실제로는 그놈의 연예인 DC가 있었는지, 아니면 사전 협의를 통해 좀 더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그랬다면 그 과정 자체도 화면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1박2일의 기본자세. 리얼함을 담아낸다는 의도에 적합했을 테니까요. 웃음과 함께 여행의 정보도 동시에 전달한다는 프로그램의 목적에도 부딪치는 것이구요. 실제 휴게소를 찾아갔을 때 방송과는 다른 가격을 보고 살짝 당황하게 된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문제는 이런 흐름을 만든 주역 중 한 사람이 나영석 PD를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이라는 사실이죠. 일전에 1박2일을 둘러싼 여러 조작 의혹에도 그를 비롯한 제작 책임자들은 어떤 조작도 없는 리얼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물론 그런 의심과 의혹 제기가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현명하게 앞으로의 운신의 폭을 생각했다면 다른 자리에서라도 방송 촬영상의 애로사항이나 불가피함, 그리고 버라이어티의 리얼함과 진정성이 무엇인지도 동시에 이야기하는 명민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어요. 오로지 현실 그대로의 전달, 100% 야생 버라이어티만을 주장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겐 믿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과 시청자들에게 잔혹한 자기 규제를 강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가뜩이나 대중들은 리얼과 진정성에 목말라하고 있는데 말이죠.
보다 리얼하고 보다 진정성 있게. 지도자들이 말 바꾸기와 아닌 척 하기를 밥 먹듯이 해도 ‘다 그런 거지’ 하며 넘어가는 현실 세상에서도 바라지 못하는 정직함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을 향하고 있어요. 조작보다 위험한 사실은 바로 이런 TV속 세상만큼은 정직했으면 하는 엉뚱한 대리만족 요구의 짐을 바보상자라고 놀리며 폄하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방송이 끝날 때마다 심심하면 터지는 조작 논란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삐뚤어졌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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