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시작된 지 고작 4일째이지만 벌써부터 지난 한 해에 대한 성과와 평가는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전망이나 기대로 이야깃거리들이 풍성하게 생산되는 것도 아니죠. 그냥 달력의 모양만 바뀌고 날짜만 흘러갈 뿐, 이렇게 변함없음만 변하지 않는 2011년의 풍경은 별다른 희망도, 신선함도 없이 밋밋하게만 그려지고 있습니다. 활력이나 부푼 희망보다는 그저 추락 없는 현상유지와 안주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지는 그런 맥없는 출발이에요.
이런 정체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새로운 시도나 계획보다는 기존의 강자들이 여전히 호령하고 있는 TV속 프로그램과 사람들의 면면을 보아도 마찬가지이죠. 지금은 여전히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경규의 시대입니다. 약간의 기복이 있을지언정 이들 모두가 여전히 건재하고 강력합니다. 단순히 무한도전이나 1박2일, 혹은 남자의 자격같은 간판 프로그램의 영향력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들 메이저 3인방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그들의 개인적인 역량에 크게 의지하고 있고, 시청자들 역시 우리 시대 명MC들의 이름만으로도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기꺼이 지지와 사랑을 보냅니다. 2011년 역시도 이들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들 모두가 지난 각 방송사의 시상식에서 한자리씩을 차지하며 그동안의 고생과 성정을 치하 받고 한 해 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지만, 그 어떤 자리에서도 트로피를 받지 못한 무관의 왕자가 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폭풍성장과 인지도 상승의 한 해를 보냈건만 그의 손에 쥐여진 타이틀은 무한도전 올해의 멤버라는, 몹시나 소중하고 갚진 상이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빈손이었던 올해의 예능대상 시상식이 야속할 수 있는 연말이었죠. 미존개오. 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랜지족이자 무한도전의 새로운 대세. 정형돈이 그 주인공입니다.
비단 무한도전 뿐만 아닙니다. 진상 아저씨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꽃다발에서의 진행이나, 무수히 많은 예능 초보들을 이끌고 고군분투중인 오늘을 즐겨라에서의 존재감도 확실히 인상적이죠. 압도적인 1인자라고 말할 수 없어도 현재 MBC의 예능을 이끌고 있는 핵심인물은 단연 이 평범한 남자에요. 그런 그가 빈손이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만큼 묵묵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성장해 온. 그러면서도 눈앞의 상보다도 같은 팀원과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며 한발 뒤로 물러설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진 예능 꿈나무의 존재는 굉장히 소중하고 무엇보다도 멋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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