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로 접어든 <싸인>은 본격적인 이야기로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식상한 형식을 통해 보편타당한 재미를 추구해 대중성을 높인 효과는 있지만 새로운 시도는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故김성재의 미제 사건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입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했던 정의를 살릴 수 있을까?

아이돌 그룹의 리더 서윤형의 죽음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며 모든 것이 종결될 듯 보였던 사건은 더욱 큰 사건으로 연결됩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딸이 살인자임이 밝혀지지만 그 살인 사건은 밝혀서도 안 되고 밝힐 수도 없다는 힘의 논리는 정의를 덮어버립니다.

윤지훈과 이명한과의 대립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정병도 원장의 의지는 의외의 사건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법의학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타협을 했던 과거를 가진 정원장의 비리를 무기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이명한에 의해 윤지훈은 진실을 밝히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이명한이 밝힌 사건의 진실은 추악함을 넘어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지요. 대통령 후보의 딸이 주도한 이번 살인 사건은 코디와 소속사 대표, 그를 시기하던 같은 멤버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범죄였습니다. 과거의 비리를 밝힐 수 없어 현재의 정의를 거스르고 거짓으로 사건을 은폐한 법의학의 거두 정원장은 그렇게 모든 죄를 짊어지고 원장직을 내놓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자신에게 법의학자의 길을 걷도록 만들었던 스승이자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이자 선배인 정원장이 그렇게 허무하게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을 윤지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명한과 숨겨진 거래가 있었음을 알 수 없는 그로서는 자신이 확신하는 수술이 가장 믿었던 이에 의해 실수라고 밝혀진 상황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법의학자로서의 양심을 팔아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이명한은 그렇게 자신이 원하던 국과수 원장 자리에 앉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윤지훈은 서부분소로 쫓겨 가게 되면서 실권을 장악한 이명한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서윤형 사건의 모든 증거들을 폐기하도록 요구합니다.

서윤형 사건 자료들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연구관들을 모두 서부분소로 보내며 자연스럽게 이명한과 윤지훈의 대결구도는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 법의관이 되어 돌아온 고다경까지 합세해 그들은 드림팀을 위한 위용을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길거리에서 맞아 사경을 헤매던 동생 사건으로 인해 의대를 때려치우고 검시관이 됩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가 없는 상황에서 억울함을 겪어야만 했던 그녀로서는 다시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그녀에게 검시관의 모범이 되어왔던 선배는 그녀가 외롭게 걸어야만 했던 검시관의 길에 큰 힘이었습니다. 정식 검시관이 된 고다경의 첫 임무를 마지막 임무를 맡은 선배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녀는 사건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증거를 선배가 빼돌려 소각하려 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모든 가치를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선배의 허망함은 그녀를 더 이상 검시관의 꿈을 키울 수 없도록 합니다. 장난스럽게 CSI처럼 멋진 검시관이 되겠다는 말을 했지만 동생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선택한 직업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선배의 거짓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지훈에게서는 여전히 자신의 신념에 조금의 흐트러짐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법의학에 대한 소신과 가치관이 올곧은 그를 보며 그녀가 법의관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요.

그렇게 힘든 1년을 보내고 윤지훈의 서부분소로 발령을 받은 그녀는 윤지훈에게 사망한 서윤형의 목에서 나왔던 결정적인 단서 푸른색 미세 섬유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야기하지요. 이제 새롭게 사건을 해결해 보자고 말입니다.

드라마는 서윤형의 죽음을 커다란 중심 사건으로, 거기에 다양한 에피소드 사건을 배치해 드라마적인 재미를 추구하려 합니다. 이런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이명한과 대립 관계를 만들어내고 거기서 빚어진 충돌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거대 권력인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부조리들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부당 거래가 일상이 되어버린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공정 사회'를 외치며 부당함을 당당하게 실행하는 MB의 모습처럼 <싸인>은 거대한 힘을 이용해 진실마저 거짓으로 만드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가진 것 없고 특별할 것 없는 주인공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것을 가진 그들에 맞서 공정한 사회,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려 합니다.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부당함을 이겨내는 주인공들에게 열광할 준비를 하게 합니다.

서부분소에 모인 팀들과 부당하게 자신이 원했던 자리에 올라서지 못한 정검사(권력을 가져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자 했던)는 한 팀이 되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 합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그들은 하찮은 존재들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정의를 위해 타협하지 않는 정신만으로도 부패한 그들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존재들입니다. 부패해 진물이 흘러나오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며 침묵하던 대중의 폭발 직전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김성재를 죽인 범인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치의대를 다니던 그녀는 졸리텐을 김성재에게 주사해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졌지만 마지막 무죄를 선고 받고 잘살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 집안에 정재계에 거대한 힘을 가진 가족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를 선고받아 여전히 잘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싸인>에서는 이 사건을 중요한 기둥으로 삼아 마지막까지 이 사건에 집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대 권력에 의해 진실이 거짓이 되는 현실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과연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까지 접근하고 밝히려 노력할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원통한 사건으로 남은 故김성재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싸인>이 해소해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거대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 겁 없는 대결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권력에 대항하다 내쳐진 그들이 과연 부당함을 이겨내고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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