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대형의 2010년은 파란만장했습니다. 3년 연속 60도루를 기록하며 4년 연속 단독 도루왕을 차지한 것입니다. 타자 타이틀 8개 부문 모두 롯데 선수가 싹쓸이하는 것을 저지하며 LG의 유일한 타이틀 홀더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한편 속사정을 엿보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2010년이었습니다. 2007년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지 4년째였는데 타율(0.261)과 안타 수(129개)는 4년 동안 가장 저조한 기록입니다. 지난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45명의 타자들 중 이대형보다 타율이 낮은 선수는 6명에 불과합니다.

2010 시즌 전 이대형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없지 않았습니다. 소위 ‘빅5’로 분류되는 5명의 외야수 중 이대형의 타율이 가장 저조할 것이기에 주전에서 밀려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의 외야수가 부상 등으로 부진한 가운데, 예상을 깨고 이대형의 타율은 6월초 0.338까지 치솟았고 주전 중견수 자리를 독차지했습니다.

그러나 7월말부터 8월초까지 11경기 43타석 35타수 무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이대형의 타율은 2할 6푼 대까지 급전직하했습니다. 손쉽게 차지할 듯 보였던 도루 1위는 롯데 김주찬에 역전당했고 잘 맞은 타구는 상대 야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7월 4일 잠실 롯데전에서 선발 출장에서 제외되며 2008년부터 이어온 전 경기 출장 기록도 중단되었습니다.

위기에 빠진 이대형이 부활한 것은 시즌 막바지였습니다. 9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28타수 만에 안타를 기록해 타격감을 회복하며 최종전까지 13경기에서 51타수 17안타 0.333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16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김주찬을 1개차로 제치고 66개의 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했습니다.

시즌 막바지 13경기의 몰아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대형의 근본적인 문제는 하체가 흔들리는 타격 폼이라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지만, 시즌 개막 이후 6월까지의 고타율과 시즌 막판 분전을 감안하면 타격 폼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타격감이 좋을 때 빠른 발로 내야 안타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내야를 깔끔히 꿰뚫는 잘 맞은 타구의 안타를 양산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이대형에게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타격왕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대형의 7월 이후의 슬럼프는 체력 저하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빅5’의 부진으로 오버 페이스 했고 이것이 체력 부담으로 이어져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입니다. 시즌 막판 타격감 회복은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우천순연 등으로 비교적 경기가 띄엄띄엄 배치되고 코칭스태프의 배려 덕분에 체력을 비축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대형이 스프링 캠프에서 체력을 보완하고 지난 시즌 막판 좋은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올 시즌 테이블 세터로 기용되어 많은 타순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기에 최다안타왕을 노려볼 만합니다. 도루에만 급급해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하여 내야 땅볼로 아웃되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구안을 보완하고 안타를 양산한다면 최다안타왕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 것이며 도루왕 타이틀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대형은 데뷔 첫 타격 부문 2관왕에 오르게 됩니다.

어느덧 이대형도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수비 잘하고 도루왕을 따낸다고 해서 새로울 것이 없는 1군 주전 5년차입니다. 2011 시즌 초반 이대형은 중견수와 테이블 세터로 선발 기용되겠지만, 부진에 빠지면 작년처럼 꾸준히 1군에서 기용되지 못하고 2006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2군행을 통보받을 수도 있습니다. 작은 이병규까지 가세한 LG의 외야진은 8개 구단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입니다. 이대형에게 변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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